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에게 생각의 힘을 선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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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에게 생각의 힘을 선물하자!
  • 이철호 기자
  • 승인 2012.0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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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의 창의성을 찾는 여정 1

▲ 아이가 태어났다. 부부는 가족이 되고, 어른은 부모가 된다. 너무나 감사하고도 완전한 책임이 생기는 날이다. ⓒ 뉴스피크

축복이자 행복한 고민의 시작

아이가 태어났다.
처음에는 어색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모든 것을 부모에게 기대는 아이를 보면 하루가 다르게 기쁨과 책임이 커짐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 점차 생활과 사고의 중심이 아이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이 아이에게 자신이 못다 이룬 것을 이룰 수 있는, 힘든 세상에서 꺾이지 않고 자신의 행복을 이룰 수 있는 가능한 많은 선물을 주고자 노력한다.

아이가 옹알거리기 시작하고, 엄마 아빠를 부르기 시작하고, 고개를 곧추세우고, 드디어 걷기 시작하면 기쁨은 더할 나위 없이 커지지만, 동시에 불안감도 서서히 높아가기 시작한다. 이 아이가 제대로 클지, 과연 부모로서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하루 열두 번도 더 생각이 바뀌는 시기가 된 것이다. 가능한 한 가장 훌륭한 삶을 마련해주고 싶은데, 과연 그 일을 어떻게 가능할지 책임과 함께 두려움마저 드는 것이다.
내 아이지만, 가장 사랑스럽고 고민스러운 존재가 바로 그곳에 있다.

부모로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구나 가졌을 법한 이 질문에서 내 아이를 위한,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탐구 여행을 시작하고 한다. 가능한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좋은 이야기를 매듭을 지어볼 생각이다. 그리고 또래 아이들이 어떻게 놀고, 성장하고 있는지 많은 부모와 아이 그리고 교육현장을 찾아보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은 미취학 아동에게 어떤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 있기에, 아이들이 마음껏 놀고 즐길 수 있는 현장을 찾아보려고 한다. 그 현장은 누구나 다닐 수 있고, 많은 아이가 경험했으며, 단지 놀이뿐만 아니라 아이의 (육체와 생각 모두의) 성장이라는 목표를 우선으로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기준을 세우고, 도서관과 ‘미술로 생각하기’의 여러 현장을 찾아다닌 여정을 시작해본다.

▲ 아이가 누워만 있다 뒤집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앉아 있는다. 그리고 온집을 휘젓고 다니기 시작한다. 그 성장이 놀랍다. 아이의 미래가 급한 게 아니라, 지금 현재를 빠르게 쫓는 게 더욱 중요하다. ⓒ 뉴스피크

쉽고도 어려운 부모의 자세

“내 아이를 믿어라!”
교육에 관한 대다수 책이 이야기하는 바가 바로 이것이다. 이보다 간단한 것은 없지만, 또 그것만큼 어려운 것도 없다. 사실 현대의 부모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과 상식을 과신하는 경향이 있다. 쉽지 않은 사회에서 나름의 자리 잡으면서 생겨난 고정관념과 쌓아놓은 경험은 아이를 자신의 눈과 기준으로 판단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물어보자!
당신은 아이가 현재 어떤 단계인지 알고 있는가? 만약 당신의 아이가 4세 또는 5세라면 그 아이가 왜 동그라미만 그리는지 이유를 아는가?

▲ 그림을 사진같다고 하지만 원시부족은 그림과 대상이 같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우리는 아이의 그림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그들 세상의 규칙을 알기 전까지는. ⓒ 뉴스피크

좋은 책과 자료가 넘쳐나고, 인터넷이 발달하다 보니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 관한 놀랄 정도로 많은 정보와 지식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반면에 자신의 아이가 지금 왜 그런지를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부모가 놀랄 만큼 적어진 것 또한 사실인 듯하다.

사실 아이들은 정답이 없는 존재들이다. 그야말로 아이들이 그 하나하나가 모두 다른 세계인 셈이다. 그리고 교육을 통해 정답을 찾는데 익숙해진 우리 어른들은 그 확신 없는 세계를 불안해한다.

부모의 불안과 상관없이 아이는 자신의 세계에서 놀라운 집중력과 호기심을 발휘한다. 다만 갖고 노는 재료가 조잡하고 솜씨가 서툴기 때문에 어른들은 아이의 능력을 무시하거나 인정을 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아이가 남과 다른, 자신의 생각을 뛰어넘는 사고와 자아를 가지게 될 때 많은 부모는 오히려 당황하고, 불편해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면서 서로 위안을 하고, 아이의 호기심에 찬 활력을 진정시킨다.
“너는 왜 이러니? 더 크면 안 그러겠지!”
한 아이의 부모이자 20여 년째 아이들을 교육하고 있는 한 ‘미술로 생각하기’(이하 ‘미술로’)의 원장은 부모들은 아이가 말을 할 줄 알면 그때부터 바로 ‘어른’ 취급을 하면서 “내가 전에 말했잖아!”라고 아이를 야단친다고 말한다.

부모는 아이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놀라워하며, 그 아이가 자신이 한 말을 기억하고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물론 아이는 기억을 하지 못한다. 그저 말을 할 뿐이고, 그 아이는 그 나이에 맞는 ‘아이’일 뿐이다.

잠시 아이의 발달단계를 보자.
아이가 대략 세 살 정도의 나이가 되면 ‘나’라는 단어로 자신을 지칭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그리고 두세 살 때 아이 두뇌는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는데, 두뇌의 연결망인 시냅스 synapse 수가 최고치에 달하는 등 가장 급격히 발달하는 시점이 된다. 이때 아이의 뇌 활동량은 어른 뇌의 2배로, 바쁜 뇌 활동은 아홉 살에서 열 살까지 유지된다. 연결해야 하는 시냅스가 많기 때문이다.

이 시기의 아이는 무엇이든 주는 대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소위 지식이라는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는 좋은 밭이 되어 있는 것이다. 놀라운 세계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때 준비되지 않는 부모는 실수하게 될 가능성이 많은 시기이기도 하다.
가끔 농담 삼아 우리 아이가 천재가 아닐까 하는 말을 건네는 부모들이 있다. 그게 그저 농담일까 싶을 정도로 아이들의 변화와 발전은 놀랍기 그지없다.

그리고 이때 부모들은 본격적으로 다른 아이 또는 부모와 비교를 시작한다. 다른 아이와 자기 아이의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아이의 미래가 지금 당장 결정될 것처럼 서두르기 시작한다. 이때 아이는 다시 ‘아이’로 모든 의사결정에서 자유로워진다. 

서울에서 예술과 창의성을 교육하는 한 ‘미술로’의 원장에게 힘든 아이는 없다. 단지 힘든 엄마가 있을 뿐이다. 소통이 잘 안 되는 아이가 있었다고 한다. 성격의 문제일 수도 있고, 그 아이만의 특징일 수도 있다. 다른 일에 집중하지 못하던 그 아이가 유일하게 좋아했던 시간이 미술과 퍼포먼스 수업이다. 단지 소통이 힘들 뿐이지 상당히 영특한 아이였기에, 꾸준히 놀이하면서 계기가 만들어지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아이였다.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소통을 배워나가는 가장 즐거웠던 이 시간을, 엄마는 학원을 다닐 시간이 부족하다며 중단해버렸다. 

꾸준히 수업이,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소통이 되는 수업이 진행되면 아무리 힘든 아이라도 결국 문제는 해결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선생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그러나 엄마가 급하고 기다려주지 않는다면 아이에게 기대되는 모든 것이 결국 시작조차 할 수 없게 된다.

어쩌면 이는 학원에 대한 불신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다른 면으로 본다면 자기 아이에 대한 믿음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다른 엄마가 있었다. 그 엄마는 아이가 무엇인가를 시작하기 전에 이런저런 정보를 가지고 심사숙고를 하지만, 일단 뭐든지 시작하면 최소 4, 5년을 지속하도록 했다. 

몇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그 아이는 소위 말하는 ‘엄친아’가 되어 있다. 특별히 공부를 잘 해서가 아니라, 안정감이 있고 무엇을 하든 잘 하는 아이로 성장을 한 것이다. 그런 엄마는 학원의 원장과 선생들도 감탄을 한다. 저렇게 아이를 교육해야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어떤 특수한 경험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부모가 아이를 기다릴 준비가 되어 있는지 물어보는 것은 아이의 교육과 성장에 관한 가장 중요한 질문이라 할 것이다.

▲ 아이들의 놀이는 끝이 없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활기차다. 그렇게 아이는 몸을 통해 다양한 지능과 안정적인 정서를 쌓아간다. ⓒ 뉴스피크

무엇을 줄 것인가?

아이들은 놀이를 좋아한다. 간단한 놀이터에서도 몇 시간 동안 잘 놀 수 있고, 날마다 똑같은 놀이터 가는 것을 지겨워하지도 않는다. 또 장난감이 없는 집에서도 무언가 자신만의 세상을 창조해 끊임없이 놀이에 빠져든다. 아이의 놀이는 끝이 없다.

그 쉼없는 놀이는 이 복잡한 세상을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나와 주변, 사물과 공간 그리고 시간을 배우는 과정이며, 자신의 근육과 두뇌를 훈련하는 프로그램인 셈이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이런 배움의 과정은 ‘교육’이라 불린다.

물론 알고 있다고 해서 그게 정답이 되지는 않는다. 교육이란 아이를 학교나 학원에 보내 지식을 쌓게 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그것만을 고집하는 부모가 많기 때문이다.
안양 평촌에 인기 있는 유치원이 있다. 한번 들어가려면 추천에 추첨을 거쳐야 하고, 예전에는 밤샘 줄서기가 필요할 정도로 경쟁률이 높은 곳이었다. 그렇지만 그곳을 아주 싫어하는 부모들도 있기 마련인데, 놀랍게도 그 이유 중 가장 큰 게 아이를 너무 놀게만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건 학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미 걷기 시작할 때부터 문화센터나 학원 등에 쉼 없이 보내고 있는 부모가 많으니, 그 학원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어떤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관심과 정보는 온갖 인터넷 카페에 넘쳐나고 있다. 부모로서는 솔깃할 수밖에 없다.

부모, 특히 한국의 부모는 아이가 성장하는 데 필요한 가장 큰 도움이자 선물을 ‘교육’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아이들의 교육비와 학원을 가장 늦게 끊는 게 바로 지금의 부모들이다.

그리고 이런 선택과 노력은 아이의 좋은 삶은 좋은 직장에서 나오고, 좋은 직장을 위해서는 좋은 대학, 좋은 학교에 다녀야 한다는 오래된 믿음에서 기인한다.

그 ‘믿음’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몇 가지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예전에 장래 꿈과 직업에 관해 경기도의 몇 개 학교에서 설문조사를 했던 적이 있었다. 놀랍게도 고등학생의 선호직업 1위가 ‘공무원’이었다. 그리고 한 대학에서 여학생을 대상으로 졸업 후 진로와 계획을 물어본 적이 있었다. 가장 선호하는 직업은 ‘전업주부’였다.

역시 특수한 경우이기는 하지만, 예비 사회인들이 가지는 꿈이 지나치게 안정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아이들은 기회만 주어지면 필연적으로 다양해질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건만, 몇 년간의 정규 교육과정을 거치면서 상당히 규격화되고 있는 게 아닌가 걱정되기도 한다.

그리고 소위 천재라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 중 몇은 우리가 생각하는 정규 교육과정에서 실패한 사람들도 있다. 또 어떤 연구결과를 보면 교사들은 창의적인 아동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은 아이에게 정말 만병통치약일까? 아니 우리가 생각하는 교육이 정말 아이에게 맞는 처방일까?
교육의 진정한 목표는 결국 아이들의 행복이지만, 그 행복을 위해 우리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교육이라는 형식이 아니라 진정 아이에게 줄 수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제 학력이 모든 것을 보장해주던 시대는 빠르게 지나고 있다. 교육에 대한 투자로 학력 인플레이션이 너무도 심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학력이 지능이나 능력을 말해주지 않음을, 지능 또한 단순히 IQ만을 말하는 것이 아님을 누구나 알고 있는 세상이 되었다.
너무나 특별한 내 아이가 세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그럼으로써 자신의 행복을 가꿀 수 있는  힘을 키울 방법이 이전보다 무척 다채로워진 것이다.

▲ 토요일 안양의 한 초등학교 도서관. 어린 시절은 보는 것, 아는 것이 가장 즐거운 시기가 되어야 한다. ⓒ 뉴스피크

한편으로 다행이고, 한편으로 어렵기 그지없어진 것인데, 그 복잡한 길에서 자신에게 맞는 노선을 찾기 위한 본격적인 탐구를 시작해보고자 한다. 그 탐구의 시작은 먼저 아이의 생각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것이고, 또한 그 생각이 하나의 실체적인 힘으로 나타나게 되는 ‘창의성’을 찾는 과정이 될 것이다.
사실 우리는 창의성을 날마다 입에 달고 살고 있다. 기업과 국가에서도 창의적 인재에 목말라 하고 있다. 그렇지만 과연 우리가 얼마나 잘 이해하고, 적용하는지는 제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 미술로 생각하기
놀이와 체험 중심의 사고력 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원이다. 97년부터 시작되었고, 국내와 중국, 홍콩 그리고 미국 등에서 학원이 운영되고 있다.
18개월 이상부터 7세 아동이 가장 자유롭고, 보편적으로 참여할 수 수업이기에, 그곳에서 만난 아이와 부모 그리고 선생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교육과 성장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질문의 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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