[서평/이광우] 윤미향 의원 새책 『윤미향과 나비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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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이광우] 윤미향 의원 새책 『윤미향과 나비의 꿈』
  • 이광우(전주열린문교회 대표목사, 총신대학교 법인 이사)
  • 승인 2023.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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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향, 『윤미향과 나비의 꿈』, 내일을 여는 책, 2023. 10.
▲ ❰윤미향과 나비의 꿈❱, 윤미향 지음, 내일을 여는 책, 2023-10-25
▲ ❰윤미향과 나비의 꿈❱, 윤미향 지음, 내일을 여는 책, 2023-10-25

[뉴스피크] ◆ 시인(詩人)이 되고 싶었던 소녀 윤미향

윤미향 의원(이하 윤미향)은 글을 참 잘 쓴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진실한 내용’을 숨김 없이 ‘쉽게 잘’ 쓴다는 뜻이다. ‘쉽게 쓰기’, 이것은 대학시절 나에게 글 쓰기를 지도하셨던 내 스승의 지론이기도 하고 오늘 나의 지론이기도 하다.

윤미향의 책을 읽으며 정말 모처럼 글의 호흡이 마음에 쏙 드는 글을 만났다. 어릴 적 시인(詩人)을 꿈꿨던 문학소녀(나중에는 목사로 꿈이 바뀌었다)다운 글솜씨가 아주 돋보였다. 쉽게 잘 썼으니 평소 같으면 한나절이면 읽을 분량의 책이었지만 다 읽는 데 일주일 가까이 걸렸다.

가슴 저리고 숨이 막힐 것같이 아픈 내용이 곳곳에 많아서 책을 덮고 마음을 추스릴 시간이 자주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나같은 독자도 그럴진대 글쓴이의 마음은 어땠을까. 아무튼 기독교 신자이자 목사로서 인간 윤미향에게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 참 많다.

◆ 교회 사찰 집사님의 맏딸 윤미향 

윤미향은 경남 남해 다랭이논 마을이 있는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의 부모님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고향 교회의 종치기였다. 맏딸인 미향이를 공부시키기 위해 수원으로 이사한 뒤로는 수원 어느 교회의 사찰 집사로 평생 성실하게 섬겼다.

부모님의 헌신적인 섬김과 신앙생활을 보며 자란 그의 가슴에 자연스레 부모님의 신실한 신앙이 깊이 각인되었던 것 같다. 어쩌면 그 보이지 않는 신앙의 뿌리가 오늘까지 윤미향을 이끌어왔을 것이다. 그런 부모님의 사랑 속에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어릴 적 꿈이던 시인(詩人)의 길을 접고 목사가 되기 위해 신학대학(한신대 신학과, 이화여대 대학원)에 입학하여 공부하였다.

그렇게 목사의 꿈을 키워가며 공부하던 윤미향은 1988년 일본 남성들의 ‘한국 기생관광’ 문제를 접하면서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알게 되었는데, 이 때부터 윤미향 인생의 스텝이 제대로 꼬이게(?) 되었다.

1992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의 간사로 일을 시작한 뒤 사무국장 사무처장 상임대표를 역임하며 매주 수요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수요시위를 진행하고, 이 일을 기반으로 베트남 한국군 성폭력 피해자 지원, ‘나비기금’으로 재일 조선학교 장학금 지급, 소녀상 건립 운동 등 전 세계 여성인권 운동을 힘차게 견인하고 있다.

◆ 쓰지 말았어야 할 책 

예장합동 교단 소속 목사로서 나는 교단 내 여성 차별의 상징인 여성목사 안수의 문을 열기 위해 애써 왔다. 교단 신학의 보수성 때문에 몹시 부담스러운 주제임에도 목사 면직을 각오하고 작년(2022 년)에 예영커뮤니케이션에서 『개혁주의 신앙과 여성 안수』라는 책을 펴냈다.

서재에 처박혀 그 책의 원고를 쓰면서 속이 정말 많이 상했다. 어느날 교단에서 여성 안수의 문을 열게 되면 수명을 다할 ‘시한부 책’을 쓰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고, 더 답답했던 것은 굳이 나까지 나서서 쓰지 않아도 될 책을 쓰느라 금싸라기같은 시간과 정열을 낭비해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 때문이었다.

어쩌면 윤미향도 책을 쓰면서 나와 비슷한 마음 아니었을까 싶다. 우리 사회가 정상적으로 그리고 공정하게 상식적으로 흘러가고 있다면 굳이 쓰지 않아도 될 책을 쓰느라 그 아까운 글재주를 그렇게 어둡고 칙칙한 내용의 책이나 쓰며 우리 사회의 부정과 불의를 고발하는 데에 낭비하지 않아도 되었을 테니 말이다.

어쩌면 여성 안수 관련 책을 쓰느라 속이 상했던 나보다도 몇 배나 더 심한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그는 원고를 써 내려갔을 것이다. 그래서 책장 사이사이에 깃든 윤미향의 땀과 눈물이 참 안쓰럽게 느껴졌다.

◆​​​​​​​ 쓰지 않으면 안되었을 책 

조국 교수의 책에서도 그랬지만 윤미향의 책을 읽다보면 국정원-검찰-언론이 삼위일체(?)가 되어 어떻게 한 사람을, 한 가정을 처참하게 짓밟을 수 있는지를 실감나게 확인할 수 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국정원이 일본의 정보기관과 어떻게 긴밀히 협조하면서 반일운동가들을 무지막지하게 압박하는지도 알 수 있다.

윤미향의 남편 김삼석은 국정원이 조작했던 이른 바 ‘남매간첩단’ 사건의 당사자(피해자)였다. 신혼의 윤미향이 딸을 임신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지리한 법정투쟁 끝에 무죄 판결이 나고 억울한 4년의 옥살이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배상까지 받았지만, 국정원-검찰-언론이 저지른 참혹한 범죄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사과하지 않고 윤미향에게는 ‘종북 간첩의 가족’이라는 주홍글씨만 아직까지 남아 있다.

아울러 윤미향 개인의 혐의도 법원(1심)으로부터 대부분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럼에도 윤미향의 목에 아직까지 ‘위안부 할머니를 등쳐먹는 나쁜 ×’이라는 주홍글씨가 짙게 새겨져 있다. 윤미향 개인의 명예 회복 뿐만 아니라 그간의 정대협 활동이 도매금으로 깡그리 짓밟히는 상황에서 윤미향은 책을 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적어도 평생을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분골쇄신(粉骨碎身)해 온 자신의 삶을 함부로 부정할 수 없었을 것이고, 자신으로 인해 깔아뭉개지는 정대협의 활동을 어떻게든 변호하고 싶은 열망이 있었을 것이다. 사실(fact)을 넘어서는 진실을 널리 알리지 않으면 안 되도록 이 나라의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등을 떠민 셈이다.

◆​​​​​​​ 큰 그릇, 윤미향 

사람의 감정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수많은 감정 가운데 가장 지저분한 것이 ‘배신감’이라 생각한다. 윤미향의 책을 읽다가 스스로 삶의 줄을 높고 싶었던 순간을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숨이 턱 막혔다. 목사인 나도 언젠가 극단적인 배신감 때문에 한동안 생명의 끈을 스스로 놓아 버리고 싶었던 비슷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노무현 대통령, 노회찬 의원, 박원순 시장의 마음을 그래서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윤미향도 그랬다. 나도 그렇고 윤미향도 그렇고 아무튼 ‘죽음의 강’을 한번 건너보았기에 그의 내면도 지금은 무던히 단단해져 있으리라 생각한다. 배신자를 아직도 쉽게 품지 못하는 탓에, 목사이지만 내가 설교하기 가장 힘들어하는 주제가 바로 ‘용서’다. 그런 점에서 배신자 가룟 유다를 끝까지 품으려 했던 예수님은 진짜 신(紳)이시다.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은 죽음으로도 씻어지지 못할 몸과 마음의 상처가 있는 분들이다. 그렇기에 바람만 불어도 마음에 상처가 도지고 쉽게 토라지기도 잘하며 사람을 쉽게 믿지 못하는 면이 있다. 이 점,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이해해 드려야 할 부분이다. 그런 분들을 평생 섬기며 곁에서 부대끼며 살아온 고단한 세월을 보통사람들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윤미향에 대한 국정원-검찰-언론 삼각동맹의 마녀사냥이 시작되었을 때 이용수 할머니가 윤미향을 무참히 공격하는 기자회견을 본 이들이 많을 것이다. 평생 사랑하고 섬겨왔던 이들로부터 그처럼 배신을 당했을 때, 사랑과 섬김이 깊었던 만큼 배신감도 더 컸을 것이다.

그러나 윤미향은 그럼에도 그 이들을 끝까지 끌어 안고 나가는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았음을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할머니들과 처음 약속했던 대로 가던 길 끝까지 가겠노라 거듭 다짐한다. 그런 점에서 윤미향은 목사인 나보다 백 배는 더 큰 그릇이다.

◆​​​​​​​ 윤미향의 십자가 

[그 때에 임금이 그 오른편에 있는 자들에게 이르시되 내 아버지께 복 받을 자들이여 나아와 창세로부터 너희를 위하여 예비된 나라를 상속받으라. 내가 주릴 때에 너희가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마를 때에 마시게 하였고, 나그네 되었을 때에 영접하였고 헐벗었을 때에 옷을 입혔고, 병들었을 때에 돌보았고 옥에 갇혔을 때에 와서 보았느니라. 이에 의인들이 대답하여 이르되 주여 우리가 어느 때에 주께서 주리신 것을 보고 음식을 대접하였으며 목마르신 것을 보고 마시게 하였나이까? 어느 때에 나그네 되신 것을 보고 영접하였으며 헐벗으신 것을 보고 옷 입혔나이까? 어느 때에 병드신 것이나 옥에 갇히신 것을 보고 가서 뵈었나이까? 하리니 임금이 대답하여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신약성경 마태복음 25:34~40에 있는 예수님의 말씀이다. 세상에서 소외된 약자에게 공감하고 그들을 따뜻하게 섬기는 것이 곧 예수님을 섬기는 삶이라는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윤미향은 평생 ‘위안부-예수님’을 사랑하고 섬기는 일을 위해 예수님처럼 분골쇄신(粉骨碎身)한 사람이다.

우리 대한민국은 이런 사람이 더 많아져야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람이 많아져야 평화통일도 앞당겨질 것이고, 이런 사람이 많아져야 우리 후손들에게 좀 더 살기 좋은 나라를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 나비의 춤사위, 다음 책을 기대하며 

다시 말하지만 윤미향같은 타고난 글쟁이가 쓰지 않아도 될 책을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우리네 현실이 너무 가슴 아프다. 일제강점기 조선땅에 들어와 살던 일본인들이 해방 후 130만 명이 본국으로 돌아가고 70만 명이 이 땅에 눌러 앉았다 한다. 총 인구가 2천만 명이 채 되지 않던 시절이니 70만은 적은 비율이 아니다.

그 일본인들이 이 땅에 눌러 앉은 이유는 조선 땅에 있는 재산이 너무 많기에 그것을 도무지 포기할 수 없어서였다. (그들은 본국과 가까운 한반도 남동쪽에 많이 터를 잡았다.) 그 토착왜구들이 교묘하게 한국인으로 신분을 세탁하고, 갖고 있는 재력을 총동원하여 자식들을 미국으로 유럽으로 유학시켰다.

반면에 독립운동가 집안은 모조리 몰락하고 말았다. 유학에서 돌아온 토착왜구와 친일파의 자식들이 그동안 우리 사회 상층부에 자리 잡고 굳건한 기득권 세력이 되어 부(富)와 권력을 세습해 왔다. 국정원-검찰-언론 삼각동맹의 배후에는 바로 이 친일파 투착왜구 세력이 강고(强固)하게 똬리 틀고 있다.

최근 육군사관학교에서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제거하고 독립군을 때려잡던 친일파 백선엽의 흉상을 그 자리에 앉히려 하는 움직임이 있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따라서 친일 토착왜구 세력의 주적(主敵)이 정대협이고 그 정대협의 상징이 윤미향이다. 정대협의 활동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먼저 윤미향을 죽이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그 일에 앞장섰던 자들이 곽상도, 윤주경, 김현아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같은 당의 송영길은 당에서 윤미향을 제명시키는 데 열심을 냈다. 그렇게 마녀사냥을 당하면서 윤미향이 쓰린 속을 부여잡고 써야만 했던 『윤미향과 나비의 꿈』, 시인이 되고 싶었던 그 눈부신 감성과 글재주로 좀 더 밝고 긍정적인 내용의 책을 쓰면 어떤 감동의 쓰나미가 밀려올지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내심 기대가 크다.

우리 사회가 좀 더 건강해지고, 구정물통이 된 우리 민족의 정기가 바로잡히는 날, 윤미향의 좀 더 밝고 희망찬 새로운 책 출간 소식이 봄날의 나비처럼 산뜻하게 날아들기를 바란다.

2023-11-04

전주열린문교회 대표목사 / 총신대학교 법인 이사 이광우

덧:

오늘을 사는 기독교 신자들 특히 목사 장로들이 성경 다음으로 꼭 챙겨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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