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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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 자전거
  • 소풍 기자
  • 승인 2012.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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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 자전거

육학년 교실이 있던 건물 뒷켠엔, 항상 그의 자전거가 있었다.
건물에 박혀 있던 벽돌처럼 항상, 늘 같은 자리에 있었기에,
삼학년 때까지는, 그가 학교에 사는 줄만 알았다.

이씨 아저씨는 작았다.
키 큰 육학년 학생보다 작았지만, 그 작은 키로 늘 뭔가 하고 있었다.
신발장을 고치고 있거나, 놀이터 그네 줄을 손보고 있었다.
운동회 날 커다란 파란 공을 굴려오는 것도, 이씨 아저씨였다.
그는 언제나 같은 옷을 입었다.
회색 잠바와 곤색 바지는, 그의 제복이었다.
졸업할 때쯤인가, 조금 희끗해진 그의 머리만이 변했을 뿐이었다.
학생들은 학교 건물에 대고, 인사하진 않는다.
학생들은 그가 학교의 일부라고 생각되는지, 인사도 안하고 그냥 지나치곤 했다.

졸업 후 찾아갔던 학교엔 좁아진 복도와, 선생님처럼 반갑던 이씨 아저씨.

내 유년의 회랑에는, 이씨 아저씨.
그의 자전거가 서 있다. 
 

 

* 시인 신승우(申承祐)
1972년 경기도 수원시에서 태어나 장안대학 응용미술과에서 공부했다.  군 제대 후 교통사고로 뇌병변 장애인이다. 2001년 ‘장애인 근로자 문화제’에서 시 부문 금상, 2004년 <솟대문학> 추천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경기도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부대표, 사단법인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경기 지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경기도 장애인 극단 난다 대표, 수원새벽빛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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