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풍경에서 전해오는 다채로운 위로의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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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풍경에서 전해오는 다채로운 위로의 에너지
  • 윤민 기자
  • 승인 2023.1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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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플레이리스트의 4인전, 'In to the Wild'

[뉴스피크] 지나간 것들이 반짝이며 되살아나는 계절이 왔다. 일상에서 망각의 저편으로 지나간 것들, 갖지 못한 변화들를 되새기고, 아쉬워하는 시간이고, 삭막한 일상에서 따뜻함과 위로를 찾아 움직이는 시간인 듯하다.

경쟁적으로 올라오던 SNS의 풍경사진도 뜸해진, 여행 자체보다는 사진과 그곳을 다녀온 것을 증명하기에 바빴던 묘한 행위도 주춤해진 이때는 좀 더 가깝고 위로가 되는 풍경을 떠올리고 싶어지는 때이기도 하다.

그런 위로의 풍경, 성장과 희망의 에너지를 담고 있는 내면의 풍경으로의 여행을 한번 권해보고자 한다.

 

이질적이지만 익숙한 풍경의 4인전

플레이리스트는 부산에 있는 작은 갤러리이다. 독특한 것은 단지 국내 젊은 작가의 다양한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걸 넘어 미국과 같은 해외의 시장에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고 있는 전시장이다.

사실 글로벌을 외치지만 국내 작가들이 해외의 수집가와 만나는 일은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국내 작가들의 알리고 싶은 욕구만큼 요즘 가장 핫한 한국의 예술을 만나고 싶어 하는 외국 갤러리들의 궁금증 역시 작지 않다. 가끔 인사동에 혼자 갤러리를 방문해 작품에 대해 묻고 다니는 외국의 큐레이터와 전시기획자들을 만나게 되는 것 바로 그때이라 하겠다.

그런 소통의 부재를 작은 갤러리가 미국과 한국에 동시에 전시와 소개를 하니 이만큼 흐뭇한 일은 없겠다. 다만 한국의 작품을 소개한다는 책임은 그만큼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과 시선을 요구받는 일이라 생각되는데, 다행히 아직까지 그 소개의 효과가 나름 효과적인 듯하다.

▲ 'In To the Wild' 갤러리 플레이리스트 ⓒ 뉴스피크
▲ 'In To the Wild' 갤러리 플레이리스트 ⓒ 뉴스피크

그 갤러리 플레이리스트에서 겨울을 맞아 2023년 12월 16일(토)부터 2024년 1월 13일(토)까지 박정원, 유수지, 최나무, 해요 작가의 4인 그룹전, <INTO THE WILD>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일상 속에서 관찰되고 작가의 내면에 의해 발견된 원시적이며, 본능적인 자연의 심상풍경을 선사한다. 각기 다른 환경, 다른 호흡과 시간을 담은 네 작가는 자연의 생명력과 그 존재방식에 관하여 일상적이지만 주관적이고 내면적인 시선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이는 일상과 자연과의 소통에서 비롯된 여유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무심함 속에서 또 다른 세계를 찾는 순간의 리듬이거나, 순환의 에너지를 얻는 궁극적인 편안과 위로, 그리고 불안을 뛰어넘는 생명과 의지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그들 각각의 자연 속 이야기들은 섬세하고, 날카롭게 우리 모두의 모습과 풍경을 대변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인 네 작가의 작품 속 자연은 일상의 깊은 곳에 존재하는 풍경이 가진 문화적 의미와 욕망과 함께 ‘자연’이라는 이름으로 희망이 되는 틈새를 우리에게 재 조명해주고 있다.

수도권에 사는 이들에게 비록 가까운 곳은 아니지만 겨울바다를 위한 여행을 꿈꾸는 이들은 시간의 빈틈을 찾아 한번쯤 방문해보기를 권해보고픈 전시라 하겠다.

 

▲ 박정원_Lonely flowers_57 X 40 cm_watercolors on cottonade_2023 ⓒ 뉴스피크
▲ 박정원_Lonely flowers_57 X 40 cm_watercolors on cottonade_2023 ⓒ 뉴스피크

 

박정원 / 무심한 일상의 화려한 시적 재현

의지와 무관하게 흘러가는 일상을 버티고, 쉽게 상처받지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단단함은 일상이라는 정글 속에서 자신이 살아남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다.

작가는 지난한 일상의 반복 속에서 비일상적 순간을 발견하는 것, 그리고 그 발견 앞에 멈추어 의미를 곱씹고, 그림이라는 물질로 변화시키는 일이 창작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무대 위에서 한 명의 배우가 나지막이 읊조리는 독백과도 같이 화병 속에서 서서히 말라가는 꽃의 고요하고 극적인 몸짓을 그려낸다. 찰나의 순간은 영원한 시간의 기억처럼 작가의 무의식적이지만 날카롭고 예민한 시선을 통해 재현된다. 수채의 투명한 질감은 여러 번의 겹칠로 거칠고, 무겁고, 풍부하지만 과장된 작품을 그려낸다. 어디서 본 듯한 익숙하지 않은 작품과 사물의 풍경은 보는 이들에게 자신의 일상에 존재하는 묘한 부조화를 깨닫고 그 너머 세상을 꿈꾸게 한다.

 

▲ 유수지_Orange Moon_72.7 X 60.6 cm_oil on canvas_2023 ⓒ 뉴스피크
▲ 유수지_Orange Moon_72.7 X 60.6 cm_oil on canvas_2023 ⓒ 뉴스피크

 

유수지 / 빈틈없이 채워낸 식물과 꽃과 자연의 선물

강렬한 색이 선사하는 생명력이 화폭에 가득하다. 일상은 우울하고 무심한 듯 지나가지만, 땅 아래로 자라나는 뿌리처럼 그림 속 자연은 삶을 지탱해주는 작가의 생명과 영감의 씨앗이 되고 있는 듯하다. 그림으로 남겨진 작가의 휴식에 관한 단편적인 조각들은 겨울잠 같은 긴 휴식을 선사하며 봄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으로 깨어나는 새싹과 봉우리로 자라난다.

반드시 오고야 마는 때를 겸허하게 기다리는 자연과 같이 걸으며 우연히 마주친, 혹은 무의식적으로 목격한 자연의 모습을 기억을 새롭게 채우듯 식물과 꽃과 자연으로 빈틈없이 채워낸다. 식물들은 빈틈을 채우며 물리적인 공간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작가의 시간과 내면의 경계마저 채워내는 듯하다. 넉넉한 그늘, 그리고 편안하고 아름다운 식물들로.

 

▲최나무_ 녹색 불을 지르는 사람_130.3 X 97 cm_oil on canvas_2023 ⓒ 뉴스피크
▲최나무_ 녹색 불을 지르는 사람_130.3 X 97 cm_oil on canvas_2023 ⓒ 뉴스피크

 

최나무 / 현실의 불안에 대항하는 내면의 자연과 그 생명력의 성장

이방인으로서 낯선 공간과 자연을 만나면 불안과 두려움에 뿌리를 내리게 된다. 작가는 그 보이지 않는 뿌리에 원색의 감성을 입히고, 자라나는 모습과 그 에너지를 내면의 풍경으로 그려냄으로써 자연의 원시적인 힘과 그에 못지않은 자신의 생명력을 그려낸다.

먼저 주변의 풍경과 함께 감정을 기록하되 자신의 시선으로 다시 그려냄으로써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성을 담아내는 독특한 상징을 만들어낸다. “고립” 그리고 “불안”에서 시작된 상징은 독특하지만 재기발랄한 표현으로 다독여지고, 좀처럼 흔들리지 않을 듯한 억센 색과 질감을 통해 안정을 찾게 된다. 얼굴이 없거나 아주 작은 무수히 많은 개체들로 등장하던 인물들이 점차 모습을 드러내고, 얼굴을 가지고, 눈에서 빛을 내는 모습으로 진화를 한다. 이는 작가의 말처럼 자연에게서 얻는 에너지를 그저 받기만 하던 것에서 벗어나, 안으로 끌어들여 응축한 다음, 밖으로 당차게 발산해내고자 하는 의지의 성장을 보여준다.

색을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화면을 구성하면서 재료가 가진 물성을 최대한 이끌어낸 작가는, 광택과 무광택의 표면과 색대비로 공간감을, 강렬한 원색과 두터운 질감을 대비함으로써 자연과 불안의 깊이와 뚫고 나오려는 에너지를 동시에 보여준다. 마치 그림으로 완성된 작가 내면의 성장일기를 보는 듯한 충만감이 작가의 작품 속에 담겨 있다.

 

▲ 해요_IMG_435(looking back)_130.3 X 97 cm_Acrylic on Canvas_2023 ⓒ 뉴스피크
▲ 해요_IMG_435(looking back)_130.3 X 97 cm_Acrylic on Canvas_2023 ⓒ 뉴스피크

 

해요 / 스며든 자연은 일상이 된다.

작업에 대한 고민, 그 고민을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 그걸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 이를 통해 살아가는 모습이 담긴 화폭은 곧 작가의 일상이자 창작활동의 모든 것이기도 하다.

소소하게 세상에 떠도는 여러 장면에서 작가 생각이 닿는 순간을 포착하고 덤덤하게 그림으로 옮겨내는데, 그 담담한 추억, 일상, 사람을 무심히 지나치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한 색과 분위기로 만들어낸 묘한 기시감과 독특한 감성 때문이다. 필요 이상의 설명이나 어떠한 인위적인 개입도 없다. 대상과의 거리도 충분히 넉넉하다. 그렇지만 어디선가 만나고, 만날 듯한 기시감은 공감을 끌어내고, 그만의 독특한 색감은 시선을 멈추게 한다. 작품 속에서 느껴지는 여유는 어디에서 오는가. 작가가 살고 있는 제주라는 자연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일까. 그 땅과 자연에서 느껴 볼 일이다.

 

○ 작가 소개

박정원(b.1981)은 국민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했으며 동대학원 석사졸업, 영국 Shefield Hallam University Fine Art MA를 수료했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아름다운 엉망>(플레이스 막, 2022), <스틸 라이프>(플레이스 막, 2017), <슬픈 몸>(플레이스 막, 2016) 등을 선보였다. <오! 센티멘탈>(가나 부산, 2020), <소소하지만, 소중한>(신세계 갤러리, 2020), <두개의 오늘>(위켄드 2/W, 2018), <CURATORS@BUSAN>(오픈스페이스 배, 2018) 등 다양한 전시 및 아트페어에도 참여하고 있다.

유수지(b.1995)는 충남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했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휴식의 조각>(갤러리다온, 2023), <Keep on walking>(갤러리 인, 2022) 등을 선보였다. <LIFE IN NATURE>(클램프 갤러리, 2023), <인 것 같, As If>(SEENAPS, 2023), <성수고요수목원>(콜라스트 갤러리, 2023), <친애하는 봄>(영등포 아트스퀘어, 2023) 등 다양한 전시 및 아트페어에도 참여하고 있다.

최나무(b.1978)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했으며 동대학원 서양학과 판화전공으로 졸업했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Green Falls, Green Waves>(갤러리 컬러비트, 2023), <녹색불을 다루는 법>(갤러리 담, 2022), <Hide and Seek>(갤러리 담, 2021) 등을 선보였다. <PLANTSHIP>(디멘션갤러리, 2023), <산책>(피앤씨토탈 갤러리, 2023), <Rhapsody in Green>(아미미술관, 2023), <원픽마켓 작가미술장터 2023>(조치원문화정원, 2023) 등 다양한 전시 및 아트페어에도 참여하고 있다.

해요(b.1983)는 제주대학교 예술학부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Intimate Sight>(아잇갤러리, 2022), <Color Flow>(제주문예회관, 2016), <Heyo-The Inspirations>(광주 주안갤러리, 서울 소울잉크 아트 갤러리, 2015) 등을 선보였다. <one, one>(미들맨 갤러리, 2023), <행복한 그림전>(맥화랑, 2023), <Sugar-Free>(갤러리 아트숲, 2023), <제주 청년주간 특별기획전 청춘정원>(제주사랑방, 2023) 등 다양한 전시 및 아트페어에도 참여하고 있다.

 

○ 전시제목 : INTO THE WILD 

○ 전시기간 : 2023.12.16.(토) - 2024.1.13.(토)

○ 참여 작가 : 박정원, 유수지, 최나무, 해요

○ 전시기획 : 우지영

○ 전시 코디네이팅 : 박예솔

○ 전시 서문 : 윤민

○ 전시 전경 촬영: 양이언

○ 전시장소 : 부산광역시 중구 대청로138번길 3, 갤러리 플레이리스트

○ 운영일시 : 수요일 - 토요일 11:00 – 18:00 (공휴일 및 일-화 휴관_동절기)

○ 입 장 료 : 무료

○ 문의 : info@galleryplaylist.com / 070-8287-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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