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속에서, 민주주의와 ‘안녕’을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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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속에서, 민주주의와 ‘안녕’을 생각하다
  • 경기도의회 홍연아 의원(통합진보당, 안산2)
  • 승인 2013.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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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경기도의회 홍연아 의원(통합진보당, 안산2)

지난 목요일, 상록수역광장에서 네 번째 하루농성을 진행했습니다. 눈과 비가 쏟아져 좀 괴롭긴 했지만, 순식간에 세상을 하얗게 바꾸는 눈이 싫지 않았습니다.

‘진보당 지키기, 민주주의 수호 하루농성’.

11월 5일, 사상 초유의 정당해산 시도를 맞닥뜨리고 참담했습니다. 33년만의 내란 음모 조작에 이은, 원내 제3당 해산이라니!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 살고 있는 것인지 묻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일하는 사람이 주인되는 세상’이 ‘국민주권주의’에 위배되고, ‘진보적 민주주의’가 ‘종북’이어서 위헌이라니, 그럼 박근혜 정부는 ‘1% 특권층이 주인되는 세상’, ‘퇴행적 민주주의’, ‘독재’를 선망한다는 뜻입니까?

그런데 그 말도 안 되는 선망이 현실화되는 모습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이석기 국회의원 등의 ‘내란 음모’는 재판 과정에서 전적으로 국정원 협력자와 국정원의 창조물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판결이라도 난 듯, 혹은 다른 의심의 여지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정당해산의 근거로 인용되고 있습니다.

전교조가 이미 ‘노조 아님’ 통보를 받았고, 문화예술단체가 종북이라고 매도되고 있으며, 해외에서 ‘박근혜 대통령 아님’ 플랑을 들었다는 이유로,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협박을 당합니다. 국가기관 대선개입에 대해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고 미사 강론을 했다는 이유로 정의구현사제단은 “조국이 어디냐?”는 일제시대 때 횡행했던 질문을 받으며 공격당합니다.

밀양에서는 송전탑 때문에 어르신들이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철도노조는 민영화에 반대하는 파업 며칠 만에 7천여 명이 직위해제 당했으며, 학생들을 대체 투입한 덕분에 어르신 한 분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노동자들이 목숨으로 외치고 있지만, 농민들이 울부짖고 있지만, 이 정부는 만날 생각도, 대화할 생각도 없습니다.

수많은 대선공약이 1년도 지나지 않아 폐기 처분되었습니다. ‘모든 어르신에게 20만원 기초노령연금’도, ‘4대 중증질환 진료비 100% 국가부담’도, ‘고등학교 무상 교육’도 ‘무상 보육’도 거짓말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믿으라고 합니다. 민간에게 지분을 매각하지 않는다는 정관이 법에 위배되어 실효가 없다는 법원의 판례와 변호사 자문에도 불구하고, ‘철도 자회사 설립해도 민영화는 안 한다’며 무조건 믿으라고 합니다. 더불어 의료 영리법인 설립과 민영화도 밀어붙이며 ‘아니’라고 합니다. 믿지 않으면 사회 불안을 야기하는 세력이랍니다.

그래서 온 나라에 불온 세력이 넘쳐나게 되었습니다.

“정권에 반대하면 종북이야! 종북은 사라져야 돼!”가 전부인 무지막지한 정부의 통치논리. 그러나 역으로, 그 무지막지함이 더 많은 연대를, 더 많은 깨어남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로 표현되는 ‘우리’, ‘사회’에 대한 관심과 자각, 애정이 눈물겹습니다. 사람은 ‘나만 안녕’할 수는 없다는, 그건 가능하지도 않고 원하지도 않는다는 가슴 아픈 통찰이 배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염원을 만나고, 실천을 나누기 위해 매주 목요일 상록수역 광장 하루 농성을 이어갑니다. 격려해주시는 분도, 토론하러 오시는 분도, 또 아쉬움을 표현하시거나 화를 내시는 분도, 고맙습니다.

눈이 세상을 덮으면 새 세상 같습니다. 겉만 말고 속까지 새 세상으로 바꿀 염원과 실천이 하루하루 세상을 덮고 있습니다. 함께 안녕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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