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분권 전문가 유문종, 데이터 분석가 유한봄, 세대를 넘어 지방자치의 과거와 미래를 엮다

[뉴스피크] 오늘날 한국 사회는 정국의 양극화와 지역 불균형, 인공지능(AI) 기술의 급습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 서 있다. 흔히 민주주의를 여의도 중심의 ‘중앙 정치’ 전유물로 여기기 쉽지만, 민주주의의 진짜 뿌리는 우리 곁의 ‘지방자치’에 있다고 강조하는 책이 출간돼 주목된다.
바로 도서출판 살림터에서 펴낸 『숫자로 읽는 한국의 지방자치 : 인공지능시대, 민주주의의 미래를 찾다』(저자 유문종, 유한봄)이다. 이 책은 관념적인 담론에 머물던 지방자치를 조례, 헌법 조문, 선거 연령 등 객관적인 ‘숫자’를 통해 해부하고 분석한 실증적 보고서다.
■ ‘자치 없는 민주주의’의 허상을 숫자로 꼬집다
『숫자로 읽는 한국의 지방자치 : 인공지능시대, 민주주의의 미래를 찾다』는 민주주의를 국가 권력의 배분 문제가 아닌 ‘시민의 삶과 일상’의 문제로 정의한다. 저자는 중앙 정치가 이념과 권력 투쟁의 장이라면, 지방자치는 시민이 문제를 발견하고 토론하며 해결하는 ‘생활 민주주의’의 현장임을 강조한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한국 지방자치가 겪어온 ‘30년의 공백’에 대한 분석이다. 임시조치법과 헌법 부칙이라는 숫자에 가려진 장치들이 어떻게 지방자치를 지연시키고 억압해 왔는지 추적한다.
또한, 늘어나는 조례의 숫자와 변화하는 선거 연령 등 통계 데이터를 통해 우리 삶이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 그리고 여전히 자율성을 가로막고 있는 제도적 한계는 무엇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특히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의 주체성과 시민성이 약화될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지방자치는 시민이 민주주의를 체득하고 확장하는 필수적인 기반이라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그리고 결국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의 주변이 아니라, 민주주의 그 자체이며 미래를 향한 핵심 경로라고 역설한다.
저자는 다양한 숫자를 통해 이러한 구조적 모순과 한계를 드러내며, ‘자치 없는 민주주의’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다. 결국 민주주의의 미래는 시민이 참여하고 경험하는 지방자치를 회복하고 확장하는 데 달려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 현장의 연륜과 데이터의 날카로움이 만난 ‘2세대 공저’
저자들의 이색적인 조합도 눈길을 끈다. 30여 년간 시민운동과 행정 현장을 누벼온 유문종 전 수원시 제2부시장은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온 민주주의의 가치를 설파한다. 그는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 등을 역임하며 “민주주의의 해법은 자치 현장의 시민에게 있다”는 신념을 실천해온 인물이다.
여기에 사회학을 전공하고 IT 현장에서 데이터 분석 역량을 쌓은 청년 유한봄 씨가 힘을 보탰다. 그는 방대한 지방자치 조례를 수집·정제하고 시각화하여, 막연한 ‘말’이 아닌 정교한 ‘숫자’로 지방자치의 현주소를 증명해냈다. 기성세대의 통찰과 청년세대의 데이터 분석이 만나 한국 지방자치의 입체적인 지도를 완성한 셈이다.
■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의 주변이 아니라 그 자체다”
인공지능 시대, 인간의 주체성이 위협받는 환경에서 이 책은 역설적으로 ‘마을’과 ‘자치’에 주목한다. 저자는 지방자치가 단순한 행정 제도가 아니라, 시민이 민주주의를 체득하는 필수적 기반이자 미래를 향한 핵심 경로라고 단언한다.
‘숫자로 읽는 한국의 지방자치’는 6.3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무관심에 빠진 시민들에게는 민주주의의 효능감을, 출마예정자들이나 정책 입안자들에게는 구조적 모순을 해결할 실증적 근거를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