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피크] 내년 지방선거에서 개헌안 국민투표를 함께 할 가능성이 무척 높습니다.
이미 국회에서는 지난 1월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고, 문재인 대통령 또한 개헌을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국회개헌특위는 지난 8월부터 권역별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고 경기도에서도 9월 26일 경기북부권 토론회가 의정부에서, 남부권 토론회는 27일 수원에서 각각 열렸습니다. 국회는 내년 2월경 특위 차원의 개헌안을 마련하고 5월 말까지는 국회 의결을 마무리하겠다는 일정입니다.
문제는, 우리 시민들의 관심이 그닥 높지 않다는 것입니다.
여러 각도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겠으나 오늘은, 과연 현행 정치체계에서 ‘민심이 제대로 대변되고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문제부터 다시 짚어보려고 합니다.
흔히 국회를 ‘민의의 전당’이라고 합니다.
각 지역별로, 그리고 정당에 대한 투표를 통해, 국민을 대표하고 대변하라는 국회의원 300명을 뽑아 모아놓은 곳이 바로 ‘국회’입니다. 그런데 그 국회가 지금 민의를 제대로 대변하고 있습니까? 구조적으로 민의를 올바로 수렴할 수 있는 체계입니까?
현재의 선거제도는 민의를 심각하게 왜곡시키고 있습니다.
단순 소선거구제, 즉 선거구별로 1등으로 당선된 자로 253명을 선출하고,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에는 고작 47명밖에 할당해놓고 있지 못한 현행 제도에서 비롯되는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단순 소선거구제로 인해 거대 정당으로의 당선쏠림현상이 심각함에도 이를 교정할 ‘비례대표’ 제도는 ‘언발에 오줌누기’ 시늉에 불과합니다.
경상북도 지역을 한번 예로 들어봅시다. 작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실제 얻은 득표율은 60.9%에 그쳤지만 전체 13개 선거구를 모두 석권했습니다. 나머지 40%에 달하는 유권자의 의사는 허공으로 증발해버린 셈이며 이를 보완하고자 도입한 현재의 ‘비례대표’ 제도로는 교정하기가 역부족입니다.
더 심각한 것은 전국적으로 거대정당으로 과잉대표되는 만큼, 진보정당 등 군소정당은 그만큼 과소대표되어 국회진출도 어렵고 국민들의 다양한 의사가 반영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과거 민주노동당, 통합진보당 등 대표적인 진보정당들이 현행 제도의 피해를 입었으며, 이는 ‘민심의 왜곡’이라는 결과로 우리 국민들에게 부메랑이 되어 날아왔습니다.
‘정치개혁’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가장 앞자리에 ‘정당득표율과 의석수를 일치시키는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둘째, ‘선거제도 개혁’ 뿐만 아니라 그 내용 면에서도 실제로 다양한 우리 국민들을 대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직접정치’, ‘참여정치’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문제입니다.
일례로, 현재 300명 중 여성 국회의원은 고작 51명입니다. 17%에 불과한 여성 의원들로 과연 세상의 절반에 이르는 전체 여성을 대변할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구성된 국회에서 ‘성평등을 보장하기 위한 논의’를 기대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입니다.
이것은 비단 여성 뿐 아니라 사회 각 계층에 모두 해당되는 문제입니다. 1,800만 노동자를 대표하는 노동자 국회의원을, 250만 농민을 대변할 수 있는 농민 국회의원을 현재 대한민국 국회에서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볼 수가 없습니다. 이래서야 제아무리 거리에서 ‘비정규직 철폐, 최저임금 1만원’을, ‘쌀값 보장,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를 목이 터져라 외쳐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청년들도 마찬가지죠. 20대와 30대가 유권자의 15.9%, 17.6%를 차지하고 있으나 20대 국회의원은 고작 1명, 30대 국회의원도 2명에 불과합니다. ‘대학 등록금 반값, 청년실업문제 해결’을 아무리 요구해봐야 국회의 높고 견고한 담장을 넘어가기란 현행 구조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작금의 ‘개헌 논의’ 또한, 이렇게 구성된 국회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 속에서 과연 ‘기층 민중의 실질적인 기본권 보장, 직접민주주의 전면화’라는 과제를 담아낼 수 있을까요? 개헌논의에 앞서, 시급히 선거제도 개혁에 관심을 집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글 : 홍성규 화성노동인권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