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비정규직노조 파업을 지지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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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비정규직노조 파업을 지지하는 이유
  • 홍성규 (화성노동인권센터 소장)
  • 승인 2017.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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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홍성규(화성노동인권센터 소장)
▲ 홍성규 화성노동인권센터 소장.

[뉴스피크] 지난 6월 30일, 서울 광화문 광장은 온통 분홍빛으로 가득 찼습니다.

‘정규직 쟁취’를 요구하며 전국에서 모인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분홍색 조끼가 그 넓은 광화문 광장을 가득 채웠습니다. 하늘에는 ‘우리 아이들에게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이라고 쓴 대형 현수막이 펄럭였습니다. 무려 2만여 명이 모였습니다.

문득 7년 전, 2010년 가을이 떠올랐습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진보정당의 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저는, 선거를 마치고 그해 가을 노동조합 가입원서를 들고 화성시내 모든 학교들을 방문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자라는 ‘학교’라는 공간은 그 어느 곳보다도 평등해야 할 곳임에도 불구하고 정규직 교사와 극소수 행정직 공무원을 제외하면 나머지 모두가 비정규직입니다.

기간제 교사는 물론 급식실에서 근무하는 영양사, 조리사, 조리실무사를 비롯하여 교무실무사, 사서, 초등보육전담사, 스포츠강사, 전문상담사, 학교보안관, 통학차량보조원 등 그 직종만 무려 50개가 넘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처음으로 사회를 접하는 곳에서부터 이 끔찍한 ‘사회불평등’ 현실을 보고 자라는 셈입니다.

학교 규모에 따라 작게는 2-3명, 많게는 10명이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존재하고 있으나 고립분산되어 일하고 있다는 점, 대부분이 한꺼풀 더 차별받는 여성 노동자라는 점 등으로 노동조합을 안내하고 가입설명을 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주저하고 꺼려하는 학교를 두 번, 세 번 방문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로부터 7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이들은 마침내 당당하게 일어서 온통 분홍빛으로 광화문 광장을 물들였습니다. 처음에는 생소한, 주변에서는 아직도 ‘빨갱이’라고 매도하는 민주노총의 노동조합과 함께 했던 세월은 참 많은 것들을 바꾸어놓았습니다.

‘집에서도 짓는 밥, 밖에서는 왜 못 짓나’라며 ‘밥솥운전’이라고 쉽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으나 급식실의 노동강도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얼마전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한 남성 노동자가 조리사 자격증을 따고 처음으로 급식실에서 ‘알바’로 일을 해보더니 혀를 내둘렀습니다. 건설현장에서 잔뼈가 굵었지만, 그보다도 훨씬 더 힘들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일해서 고작 80만원, 명절상여금도 어떤 수당도 없이 딱 80만원만 받던 학비노동자들이 이제는 평균 130만원 정도의 급여를 받게 되었습니다.

차별받는 것보다 서러운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일년에 두 번 있는 명절은 이들에게 더 서러운 날이었습니다. 노동조합의 힘으로 처음으로 명절상여금 10만원을 받던 날, “처음에는 조합비 8천원도 아까워 망설였거든요. 그런데 이제 조합 때문에 10만원을 받았으니 이걸로 1년치 조합비 9만6천원 눈 딱 감고 낼래요”라고 눈물 글썽이며 말하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노동조합에 자부심을 갖는 이유는 단순히 임금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제야 비로소 사람 대접을 받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어이, 저기’라고 불리던, 그나마 좀 낫다는게 ‘아줌마’라고 불리던 이들은 이제 공식적으로 ‘선생님’으로 불립니다. 교장실에 손님이라도 올라치면 어김없이 ‘과일 좀 깍아오라’는 지시, 점심식사를 따로 내오라는 부당한 지시들도 거의 다 사라졌습니다.

개별 학교장과 근무계약을 맺으면서 엄격한 갑을관계에 매여 그야말로 ‘찍소리도 못하던’ 상황에서 경기도교육청과 근무계약을 맺게 되고 든든한 노동조합이 뒤를 받쳐주니 서서히 ‘정상적인 관계’로 돌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화성에서만 학교비정규직 조합원들은 400명이 훌쩍 넘습니다. 이번 파업을 거치면서는 신규 조합원 가입이 쇄도하여 이제는 500여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기아차, 현대기아연구소 등 대규모 사업장을 제외하면, 기업체 수도 많고 그에 따라 노동조합도 적지 않은 이곳 화성에서도 가히 최대 규모의 노동조합이라 할 만합니다.

이번 파업을 두고 또다시 ‘급식대란’이라는 매도가 쏟아졌습니다. ‘급식대란’이라니요! 우리 아이들이 매일 먹는 밥 속에 ‘끔찍한 불평등’을 숨겨두는 것이야말로 진짜 ‘급식대란’ 아닙니까?

글 : 홍성규(화성노동인권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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