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민호의 자치(自治)통찰=뉴스피크] 송영길이 인천 연수갑에 전략공천됐다. 김남준은 계양을이다. 이광재는 하남, 김용남은 평택으로 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최고의 전략공천"이라고 자기의 결정을 칭찬했다.
여기까지가 표면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자꾸 어떤 데자뷔가 어른거린다. 15년 전, 20년 전 우리가 봐온 그 풍경이다. 당 대표가 공천권을 휘두르고, 측근을 핵심지역에 배치하고, 그게 '통큰 정치인'으로 미화되는 풍경 말이다.
더 답답한 건 따로 있다.
김남국이 안산갑 출마 의사를 밝혔는데도 누구도 이에 대해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는 사실.
의원 신분으로 본회의장에서 코인이나 들여다보다 걸려서 자진해서 탈당까지 한 사람이다. 그러다가 살아나서 비서관 자리에 앉아서 동료 의원의 인사청탁을 사적 라인으로 처리하겠다고 답하다가 카메라에 찍혔다. 그래서 경질된 사람이다. 그런데 이번에 또 부활했다. 예수도 이런 예수가 없다.
본인은 명예회복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정치인의 부활은 지도부가 아니라 시민이 해주는 것이다. 민주당 분위기가 이렇게 좋은데 대충 꽂는다고 무슨 상관이냐는 식이면 곤란하다.
남들은 한번 부활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데 예수도 아닌 김남국은 어떻게 두번이나 부활했을까? 그래서 불사조라 불린다 한다. 나는 김남국을 검토대상에 올렸다 했을 때 누구하나 말이 없는 당의 분위기에 정말 실망했다. 어떤 이는 그를 진심으로 옹호하더라. 오마이 갓.
반대 케이스도 있다. 김용이다.
조승래 사무총장이 라디오에서 "긍정적 면보다 부정적 면이 많다는 의견이 더 강하다"고 했다. 나는 이게 가장 아쉽다. 김용이 어떤 사람인가. 정치검찰이 이재명을 잡겠다고 만든 표적 수사의 정중앙에 서서, 3년을 감옥에서 버틴 사람이다. 말이 3년이지, 그 3년이 어떤 시간이었을지 짐작이라도 가는가. 죄가 있어서 들어간 게 아니라, 누군가를 잡기 위한 도구로 쓰였기 때문에 들어간 사람이다. 그리고 그 누군가가 지금 대통령이다.
사고를 친 사람은 부활하고 사고를 당한 사람은 매장해 버리는 정당에서 '선당후사'는 개나 줘버릴 기준이 된다. 사고를 친 놈과 사고를 당한 놈을 어떻게 같은 리스크로 보느냔 말이다.
지금과 같은 민주당 우위 분위기만 아니었다면 김태우 공천의 결말이 없으란 법이 어디있는가? 사람이 어제 일도 잊는다더니, 정치권은 재작년 일도 잊는다.
전략공천이라는 단어는 본래 험지 돌파, 인재 영입, 지역 안배를 위한 것이다. 그런데 한국 정당에서 전략공천은 거의 항상 '중앙당이 공천권으로 사람을 옮겨심는 작업'의 다른 이름이었다. 본질이 같은데 이름만 바꿔달면 정명이 안 되는 것이다.
아니, 솔직히 말해보자. 이게 우리가 그토록 비판했던 그 정치와 무엇이 다른가. 박근혜 시절의 "진박 공천"과 이번 정청래 체제의 "친명 전략공천"이 구조적으로 어디가 다른가. 사람이 다르고 명분이 다를 뿐, 시스템은 똑같이 굴러간다. 다른 게 있다면 우리 편이 한다는 것뿐인데, 그래서 그게 면죄부가 되는가?
낙관은 좋다. 나도 이번 정부가 잘 되기를 누구보다 바란다. 그러나 교만하지 않은 낙관과 교만한 낙관은 다르다. 지지율 60%대가 영원할 거라고 믿는 순간, 그게 교만이 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잘하는 것과, 그 주변이 공천권으로 자기 사람 심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후자는 어김없이 부메랑이 된다.
정당의 가장 큰 적은 야당이 아니라 자기 안의 오만이다.
지킬 사람은 지키고, 자를 사람은 잘라야 했다.
물론 이런 얘기 떠들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나. 미니총선 한 판 지나가면 이런 글은 다 잊혀질 거고, 누군가는 또 "그래도 우리가 이겼잖아"로 결산할 거다. 이긴 자의 회고 앞에서 절차의 문제는 늘 사소해 보이는 법이니까.
다만 이긴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우리는 이미 두 번 봤다. 세 번째까지 똑같이 가는 건, 이번에야말로 진짜 어리석은 일이다.
* 글 : 노민호 (사)자치분권연구소 시민교육원장(사학명문 노민호아카데미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