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에 젖는 건 틀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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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에 젖는 건 틀린 것이다
  • 소풍 기자
  • 승인 2012.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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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에 젖는 건 틀린 것이다

분수 물에 젖는 거와, 빗물에 젖는 거는 다르다.
공원엔 달이 두 번만 차도, 보기에도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는 계절이 온다.
텅 빈 공원을 지나가다, 비를 맞으며 생각한다. 빗물에 젖는 것과, 분수 물에 젖는 건 틀린 것이다. 분수 물은 옷과 살가죽을 적시지만, 빗물은 혈관 안 시간을 적신다.

우두커니, 우산을 놓친다. 나를 아는, 또는 모르는 여인들의 눈물이, 섞여 있을 것이 틀림없으리. 당신을 위해 울어준 사람이 비가 되어, 당신을 찾아 적시는 것이다. 우산 없이, 흠뻑 젖는 사람은, 많은 눈물이 빗어 세상에 출현한 사람임을 알고,
맞으라. 눈물에 젖어라. 

또다시 상념이, 그 계집아이 덧니로 옮겨가며 후드득 거세지는데,
그만 두자. 젖으라고 비는 오는 것이다.
이 비는 그치지 않을 것이다.
 

* 시인 신승우(申承祐)
1972년 경기도 수원시에서 태어나 장안대학 응용미술과에서 공부했다.  군 제대 후 교통사고로 뇌병변 장애인이다. 2001년 ‘장애인 근로자 문화제’에서 시 부문 금상, 2004년 <솟대문학> 추천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경기도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부대표, 사단법인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경기 지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경기도 장애인 극단 난다 대표, 수원새벽빛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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