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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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차양
  • 정수자 시인
  • 승인 2017.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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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자 시인이 세월호 3주기를 앞두고 팽목항을 방문해 쓴 시
▲ 수원시와 세월호수원시민공동행동은 오는 16일까지 수원역 남측광장과 수원연화장 내 승화원 입구에서 ‘수원시민추모분향소’를 운영한다. 분향소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문을 연다. 사진은 수원역 남측광장 분향소. ⓒ 뉴스피크

[뉴스피크] 이 시는 정수자 시인이 세월호 3주기(4월 16일)를 앞두고 팽목항을 방문하고 쓴 것이다. 이 시는 지난 10일 수원시 팔달구 소재 행궁마을 커뮤니티아트센터 전시실에서 개막된 ‘기억과 약속의 전시회’에서 다른 사진이나 미술 작품, 시들과 함께 볼 수 있다.

슬픔의 차양

부두의 식솔이 된 오체투지 차양 아래
발목을 묻은 채 바위로 늙는 이들

오오래 손을 얹고 서도
기별은 늘 돌아가서

부르다 애 터지다 싹이라도 틔워볼 듯
눈물에 눈물 덧대 바닥을 또 깁지만

아무도 내릴 수 없는 배
녹만 스는 세월 네월

와중에도 봄은 와서 어린 새들 조잘대고
삭아가는 차양에도 꽃잎 홀홀 안기는데

슬픔은 왜 새끼를 치나
공양은 왜 끝이 없나

* 정수자 시인은 1957년 용인 광교산그늘에서 자라 수원에 와 글쟁이로 사는 중이다. 1984년 세종숭모제전 전국시조백일장 장원으로 등단한 후 <비의 후문> 외 네 권의 시집과 <한국현대시인론> 등 십여 권의 공저를 냈다. 중앙시조대상, 현대불교문학상, 이영도시조문학상, 한국시조대상 등에 빚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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