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분 모두 잘 하셨습니다 — 유은혜와 안민석에게
상태바
두 분 모두 잘 하셨습니다 — 유은혜와 안민석에게
  • 노민호 (사)자치분권연구소 시민교육원장
  • 승인 2026.05.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글 : 노민호 (사)자치분권연구소 시민교육원장(사학명문 노민호아카데미 원장)
▲ 노민호 (사)자치분권연구소 시민교육원장.
▲ 노민호 (사)자치분권연구소 시민교육원장.

[노민호의 자치(自治)통찰=뉴스피크] 오늘 유은혜 전 장관께서 경기도교육감 불출마를 선언하셨다. 짧은 입장문이었지만, 그 안에 들어있을 시간의 무게는 결코 짧지 않았으리라 짐작한다.

나는 유은혜, 안민석 두 분 모두와 직접 깊은 인연이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어느 쪽도 돕는게 어려웠다. 그래서 한 사람의 시민으로, 또 오랫동안 자치분권과 교육 의제를 지켜본 사람으로서 이번 경기도교육감 민주·진보 후보 단일화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그래서 오늘은 두 분께 한 마디씩 드리고 싶다.

유은혜 후보께

먼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서 코로나 한복판에서 우리 아이들의 학교를 지키신 분이 누구인지, 우리는 잊지 않았다. 원격수업이라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행정이 먼저 걸어야 했던 그 시절, 누군가는 그 자리에 있어야 했고 그 자리에 계셨던 분이 유은혜 장관이었다. 역대 최장수 교육부 장관이라는 기록은 그저 숫자가 아니라, 가장 흔들리는 시기에 가장 오래 견뎌낸 사람의 이름이다.

이번 단일화 과정이 흡족하지 않으셨을 줄 안다. 운영의 매끄럽지 못함, 경선 룰을 둘러싼 이견, 그리고 무엇보다 결과 자체. 정치인으로서, 또 한 사람의 자존심을 가진 교육자로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대목이 분명 계셨을 것이다. “안민석 캠프엔 할 말이 없다”는 그 한 줄에서 나는 분노보다 깊은 피로를 느꼈다. 충분히 그러실 만하다.

그러나 결국 후보 등록일을 앞두고 불출마를 결단하신 그 자리에서, 정치인 유은혜가 아닌 교육자 유은혜를 봤다. 끝까지 갈 수도 있었다. 끝까지 가서 진영 전체에 더 큰 상처를 남기는 길도 있었다. 그 길을 택하지 않으신 것 — 그 하나만으로도 오늘의 결정은 충분히 무겁고 충분히 존경받을 만하다.

남은 인생의 길이 어디로 향하든, 부디 너무 오래 마음에 담아두지 마시길 빈다. 한 번의 선거가 한 사람을 다 설명하지 않는다. 그동안 걸어오신 길이 그대로 유은혜라는 이름의 무게다.

안민석 후보께

이제 진짜 시작이다. 경기도교육감 민주·진보 단일후보가 되었다는 사실은 절반의 출발선일 뿐, 본선의 무게는 거기서부터 비로소 얹힌다. 그리고 그 무게는 안민석 한 사람의 것이 아니다. 유은혜 후보가 품으셨던 “숨쉬는 학교”의 절박함, 박효진 후보가 교육 현장에서 길어 올린 교사들의 한숨, 성기선 후보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으로 다듬어 온 공교육의 원칙 — 이 모든 것을 한 어깨에 함께 메고 가야 한다는 뜻이다.

오산에서 5선 의원을 하셨다. 국회 교문위에서도 5선이셨다. 어떤 정치인보다 교육 현장의 결을 오래 만져본 분이라는 걸 안다. 22대 총선 불출마 후 버클리에서 보내신 시간이 어떤 의미였는지도 짐작한다. 한 번 비워야 다시 채울 수 있다는 것을, 긴 정치를 하신 분이 모를 리 없다.

다만 지금 이 시점에서 한 가지만 말씀드리고 싶다. 이긴 후보의 첫 번째 임무는 진 후보를 끌어안는 일이다. 이미 캠프 차원에서 충분히 그 일을 하고 계실 줄 안다. 그러나 그 일은 한 번의 인사로 끝나는 일이 아니라, 본선이 끝나는 그날까지, 아니 교육감 임기 4년 내내 이어져야 할 자세다. 유은혜 후보의 정책, 박효진 후보의 현장, 성기선 후보의 원칙 — 이 셋을 안민석의 그릇에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 그것이 6월 3일 이후의 안민석을 결정할 것이다.

본선 상대인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을 결코 가볍게 보시면 안 된다. 2022년 경기도 첫 보수 교육감이라는 이름값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그러나 동시에, 지난 4년 동안 경기 학부모들의 마음에 쌓인 피로와 갈증도 결코 가볍지 않다. 그 갈증을 누가 더 잘 읽고, 누가 더 정확한 언어로 응답하느냐의 싸움이다. 화려한 구호가 아니라 학부모의 새벽잠을 설치게 하는 그 구체적인 불안에 가닿는 언어. 안민석이라면 가능하다고 본다.

한마디 더

정치는 이긴 자의 기록으로 남는다. 그러나 진영의 품격은 진 자를 어떻게 대하느냐로 가늠된다. 오늘 유은혜 후보의 결단에 진영 전체가 빚을 졌다. 그 빚은 6월 3일 승리로만 갚을 수 있다.

두 분 모두, 잘 하셨다. 그리고 두 분 모두, 잘 하실 거라 믿는다.

* 글 : 노민호 (사)자치분권연구소 시민교육원장(사학명문 노민호아카데미 원장)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