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 시티HCMC의 변화하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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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 시티HCMC의 변화하는 풍경
  • 윤민 기자
  • 승인 2012.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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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리듬풍경 1

▲ 베트남의 아침은 일찍 시작된다. 자전거와 오토바이의 홍수 그리고 관광객의 분주한 발길이 지나면 한가로운 거리와 사람들이 남겨진다. ⓒ 뉴스피크

 

요즘 베트남 여행이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예전에 비해 몰라보게 발전하고, 그만큼 여행도 편해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버스도 새것으로 모두 교체되었기에 더 이상 피난버스를 타고 체력전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 편리가 사람에게 꼭 유리한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한적하고 작은 시골의 도시는 이제 남아 있지 않고, 친절하게 맞아주던 수줍고, 선량하던 화가들도 그 도시를 떠나고 있습니다.

 

▲ 호치민 시티는 이제 빌딩들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한국 건설사와 상표를 자주 볼 수 있다. ⓒ 뉴스피크

변화의 물결은 호치민에 특히 거세게 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베트남을 다녀오는 사람들은 혀를 내두릅니다. 한국을 여행하는 것과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건 풍경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것 때문에 더욱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경제위기설이 나올 정도로 베트남의 인플레이션은 놀랍습니다.

 

▲ 정동극장에서 열린 베트남의 전통민속공연. 쌀국수만큼이나 베트남 문화는 우리에게 익숙해지고 있다. ⓒ 뉴스피크

그리고 그 높은 물가만큼이나 높은 빌딩이 호치민 시를 채우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푸미흥신도시가 아닌가 싶습니다. 과연 성공할 것인가 라는 의구심이 무색하게 분양이 완료된 푸미흥의 고급 아파트는 지금의 베트남을 보여주는 곳입니다. 높이 솟은 아파트 사이에는 수영장이 있고, 입구와 실내의 인테리어는 화려하기 그지없습니다.

 

▲ 시원한 거리와 고급스러운 주택가. 푸미흥신도시. ⓒ 뉴스피크

거의 늪지대와 다름없던 버려진 황무지가 베트남 상위 0.1%와 외국인을 위한 다른 세상으로 변해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풍경에 익숙합니다. 개발과 서구적 화려함 그리고 높이에 모든 것을 맡겨버리는 지난 세월이 있었으니까요.

 

▲ 예전 베트남의 거리를 누비던 버스들은 우리가 타던 것들이다. 그게 노선번호와 상호를 지우지 않고 그대로 운행하니, 한국 관광객의 실수가 이어지는 게 당연했다. ⓒ 뉴스피크

그렇지만, 지금의 베트남과 호치민 시티보다 10년 전에 만났던 많이 불편하고, 조금 지저분하고, 또 상당히 나른하면서도 게으르기까지 했던 그 도시가 그립습니다.
편한 잠자리와 화려한 빌딩을 보기 위해 우리는 그곳을 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도시와 사람들이 간직한 그들만의 표정과 삶의 지혜를 보기 위해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 아시아의 주요 도시에는 배낭여행객이 자주 찾는 거리가 있다. 저렴한 숙소와 다양한 먹거리와 기념품 그리고 세계 각국에서 모인 사람들과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여행편이 준비되어 있는 곳이다. 호치민시티에도 제법 길고 크게 그런 거리가 있었다. ⓒ 뉴스피크

맥주잔에 낡은 양철 잔으로 걸러낸 싸구려 커피와 분주한 관광객이 떠나고 난 한가로운 거리 그리고 서글서글하던 좌판들이 생각납니다. 오토바이를 임대하려고 하면 지나가던 친구를 세워 빌려주고, 빌린 자전거가 고장 나면 집으로 데려가 세워둔 자전거로 바꿔주기도 했던 그들이었습니다.

 

▲ 푸미흥신도시 주변의 가구쇼핑몰. 화려하고, 다양하다. ⓒ 뉴스피크

가끔 만난 젊은 예술가들은 호치민 시티라 부르는 것보다 옛 이름인 사이공으로 불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들의 근대와 또 다르고 복잡한 현대가 시작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겠지요.  그렇게 자존심이 강하고, 자기 주관이 뚜렷한 베트남의 도시들은 이제 근대화의 바람을 맞고 있습니다.

▲ 푸미흥신도시의 고급 아파트단지. 단지 주변에는 작은 개울이 흐르고, 옥상에는 수영장이 있다. ⓒ 뉴스피크

 

그 변화가 어떤 것이든 그곳에 살았던, 그리고 지금 현재 사는 이들의 선택입니다. 다만, 그런 선택이 진정한 가치까지 허무는 것만은 피할 수 있는 지혜를 공유했으면 하는 바람이 적지 않습니다.
사라져버린 우리의 가치가 너무 그립기 때문입니다.

▲ 한국-베트남 수교기념으로 열린 국제교류기금의 행사에 호치민의 시가 전시되어 있다. 그는 희망이었지만, 지금 그는 한국이나 베트남에서 조금 다르게 읽히고 있다. 그 변화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 뉴스피크

사진 방창돈, 이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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