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 빙하기를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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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 빙하기를 맞다
  • 소풍 기자
  • 승인 2013.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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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 빙하기를 맞다

이 별이 태양 주위를 서성이는 까닭은 무엇인가.

해가 진다. 언제나 캄캄해지는 순간, 무언가를 잘못한 기분이 드는 날들.
그 날들은 단순하지 않았다. 무엇이든 섞여 있었다. 혼자 감당할 불안함을 서로 엮으면 태연하리라는 계산이었고, 상관없이 세상은 쉬지 않고 비명을 질러댔다. 비명과 저주는, 이 모든 것이 너에 욕망 때문이라 했다. 그것만 제거하면 조용한 낙원이 온다고 떠들어댔지만, 소음일 뿐이었고, 세상은 너와 너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동시에 전부가 욕망을 포기할 순 없었고, 모두가 열어만 달라고 화를 내고 있는 자물쇠 같았다.
비명만 지르는 고집쟁이 자물쇠. 외로움에 녹슨 자물쇠.
 
그런 너희들 속에 너를 만났다.
자물쇠는, 네가 열쇠지, 기다렸어 들어와. 했지만, 거의가 맞지 않는 법. 덜거덕 맞춰보다가 크게 긁힐 수도 있겠지만, 돌려보는 중이다. 어쩔 수 없다. 복잡한 비명만 시끄러운 세상에서, 열쇠인 것 같으면 돌려봐야 하는 것이다. 열릴지 안 열릴지보다, 우리가 자물쇠라는 게 먼저였다.
우리가 되려면, 너에 욕심만 내려놓으면 되었다. 나의 것은 보편적인 가치여서, 흠잡을 데 없는, 절대로 옳은 무엇. 내 고집이 먼저였다.
혼자라는 게 먼저였다.

그런 자물쇠들 속에서 너를 만난 것이다.
그녀에 눈가에서, 목덜미를 타고 미끄러진, 태양이 추락한 날.
이 별에 빙하기가 시작되었다.
 

* 시인 신승우(申承祐)
1972년 경기도 수원시에서 태어나 장안대학 응용미술과에서 공부했다.  군 제대 후 교통사고로 뇌병변 장애인이다. 2001년 ‘장애인 근로자 문화제’에서 시 부문 금상, 2004년 <솟대문학> 추천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경기도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부대표, 사단법인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경기 지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경기도 장애인 극단 난다 대표, 수원새벽빛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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