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지난 3일 수원에 왔다. 다산인권센터가 20주년을 맞아 수원시평생학습관 교육실에서 진행한 기념특강 ‘인권과 민주주의’ 강사로 열강을 했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문제 해결을 위해 85호 크레인 위에서 309일 동안 고공농성을 벌였던 김 지도위원은 <소금꽃 나무>(후마니타스)란 책으로도 알려진 노동자다. 김 지도위원은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이른바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를 풀려면 노동자와 진보인권진영이 연대해야 함을 역설했다.
강연 내용 중 가장 기억 남는 건 김 지도위원이 지난 5월 독일에 방문했을 때의 경험담이다. 김 지도위원은 “독일도 집회를 하면 경찰들이 제일 먼저 달려 온다”며 당시 겪은 상황을 설명했다.
“경찰이 다가와서 묻는 거예요. ‘어디 불편한 데는 없느냐’고. 그래서 ‘당신들이 불편하다’고 했죠. 그랬더니 경찰이 ‘시위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서 당신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하는 거예요.”
결국 독일 경찰들은 멀찌감치 길 건너로 가서 집회가 끝날 때까지 지켜보면서 ‘보호’해주더니, 집회를 마치고 갈 때 손까지 흔들며 인사하더라고 했다.
최루액 쏘고, 때리고, 연행하는 한국 경찰만 봐 왔던 김 지도위원은 물론 강연 참가자들 역시 ‘어색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관련 토론회에서 일어난 사연도 소개했다. ‘경찰의 평택 쌍용차 파업 진압’ 장면 영상을 본 한 독일 노동자가 깜짝 놀라더라는 거였다. 경찰이 어떻게 노동자들을 테러범 대하듯 할 수 있느냐는 얘기다.
곧 대통령 선거가 다가온다. ‘친 서민’, ‘경제민주화’, ‘무상보육’ 말로만 떠들어 대는 것보다 인권을 위해 양보하지 않고 원칙은 지켜내며, 노동자를 위해 진정한 공권력을 행사하는 대한민국이 보고 싶다.
재벌이 아니라 노동자를 보호해 주는 경찰, 건설업자가 아닌 철거민들의 권리를 지켜주는 경찰, 사회적 약자의 집회와 시위를 보장하고 지켜 주는 공권력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민주주의이며, 인권사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