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생활지도, 인권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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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생활지도, 인권과 ‘만나다’
  • 이철호 기자
  • 승인 2013.0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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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교육청, <인권친화적 학생생활지도 프로그램> 배부

수업시간 중 소란스럽다고 생각할 때, 어떤 학생이든 검지 들고 ‘교실을 지배하는 자’라고 외치면 모든 학생이 같이 검지 손가락을 든다.

이런 방식으로 한 학급의 학생들이 떠들거나 장난치는 학생 또는 모둠에게 수업에 집중하도록 주의를 준다. 몇 차례 반복되어도 나아지지 않으면 지도점을 부여한다. 바람직한 수업태도에 대한 칭찬점도 있다.

김포서초등학교의 노태진 교사(현 김포 학운초)는 학생들과 상의하면서 학급 상·벌점 규칙을 만들고 함께 운영했다. ‘교실을 지배하는 자’는 초등학생들이 좋아하는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착안했다.

노 교사와 학생들에게 규칙은 권리의 축소나 제한이 아니다. 서로에게 피해주지 않고 배려하는 교실을 만드는 노력이다. 처벌이 아니라 회복과 반성의 기회다. 그런 의미에서 지도점 보다는 칭찬점에 주안점을 두었다. 

예컨대, 학업성적이 부진하다고 여기는 학생이 친구에게 또래교사를 요청, 과목별 ‘수호천사’ 활동이 진행된 후에는 요청한 학생의 판단에 따라 최대 10점의 칭찬점을 준다.

경기도교육청(교육감 김상곤)은 오는 7일부터 도내 초·중·고등학교에 ‘인권친화적 학생생활지도 프로그램’을 배부한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장학자료는 △교권과 학생인권이 상호 존중되는 학교문화 정착, △규정과 약속을 지키는 자율과 책임의 풍토 조성, △인권이 생동하는 학교문화 구현 등을 위해 마련됐고, 초등용과 중등용 등 2종이다.

초등용은 5개 영역의 54개 프로그램과 21개 우수사례를, 중등용은 6개 영역의 54개 프로그램과 6개 우수사례를 담고 있다. 각각의 프로그램은 목적, 운영방법, 유의사항, 그리고 활동지를 소개하고 있다.

장학자료는 지난 해 3월의 ‘체벌없는 학교문화 조성을 위한 인권친화적 학생생활지도 프로그램’을 수정·보완한 것으로, 학교 현장에 잘 적용된 사례와 새로운 현장 방안을 추가하였다.

 이번 장학자료에 따르면, 학생생활지도의 실행은 준비 단계와 개입으로 나눌 수 있다.

준비 단계는 △관계 형성하기, △학급 공동규칙 만들기, △비(非)언어적인 교육수단 실행하기, △언어적 교육수단 실행하기, △인권친화적 학생생활지도 실행하기 등 다섯 가지이고,  교사의 개입은 경미한 개입, 중간 정도의 개입, 강력한 개입 등 세 가지로 구성돼 있다.

예를 들어, 심한 장난이나 떠드는 행위 등으로 교사의 교권과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수업방해 학생에 대해서는 교실 앞자리(교사 근거리) 옮겨 앉기, 교실 뒤에 나가 서있기, 생각하는 의자에 앉기, 수업 끝난 뒤 따로 불러 I-message로 이야기하기와 같은 ‘잠시 마음 다스리기’ 프로그램을 일차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개선되지 않으면 교사와 함께 걷기나 상담 프로그램 등 다른 프로그램들을 활용한다. 

평택고등학교(교장 양영평)는 학생자치법정의 결정에 따라 ‘수업 듣고 내용 요약하여 담당교사에게 설명하고 사인받기’ 처분을 내리기도 한다. 학생들이 개발한 긍정적 지도 방안이다. 

‘선생님과 식사 하기’는 평택고 학생들이 고안한 또 다른 처분으로 긍정적 지도 방안의 하나다. 지도점(벌점)을 부과한 교사와 학생이 저녁식사나 급식을 함께 하며 상호 존중 및 이해의 계기를 마련해 준다.

청명고등학교(교장 조도연)는 유사 사례로서, 수업시간에 계속 잠자는 학생에게 5분간 일어서 있기와 ‘키높이’ 책상에서 공부하기로 지도하고 있다.

키높이 책상은 일반 책상보다 높은 책상. 교실 뒤에 2개 정도 마련한 뒤, 5~10분 정도 일어서서 수업을 듣도록 한다.

여러 사례 중에서 몇 가지를 살펴보면 이렇다.

오산 광성초등학교(교장 김원대)는 자율과 책임의 민주적인 학생자치활동에 심혈을 기울인다. ‘광성 어린이국회 자치회의실’을 두고, 학생들이 학급 규칙을 정하고 학교 규정 제?개정에 참여도록 했다. 정해진 규칙은 학생들 스스로 준수한다.

한 번은, 학급어린이회와 전교어린이회에서 휴대폰 사용 문제가 제기되었다. 학교의 ‘지참하고 등교 불가’ 규정과 관련하여 학생·교원·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하였고, ‘지참 가능하나 담임교사에게 맡기고 귀가시 돌려받으며 필요시 허락받아 사용 가능’으로 바꾸었다.

여주 세종중학교(교장 조정제)는 교칙위반 일정 수준 이상 학생을 대상으로 학생자치법정을 연다. 학생들은 지난 한 해 동안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후 아침 캠페인 활동, 나의 다짐 쓰기, 급식 지도, 교사에게 복장확인 사인 받기 등 긍정적 처벌을 결정했다.

화성 석우중학교(교장 김영복)는 학생과 함께 생활평점제를 운영하면서, 규범 및 가치 습득에 중점을 두고 별도의 칭찬점 획득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일주일 동안 부모님 발 씻겨드리기, 선생님 캐리커쳐 그리기, 학교폭력 예방교육 받고 OX 퀴즈 풀기, 30년 후 자녀에게 편지 보내기 등을 하였다.

안산 단원중학교(교장 강연수) 또한 지도점 상쇄 프로그램으로 ‘푸른 교실’을 운영한다. 인성교육지 작성을 필수로 하고, 학교 실내?외 환경정화 봉사활동이나 침묵 수행하기를 선택할 수 있다. 침묵 수행하기는 맨발로 침묵하면서 학교 운동장 돌며 생각하기다.

용인 흥덕고등학교(교장 이범희)는 ‘자아성찰 교실’을 운영한다. 지속적인 문제행동이나 학교부적응 학생들을 위한 문제해결 프로그램으로, 3·5·7일의 세 가지 유형이 있다. 학생들은 자아성찰 교실에서 자아존중감 찾기 심리치료, 미술치료, 독서치료, 역할극치료 등을 받는다. 

김상곤 교육감은 발간사에서 “학생 생활지도 과정 속에 스며있던 비교육적 측면을 끊임없이 성찰하면서 새로운 교육적 방안을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그 의의가 크다”며, “이 프로그램이 학교현장에서 인권친화적인 학생생활지도를 정립하기 위한 바탕이 되어 우리 모두의 노력과 함께 실천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인권친화적 학생생활지도 프로그램>은 도교육청 홈페이지(www.goe.go.kr ⇒ 과별 홈페이지 ⇒ 학교인권지원과 ⇒ 과자료실)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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