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로 보는 영화 <명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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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로 보는 영화 <명량>
  • 송강호(삼국지 칼럼니스트)
  • 승인 2014.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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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 - 삼국지, 새로 읽다!(6)

▲ 박기당 화백의 작품인 <성웅이순신> 표지.
최근 영화 <명량>의 흥행 파고가 거세다고 한다. 작품을 본 이로서 남다른 감회를 갖고 당시의 관련서를 꺼내어 들춰본다. 문득 이 충무공 전서에 나오는 조카 이분(李芬)의 행록(行錄) 한 대목이 눈에 들어온다

이 충무공이 사천해전에서 쇳덩이 포탄인 철환(鐵丸)에 맞아 왼편 어깨를 관통하여 등까지 박혀서 피가 많이 흘렀으나 활을 내려놓지 않고 종일 전투를 독려하였다. 나중에 싸움이 끝난 뒤에 칼로 살을 째고 철환을 파내니 모두들 뒤늦게 알고서 놀랐으나 공은 웃고 이야기하며 태연하였다는 기록이다.
 
이 같은 대목을 보면 관우가 독화살에 맞은 뼈를 치료하는 삼국지 모종강본 74, 75회의 장면을 연상하지 않을 수 없다. 조인(曹仁)의 오백 궁노수가 쏜 화살에 오른 팔을 맞고 부상을 당한 관우는 팔에 박힌 화살은 뽑아냈으나 독을 바른 화살촉이라 독이 뼈까지 퍼져 있었다.
 
팔을 동여매고 누워 있는 관우를 찾아간 부하 장수들은 그 같은 몸으로 적과 싸울 수 없으니 군사들을 잠시 물려서 회복을 하도록 권하였다. 그러나 관우는 오히려 그들에게 이 같은 작은 상처로 대사를 그르치게 할 수 없다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
 
▲ 화타가 관우의 독화살 맞은 팔을 수술하는 장면. 박종화 <삼국지>에 나온 김세종 화백의 그림이다.
화타의 치료를 받는 장면은 더욱 볼만하다. 독화살에 맞은 팔을 치료하기 위해 화타는 기둥을 세우고 고리에 팔을 단단히 잡아매야 한다고 했지만 관공은 그 정도 치료에 번거롭다 사양하고는 태연자약하게 바둑을 두며 치료를 받았다. 옆에 있던 이들이 도리어 칼로 뼈를 긁어내는 소리에 얼굴빛이 변하고 고개들을 돌렸다.
 
그렇다면 이 충무공의 상처는 어떠하였을까? 철환에 맞아 비록 사경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어깨뼈를 깊이 상하고 또 그 위에 갑옷을 항상 입고 있었으므로 상처가 덧나고 진물이 밤낮으로 흘렀기에 뽕나무 잿물과 바닷물로 씻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참으로 극기(克己)의 인간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이 장면에서 이 충무공이 병법서로 삼국지를 애독하여 그 의취(意趣)를 깊이 꿰고 감동 또한 간직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미루어 짐작해 볼 따름이다.
 
 

 * 필자소개
송강호 : 삼국지 칼럼니스트, 번역비평가. 국내 삼국지 역본에 대한 제반 문제를 검토하고 번역비평의 확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요 평론으로 <삼국지를 찾아서>, <삼국지 번역비평의 오해와 진실>이 있으며, ‘난중일기로 보는 삼국지’ 등 다양한 주제로 삼국지 강의를 펼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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