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
상태바
겨울밤
  • 소풍 기자
  • 승인 2013.01.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겨울밤

훨훨 타오르는 얼음 불길 속에서, 따스한 햇살을 추억하는 건,
지나친 자해.
이제 살들은 떨지 않는다.
넋이 빠진 뼈에 붙어, 흔들리고 있을 뿐.

젖은 연탄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유년의 겨울을 묵념해본다.
가느다란 다리로, 두터운 솜이불 속으로 들어가 숨으면,
병이든 창백한 낯빛의 아침이, 창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럼, 또 된장국이야 하며,
데워진 속으로 학교로 도망가면, 당번은 톱밥으로 난로를 데우고 있었다.
언 콧물로 운동장에 한참을 서 있으면, 방학이 시작되었고,
겨울잠을 자는 곰 새끼마냥, 방학숙제와 뒹굴며 세월은 흘러갔고, 몇 번의 봄날도 있었을 것이다.

따뜻한 거리에 풀어져 나온 사람들과 거리를 걷고, 신문을 읽고 커피를 마셨다.
진달래나무 한 그루와 연애도 했지만, 봄날은 겨울을 뚜렷이 보여주기 위한 장치였다.

도대체 겨울밤이 지나면, 해가 뜬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

벌벌 떨던 뼈들이 어그러진다.
  

* 시인 신승우(申承祐)
1972년 경기도 수원시에서 태어나 장안대학 응용미술과에서 공부했다.  군 제대 후 교통사고로 뇌병변 장애인이다. 2001년 ‘장애인 근로자 문화제’에서 시 부문 금상, 2004년 <솟대문학> 추천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경기도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부대표, 사단법인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경기 지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경기도 장애인 극단 난다 대표, 수원새벽빛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