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중단 숙려제’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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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중단 숙려제’를 아시나요
  • 이철호 기자
  • 승인 2013.1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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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교육청, 최초 도입 정착 ‘포기를 기회로 바꾸는’ 사례

경기도교육청(교육감 김상곤) 산하 성남교육지원청(교육장 이현숙)의 인송이 상담교사는 어느 날, 자퇴하겠다는 고등학교 남학생을 <학업중단 숙려제>의 내담자로 만나게 됐다.

이 남학생은 친구와의 다툼으로 상처를 받았고, 그 뒤로 타인과의 관계에서 피해의식이 높아졌다.

자신의 모습을 올바르게 보기보다는 회피하고 타인의 잘못만을 바라보았다. ‘내가 왜 이런 취급을 받고 있나?’ 생각까지 하게 되면서 마음에 불평, 불만, 우울이 점점 쌓여가고, 학교생활에 갑갑함 호소하며, 자퇴를 하겠다고 했다.

인 상담교사는 먼저 학생이 이런 생각을 하기까지의 배경을 파악해 봤다. 학생의 아버지는 경제적 활동 때문에, 대부분의 시간을 지방에서 보내다 점점 가족과 멀어졌고, 결국 집에 들어오지 않게 됐다.

그 뒤 어머니가 생계를 책임지게 되면서, 학생은 어린 나이부터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책 또는 TV를 보며 지냈다. 또래와 어울리고 싶어도 자신의 가정이 다른 가족과 다르다는 생각 때문에 마음 편하게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외로운 시간을 보냈다.

마음 속에는 늘 ‘우리 부모님은 왜 이렇게 무책임하지?’, ‘나를 책임져야 하는 거 아니야?’ 생각으로 가정환경 탓하며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원망을 키워갔다.

인 교사는 자존감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학생에 맞는 숙려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학생은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높았기에, 자신의 모습을 바로 보게 하는 연습을 하도록, 잠재되어 있는 긍정적인 면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리고 타인의 틀에 맞춰가는 것이 아닌, 정말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발견하고, 그것에 대한 장기?중기?단기 목표를 설정하여 달성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지 않고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며 포기하고 실패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잘 할 수 있다는 지지를 지속적으로 해주었고, 작은 것에서부터 보람을 느끼도록 해 성공경험도 하게 했다.

학생은 학업중단 숙려제 상담을 통해 “많이 깨닫고, 또 내가 잊고 있었거나 또는 잊으려 했던 내 모습들을 회피하지 않고 그대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인 것 같다”며, “표현하는 것에 있어 상담선생님과 대화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대해 배웠다”고 말했다.

또한 “다름을 인정하고 생각만이 아닌 행동으로 노력해야 함과 내게 있어 꼭 필요하지만 부족했던 부분들을 인정하고 자각하게 되었다”며, “상대방과 의사소통, 상호간 교섭의 중요성과 나 자신을 알고 인정해야 함을 가장 크게 배웠다”고 밝게 웃었다.

학생은 현재 학교에 복귀했다. 자신이 해야 하는 것을 확실하게 알고,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편, 경기도교육청(교육감 김상곤)은 지난 2011년 5월부터 전체 고등학교 대상으로 <학업중단 숙려제>를 시행하고 있다. 전국 최초였다. 이후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와 여성가족부는 2012년 6월에 <학업중단 숙려제>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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