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피크] 제약회사에 다니는 대학원 후배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다. 만약에 자녀를 키운다면 제약회사에 다니는 회사원이 아니라 약사로 크기를 바란다고, 약사보다는 의사가 되기를 바란다고······.
고등학교 때 죽어라고 공부해서 대학 나와 제약회사에 들어갔는데, 나름 좋은 회사의 직원이라는 자부심이 있었지만 약사와 의사들의 갑질을 보니 울화통이 터진다고, 자신의 자녀만은 절대로 제약회사에 들여보내지 않겠다고, 약사나 의사를 만들겠다고.
이러한 이야기만을 듣던 의사들이 요즈음에는 아주 안 좋은 입장이 되어 있다. 메르스로 인하여 병원은 파리가 날리고 메르스 확진자가 나온 병원에 다니는 의사는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도 병원체를 지닌 사람으로 취급을 받고 있다고 한다. 메르스 치료실에 근무하는 의사나 간호사들은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운이 없으면 메르스에 감염이 되는 희생에도 꿋꿋하게 근무하고 있다.
본인의 역할과 위상에 맞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 옛날 제경공이 공자에게 정치하는 도리를 물으니 공자는 ‘임금은 임금, 신하는 신하, 아버지는 아버지, 아들은 아들 노릇을 해 내어야 한다’ (君君 臣臣 父父 子子)라고 하였다. 요컨대 이름마다 어떤 함의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이 그 사물의 본질이며 사물들은 마땅히 이러한 이상적 본질들과 일치하여야 한다.
통치자의 본질은 통치자가 이상적으로 반드시 하여야 할 것을 실현하여야 한다. 그것이 왕도인 것이고 이러한 왕도에 부합하는 정치를 할 때 참으로 명실상부한 치자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름에 부합해야 한다는 정명사상이다. 이것은 단순히 통치자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인간사회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모든 역할들을 각각의 이름에 부합하게 이루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의사가 의사 노릇을 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메르스라는 큰 난제가 나타나서 이러한 것이 되었지만, 메르스와 맞서 싸우는 의사와 간호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긍정적으로 바뀐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이러한 국가 위기 상황에서 자신의 밥값을 못하는 직업군이 아직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정치인이다. 메르스로 인한 국가 위기 상황에서 내년 총선을 의식한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으니 말이다. 메르스로 인하여 경제가 파탄나고 있다. 가뭄으로 인하여 농사가 파탄나고 사회 전체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과연 정치인들은 국가와 사회를 위해서 본인들의 위치에서 노력하고 있는지, 냉정하게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하물며 집에서 키우는 반려동물도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반갑게 맞아주는 본인의 역할에 아주 충실하고 있다. 사회는 각자가 각자의 역할과 사명에 맞는 의무를 수행함으로써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우리사회에서 정치인은 외국의 기타 국회의원들과 달리 국민의 대표임에도 불구하고, 부패의 상징이고, 권력만 쫓아 국민들에게 아첨하는 인물로 그려지는 사람으로 되어있는데 이렇게 그려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은 본인들 스스로가 자초한 것 이라고 생각한다.
1948년 정부수립 이후 우리나라에는 250여개의 정당이 생겨났다가 사라졌다. 그 중 어느 당 하나 큰 당으로, 장수하는 당으로 남지 못하였으며, 정치에 입문할 때 각 전문성이 있으며 참신했던 사람이 일단 정당에 들어가면 기존의 잘못된 질서에 그대로 흡수되어 버리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각 개인의 역량을 펼치기도 전에 당의 거수기 역할과 더불어 이에 따르지 않으면 다음 총선에서의 공천에 큰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이다. 이러한 국회의원 개개인의 당선 후에 보여주는 실망스런 모습들은 결국 정치에 대한 호감도 하락을 초래했다. 본인들이 국회의원이라는 역할에 대한 보수를 국가 예산으로 받으면서 이에 대한 값어치는 전혀 못 하는 것이다.
밥값을 하지 않는 정치인이 아니라 밥값을 못하는 정치인이 되고 마는 것이다. 의사들도 메르스 사태가 터지자 지금까지 사회적인 강자로서가 아니라 의사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각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정치인들은 가장 기본적인 유권자와 국민을 위한 밥값을 언제부터 할 것인가? 아직도 당리당략과 총선의 공천과 당선에만 연연하는 정치인으로만 있을 것인지, 스스로가 판단하고 반성할 때라고 본다. 선거 때만 되면 국민의 편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항상 국민의 곁에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이 최소한 도리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최종현(수원장애인유권자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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