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교육감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계속 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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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곤 교육감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계속 보류”
  • 이철호 기자
  • 승인 2012.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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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의 특별감사, 관련자 처벌 운운은 권한남용이자 협박”
“학교폭력에 눈물흘리는 학생 없도록 혼신의 힘 쏟겠다”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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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학교생활기록부의 학교폭력 조치사항 기록을 계속 보류하고자 합니다. 이번 대입전형에 제출될 학생부에도 학교폭력과 관련한 기록이 포함되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교육은 한 인간의 성장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어려움을 성숙한 어른들이 돕는 일입니다. 잘못에 명백한 책임을 묻는 일과 함께 관용을 발휘하면서 새로운 성찰과 재기의 기회 또한 인내심을 가지고 제공해야 합니다.”

경기도교육청의 김상곤 교육감은 23일 교육과학기술부의 학교폭력 가해사실 학생생활기록부(학생부) 기재 지침에 따르지 않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이날 오전 도교육청 제5회의실에서 ‘학교생활기록부 학교폭력 기재는 개선돼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열어 “법정신과 국내외 인권규범, 그리고 교육적 영향을 검토하지 않은 상태에서 강제하는 교과부의 지침은, 명백히 어린 아이들의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높다”며 위와 같이 밝혔다.

또한 “학교폭력의 학생부 기재 보류는 교과부가 교육계와 국민들의 의견을 널리 들어 아이들의 기본권이 보장되는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교육감은 학교폭력 해결에 대한 의지도 분명히 했다. 김 교육감은 “꽃다운 아이들이 학교폭력으로 당하는 피해와 좌절, 눈물을 떠올리면서, 어떻게 해서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며 “저의 모든 노력을 다해 해결책을 찾아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는 폭력적인 대책”

교과부의 학교폭력 사실 학생부 기재 방침에 대해서는 “환부의 근본 원인을 제대로 살피지 않는 임시방편적 처방을 통해 학교폭력을 막겠다는 것”이라고 일축한 뒤 “학교폭력의 학생부 기재가 얼마나 무리한 대책인지는 이미 국가인권위원회의 지적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학교폭력에 대한 분노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채택된 이 대책은, 정의롭지도 않을 뿐 아니라 법 상식에도 어긋나고, 최소한의 교육적 가치도 고려하지 않은 폭력적인 대책입니다. 한마디로 교육과 인권의 이름으로 허용할 수 없습니다.”

우선 김 교육감은 “(교과부의 지침으로) 학생부에 기록되는 학교폭력 관련 사항은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에 해당한다”며 “이에 대한 결정은 원칙적으로 국회가 정하는 법률로써 진행하는 것이 상식이자 헌법 원리”라고 강조했다.

즉, 졸업 후 5년간 보존되어 상급학교 진학 때는 물론 취업 시에도 불리하게 활용될 수 있는 정보를 수집할 경우에는 더욱 명확한 법률적 수권이 필요하고, 교과부 지침 정도로 이런 불이익을 주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학생부에 기록되는 건 오직 학생에 대한 폭력 징계사안이란 점도 거론했다. 김 교육감은 “학생이 일반사회인이나 교사, 부모 등에 대해 저지른 폭력행위나 범죄행위에 대한 사항은 기재되지 않는다”면서 “기준도 들쭉날쭉이어서 가벼운 사안이라도 부모간 다툼이 일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열리면 기록돼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학교폭력에 대해서는 엄중한 조치가 필요하나, 장래의 기회까지 박탈하거나 주홍글씨를 새기려는 또 다른 폭력이어서는 안됩니다.”

교과부가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지침을 어길 경우 이른바 ‘특별감사’를 하겠다고 한 것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교과부의 특별감사는 권한남용이고 협박”

김 교육감은 “교과부는 지침을 따르지 않을 경우 특별감사를 하고 관련자를 처벌하겠다고 한 건 교과부가 그토록 염려하는 ‘학교 현장의 혼란을 초래’하는 권한남용이고 협박”이라며 “국가 교육정책의 최고 결정기관인 교과부가 앞장서서 비교육적, 반인권적 정책을 결정하고 폭력에 가까운 방식으로 강제하는 참으로 안타까운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김 교육감은 학생들을 지도하고 이끄는 학교장과 교사들에게 “저의 결정은 교육적 원칙을 지키고 학생들을 올바르게 이끌고자 하는 충정임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며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김 교육감은 “다시 한번 학교폭력으로 피해를 당한 많은 학생들, 그리고 학부모님들의 아픔에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학생부에 학교폭력 조치사항 기록은 보류하지만, 다른 교육적인 방안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취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학교폭력으로 눈물 흘리는 학생이 없도록 혼신의 힘을 쏟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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