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단어의 뼛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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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단어의 뼛속
  • 소풍 기자
  • 승인 2012.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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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단어의 뼛속

우린 그 단어의 뼛속을 질주했다.
세상 어떤 것도 우릴 쫓아올 순 없었고, 어떤 시인이 그 속도가 광속 B612라고 했지만,
뒤에서 ‘네가 봤어’ 하는 소리에 울음을 터뜨렸다. 아무래도 좋았다.
우린 맨발이었고 낄낄거렸다. 그러다가도 엉엉 울었다. 미친 것 같았다.
아니, 미쳐 있었다.

우린 그 단어의 뼛속을 달렸고, 그곳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걸릴 것이 없었단 말이다. 하지만 우린 너무도 빠르게 달려서,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이상한 줄도 몰랐다.
우린 뼛속을, 바로 죽을 것처럼 질주했다. 어쩔 수가 없었다. 속에선 간지러운 더운 피가 돌고 돌고, 이 별은 우리가 맨발로 뛰어 돌리지 않으면, 낮과 밤이 바뀌지 않았기에.

우린 엉엉 울다가도 갑자기 꽈리 꽃처럼, 웃음을 터뜨리며 질주했다.
사랑.
그 아무것 없던 말의 뼛속을.

    

* 시인 신승우(申承祐)
1972년 경기도 수원시에서 태어나 장안대학 응용미술과에서 공부했다.  군 제대 후 교통사고로 뇌병변 장애인이다. 2001년 ‘장애인 근로자 문화제’에서 시 부문 금상, 2004년 <솟대문학> 추천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경기도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부대표, 사단법인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경기 지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경기도 장애인 극단 난다 대표, 수원새벽빛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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