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만사족발’에서 한 잔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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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만사족발’에서 한 잔 어때요?”
  • 이민우 기자
  • 승인 2014.0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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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재료와 정성으로 빚어낸 맛···대한민국 ‘넘버원’ 꿈꾼다”

▲ 족발과 양념불족이 반반. ⓒ 뉴스피크
쫀득쫀득 담백한 맛이 일품인 족발은 돼지 발의 살을 익혀 기름을 뺀 먹거리다. 족발은 비타민B1, B2를 비롯한 각종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있어서 피로회복과 피부미용에 좋다. 함경도 실향민들이 영양가가 풍부하다는 사실에 착안해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돼지족은 앞발이 뒷발보다 더 크고 값도 비싸다.

족발이라고 다 같은 족발이 아니다. 겉은 쫄깃하고 속은 부드러운 따끈한 족발이 시민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바로 ‘만사족발’이다.

수원시 권선구 탑동 765-7, 탑동초등학교 근처에 위치한 ‘만사족발’은 개업한 진 얼마 안 되었는데 이미 먼곳에서 찾아오는 단골들도 생겼고, 수원 바닥에 ‘맛집’으로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겉보기엔 평범한 족발집이다. 순대국과 족발 사진에 ‘순대국’ ‘족발’이라는 큰 글씨의 간판이 눈에 띈다. ‘진한 사골 육수로 끓인 전통 순대국’이라는 조그만 현수막도 보인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은 편이다. 잘 해야 10평이나 될까? 입구쪽에 계산대가 있고 그 옆으로 주방이 시원하게 트여 있다. 식탁은 9~10개, 아담하게 놓여 있다. 스포츠머리 스타일의 주인장이 환하게 웃으며 반갑게 맞는다. ‘만사족발’ 박정한(46) 대표다. 부부가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 족발은 박 대표가, 순대국은 부인 고숙자(45) 씨가 내오고 있다.

▲ 박정한 대표와 부인 고숙자 씨. 남편은 족발, 부인은 순대국의 맛을 책임진다. ⓒ 뉴스피크
“맛으로, 정직함으로 승부를 보려고 합니다.”

남다른 ‘만사족발’ 맛에는 박 대표의 고집스런 철학이 담겨 있다. 박 대표는 맛의 비결로 좋은 재료와 정성을 꼽았다.

우선 좋은 재료를 쓴다. 생족은 당일 도축한 것을 쓴다. 아무리 오래된 생족도 전날 잡은 것이다. 냉동이나 수입 생족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족발을 내오는 과정도 생각보다 간단치 않다. 찬물에 담가 핏물을 빼는데 족히 4~5시간은 걸린다. 애벌삶기를 해 돼지 특유의 잔냄새를 없앤다. 다시 꺼내서 발가락 사이사이를 깨끗이 닦는다. 면도질로 잔털을 제거한다. 그러고도 아예 가스토치로 털을 그을려 없앤다. 다시 닦아서 삶기에 들어간다. 재벌삶기는 중간불에서 2시간 정도가 걸린다. 월계수 잎이나 오향, 계피 등 갖가지 한약재가 들어간다. 과일도 몇 가지 넣는다.

“똑같은 레시피와 똑같은 시간을 공들여도 정성이 들어가지 않으면 맛이 나지 않습니다.” 박 대표의 지론이다. 역시나 ‘만사족발’만의 핵심 레시피는 비밀이다. 일반적인 것만 얘기해 주는 것이라고 슬쩍 귀띔했다.

박 대표가 ‘족발계’에 발을 내딛은 건 7년 전이었다. 박 대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술안주는 서민적 음식인 족발이었다. 그것이 계기가 됐다. 고모님으로부터 맛있는 족발을 만드는 대략적인 비법을 전수받았다. 그리고도 박 대표는 부인과 함께 수개월에 걸쳐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마침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최고의 족발을 탄생시켰다. 그건 바로 따뜻하고 부드러운 ‘수육식 족발’이었다.

차갑고 딱딱한 느낌의 기존 족발과 확실한 차별화를 이뤄내는데 성공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족발을 내기 위해선 조리시간과 고객이 시식하는 시간 간격이 최대한 짧아야 합니다. 조리하자마자 나온 족발을 바로 먹는 것이 족발을 가장 맛있게 먹는 비결 중 하나죠.”

대부분 그렇고 그런 족발집들은 채인점에서 진공포장해서 제공하거나 오늘 만들어 놓은 것을 보관해놨다가 내일 팔기도 한다.

“족발을 조리하는 과정이 귀찮고 고되니까 다들 그렇게 안하려고 하죠.”

역시 맛의 비결은 첫째도, 둘째도 정성이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사람들의 입맛을 끌어내기는 쉽지 않았다. 사람들의 입맛은 차갑게 식은 딱딱한 족발에 익숙해져 있었다. 한번은 배달을 하고 돌아왔는데 다시 전화가 왔다. 되돌아 가보니 ‘족발이 물렁물렁한 게 잘못된 것 같다’며 바로 앞에서 집어던졌다. 하마터면 싸울 뻔 했다. 그리고 3일 정도 후에 다시 주문 전화가 왔다. 이제 그 사람은 박 대표의 족발 매니아가 됐다.

그렇게 박 대표는 수원에서 ‘아강족발’로 이름을 날렸다. 그가 새로운 족발을 내놓았으니 그게 바로 ‘만사족발’이다. “‘만사족발’은 원조 ‘아강족발’에서 업그레이드된 ‘아강족발 시즌2’라고 표현할 수 있어요.”

‘수육식 족발’에 바비큐 맛을 가미해 새로운 맛을 탄생시켰다. 자체 개발한 양념으로 ‘양념불족’을 메뉴에 더했다.

“손님들이 오셔서 진짜 고맙다는 말씀을 많이 하세요. 동네에서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맛집이 생겨서 고맙다고요.”

▲ 깔끔한 상차림.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 뉴스피크
▲ 순대국은 숙취해소에 좋다. ⓒ 뉴스피크
박 대표는 이런 손님들의 반응에 보람을 느낀다. 한번은 늦은 밤 족발이 다 떨어졌는데 ‘먹다 남은 족발이라도 달라’고 하는 손님도 있었다. 특히 포장을 해달라는 손님이 정말 많아졌다. 한번 맛을 본 손님들이 가까운 사람들에게 맛을 보게 해주고 싶어 한다는 반증이다.

‘만사족발’에선 순대국도 곁들여 팔고 있다. 순대는 비타민A,B와 섬유질이 풍부해 숙취해소에 좋다. 조선시대에 나온 요리책 <시의전서>에 나올 정도로 유서 깊은 서민 음식이다. 순대국 조리는 부인 고 씨의 몫이다. 순대는 친누나가 직접 만든 옛날식 순대를 사용한다. ‘만사족발’과 마찬가지로 재료는 모두 국내산이다. 당연히 화학조미료도 안 들어간다. 2주 가량 계속 먹어 보면서 순수 천연재료로만 맛을 냈다. 사골은 우려낼 때마다 맛이 다르다. 가장 구수한 육수의 맛도 찾아내고야 말았다.

무엇보다 순대국의 담백한 맛을 내기 위해 기름기를 최대한 제거했다. 예를 들어, 돼지머리 하나를 삶으면 순대국이 10그릇 나온다고 할 때 ‘만사족발’의 순대국은 6~7그릇밖에 나오지 않는다. 기름기는 물론 불필요한 것을 다 떼버리기 때문이다. “어차피 남는 장사, 조금 덜 남더라도 맛이 중요하잖아요.”

▲ 만사족발의 주메뉴는 족발과 순대국이다. ⓒ 뉴스피크
“대한민국 ‘넘버원’을 꿈꾸고 있어요.”

박 대표의 포부다. 벌써부터 가맹점을 내 줄 수 있냐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조급해 하지 않는다. “가맹점 숫자를 늘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죠. 한 점포, 한 점포 모두 제가 직접 운영하는 것처럼 맛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체인점 사업을 하면 족발을 받아다 내놓기만 하는 식이 아니라 조리 능력을 다 전수해 줄 생각이에요.” 아직 시작하진 않았지만, 한다면 전국적으로 체인점을 300개 정도 내는 것이 목표다.

아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던가! 이제 ‘만사족발’ 맛을 볼 차례다. 족발과 양념불족을 반반 섞어 주문했다. 바비큐 향에 매콤한 맛을 더한 족발이 쫄깃하게 입안에서 씹힌다. ‘만사족발’에 막걸리 한잔 걸치니 여기가 바로 무릉도원이네.

문의: 031-292-3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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