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베트남 여행이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예전에 비해 몰라보게 발전하고, 그만큼 여행도 편해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버스도 새것으로 모두 교체되었기에 더 이상 피난버스를 타고 체력전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 편리가 사람에게 꼭 유리한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한적하고 작은 시골의 도시는 이제 남아 있지 않고, 친절하게 맞아주던 수줍고, 선량하던 화가들도 그 도시를 떠나고 있습니다.
변화의 물결은 호치민에 특히 거세게 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베트남을 다녀오는 사람들은 혀를 내두릅니다. 한국을 여행하는 것과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건 풍경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것 때문에 더욱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경제위기설이 나올 정도로 베트남의 인플레이션은 놀랍습니다.
그리고 그 높은 물가만큼이나 높은 빌딩이 호치민 시를 채우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푸미흥신도시가 아닌가 싶습니다. 과연 성공할 것인가 라는 의구심이 무색하게 분양이 완료된 푸미흥의 고급 아파트는 지금의 베트남을 보여주는 곳입니다. 높이 솟은 아파트 사이에는 수영장이 있고, 입구와 실내의 인테리어는 화려하기 그지없습니다.
거의 늪지대와 다름없던 버려진 황무지가 베트남 상위 0.1%와 외국인을 위한 다른 세상으로 변해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풍경에 익숙합니다. 개발과 서구적 화려함 그리고 높이에 모든 것을 맡겨버리는 지난 세월이 있었으니까요.
그렇지만, 지금의 베트남과 호치민 시티보다 10년 전에 만났던 많이 불편하고, 조금 지저분하고, 또 상당히 나른하면서도 게으르기까지 했던 그 도시가 그립습니다.
편한 잠자리와 화려한 빌딩을 보기 위해 우리는 그곳을 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도시와 사람들이 간직한 그들만의 표정과 삶의 지혜를 보기 위해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맥주잔에 낡은 양철 잔으로 걸러낸 싸구려 커피와 분주한 관광객이 떠나고 난 한가로운 거리 그리고 서글서글하던 좌판들이 생각납니다. 오토바이를 임대하려고 하면 지나가던 친구를 세워 빌려주고, 빌린 자전거가 고장 나면 집으로 데려가 세워둔 자전거로 바꿔주기도 했던 그들이었습니다.
가끔 만난 젊은 예술가들은 호치민 시티라 부르는 것보다 옛 이름인 사이공으로 불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들의 근대와 또 다르고 복잡한 현대가 시작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겠지요. 그렇게 자존심이 강하고, 자기 주관이 뚜렷한 베트남의 도시들은 이제 근대화의 바람을 맞고 있습니다.
그 변화가 어떤 것이든 그곳에 살았던, 그리고 지금 현재 사는 이들의 선택입니다. 다만, 그런 선택이 진정한 가치까지 허무는 것만은 피할 수 있는 지혜를 공유했으면 하는 바람이 적지 않습니다.
사라져버린 우리의 가치가 너무 그립기 때문입니다.
사진 방창돈, 이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