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경기도교육감 2013년 신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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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곤 경기도교육감 2013년 신년사
  • 이철호 기자
  • 승인 2012.12.31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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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 뉴스피크
새해 새 날이 밝았습니다.

경기도민과 교육가족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어둠이 깊을수록 별은 더욱 빛나고 햇살은 차가운 겨울에 더 따뜻합니다. 격동의 순간을 딛고 새해를 맞이하는 지금, 여러분의 힘들이 모여 경기교육을 빛나게 합니다.

돌아보면 경기교육의 한 해는 다사다난했습니다.

경기교육이 제시한 교육의제와 정책은 우리 교육의 흐름을 이끌었습니다. 한편에서는 교육 혁신과 교육 자치를 위태롭게 하는 여러 어려움이 있었고, 이를 이겨내기 위한 교육가족의 고통 또한 깊고 무거웠습니다.

교육의 이름으로, 교육자의 양심으로 교육의 가치를 지키는 일에 마음과 실천을 함께 해 주신 교육가족 여러분께 고맙습니다. 경기혁신교육이라는 큰 변화의 물결을 응원하고 동참해주신 학부모님과 경기도민 여러분께 고맙습니다.

복지와 각 영역의 민주화, 그리고 교육정의는 오늘의 시대정신입니다.

바야흐로 우리 사회는 '체감하는 복지와 민주화의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소통과 공감, 협동과 협치는 시대정신이 되었습니다. 몇 년 전 무상급식이 사회적 의제로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은 이 말에 낯설어 했습니다. 시장 논리에서 나온 수익자 부담이 당연하다고 여긴 까닭입니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사이에 한국 사회의 분위기는 달라졌습니다.

지난 대통령 선거 과정이 이를 보여주었습니다. 정치권 모두 무상급식과 무상교육을 기본으로, 복지국가와 경제 민주화를 국정 운영 방향으로 제시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국가가 무슨 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시대적 인식이 달라졌음을 보았습니다.

교육 분야에서도 학벌사회를 타파하고 교육비를 줄여 공평한 교육기회를 보장하는 일과, 경쟁을 완화하고 소질과 적성을 살리는 다양한 교육에 대한 약속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큰 틀에서 보면 경기혁신교육의 맥락과 같습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 해도 추구하는 방향은 같은 쪽을 향해 있습니다.

시대정신은 시대가 추구하는 가치를 반영합니다. 정의와 인권, 평등과 평화의 가치 속에서 무엇보다 교육정의를 확립해야 합니다. 교육정의란 교육의 공정한 기회균등을 토대로, 잘못된 제도와 관행으로 부당한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적 형평성을 추구하는 가치입니다. 곳곳에 뿌리 깊이 박힌 교육부정의를 거부하는 개념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공공의 가치관이 매우 협소한 것을 걱정합니다. 교육정의의 확립은 우리 사회의 공공성을 높이는 기본이며 경제정의와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바탕입니다. 경기혁신교육은 ‘교육정의’가 생생하게 살아있는 행복한 교육을 실현해 나갈 것입니다.

저는 지난 한 해 경기도 곳곳에서 선생님들과 학부모, 학생들을 만나 직접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경기혁신교육에 대해 응원하고 지지하는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교육청의 정책과 지원이 구체적으로 세심하게 있어야 한다고 주문하는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교사의 역량을 높이고 행정가와 관리자의 리더십이 더 민주적이어야 한다고 호소하는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경기도교육청의 혁신 사업을 두고, 외형을 늘리는 일과 함께 내실을 추구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새해에는 교육 현장이 생생하게 살아나도록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과 행정에 알차게 담겠습니다.

교원 업무를 줄여 학생 지도에 힘을 모으도록 하겠습니다.

무엇보다 교원 업무 경감을 위한 사업이 진행되었는데도 여전히 바쁘고 고단하다는 목소리를 자주 듣습니다. 지난해 교원 업무를 줄이려고 행정실무사를 배치해서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힘을 모으도록 했습니다. 업무 경감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그 전보다는 매우 줄었다는 응답이 나왔지만, ‘제로화’ 취지에 비추어보면 더욱 노력해야 합니다.

선생님들께서 가르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업무를 경감하는 일은 인력과 예산, 제도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학교 구성원들의 논의를 통해, 불필요한 관행적 업무를 없애고 효율을 높이는 일이 중요합니다.

선생님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한 다양한 사례들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교장 교감 선생님들께서는 규정에 없고, 실효성이 없는 업무를 없애서 선생님들의 부담을 덜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교육청부터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었던 불필요한 일을 과감히 없애는 혁신의 자세로 일하겠습니다. 교원 업무 경감에 대해서는 수업이 살아나고 선생님들이 체감하실 때까지 제가 직접 챙겨 나갈 것입니다.

경기도교육과정을 현장감 있게 적용하여 교육을 풍성하게 하겠습니다.

경기교육은 학생들을 민주시민의 자질을 갖춘 지성인으로 길러내기 위하여 창의지성교육과 배움중심수업을 중요하게 여겨 왔습니다.

올해부터는 창의지성교육과 배움중심수업을 체계적으로 담은 경기도교육과정이 학교에 본격 적용됩니다. 이러한 경기혁신교육의 내용들은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지식이 요약되어 있는 교과서로만 배우는 일방통행 수업을 넘어, 지식과 세상을 연관 지어 생각하고, 다른 사람과 대화하며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교사의 지도를 받는 보편적인 교육 방식입니다.

우리 교육은 이제 외형적 성장의 한계를 직시하고 새로운 질적 도약을 추구해야 합니다.

얼마 전 국제교육성취도평가협회(IEA)가 발표한 초중학교 학생 대상의 국제비교연구(TIMSS) 결과는 우리 교육의 현주소를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우리 학생들은 과목마다 세계 1~3위를 오르내리는 세계 최고의 성취도를 보여주었지만, 학습에 대한 흥미도와 자신감은 50개국 중 48~50위(초등), 42개국 중 38~41위(중등)에 해당하는 세계 최하위권이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성적이 우수한 우리 학생들이 공부하는 것을 가장 지긋지긋하게 여긴다는 것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호기심을 갖고 열심히 하는 것과, 넌덜머리가 나지만 어쩔 수 없이 매달려야 하는 것은 결과에서 큰 차이가 납니다.

이제 우리의 교육 문화와 교육과정과 수업 방식 전반을 다시 살필 때입니다. 우리 교육과 선생님들은 무엇이 학생들에게 공부의 재미를 놓치게 하는 요인인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성적을 올리기 위한 수업보다 공부의 재미를 북돋는 수업은 훨씬 더 선생님들의 열정과 전문적 역량을 필요로 합니다. 이제 우리의 교육 환경은 물론, 교사의 역량과 수준 또한 더 이상 과거와 같지 않습니다. 최고 수준의 인재들이 교사가 되고, 우리 선생님들은 우리 사회 지성인의 지표입니다.

이제 이런 교사의 역량이 교실과 수업 속에서 꽃처럼 피어나야 할 때입니다. 이를 위해 일제고사 형태의 평가를 점차 줄이고 교사의 자율성을 한껏 높이는 교사별 평가와 논술형 평가를 확대하겠습니다. 초등에서는 좀 더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중등에서는 수행평가를 비롯한 다양한 방법 속에서 구현되도록 하겠습니다. 선생님이 지니신 철학과 능력을 수업에서 활짝 꽃피울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전국 최대 규모로 추진하는 교사연구년 제도와 교사들의 교과전문성 연수 기회인 ‘교과연수년’도 외연의 확대와 운영의 내실을 꾸준히 추구할 것입니다. 선생님들께서 재충전의 기회를 통해 새롭게 자신을 단련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입니다. 꾸준히 선생님들의 성장을 돕는 제도를 찾아 운영하겠습니다.

학교 교육을 실제로 지원하는 교육지원청이 되겠습니다.

교육지원청은 그 이름에 걸맞게 학교 교육을 구체적으로 컨설팅하고 지원하는 곳이어야 합니다. 전문직이 행정에 치여 전문성을 잃어버리는 문제를 해결하고, 전문직과 일반 행정 모두 학교 현장을 찾아가서 돕는 교육 행정을 구현하겠습니다.

교육지원청의 행정 업무 인력을 늘리겠습니다. 장학사들의 행정 업무 부담을 줄이고, 인력 재배치를 통해 교육지원청 장학사의 수를 늘려서 역량을 높이겠습니다. 본청이 갖고 있던 학교 관리자에 대한 평가권의 50%를 교육지원청으로 넘겨 책임 경영의 토대를 다지겠습니다.

경기도에서 발원한 혁신교육이 이제 3년을 지나고 있습니다. 올해 2013년은 혁신학교를 일반화하는 준비기입니다. 2014년에는 혁신학교를 더 확산시키고, 2015년 이후부터는 혁신학교를 일반화하려고 합니다. 혁신학교를 일반화하는 과정은 현장 상황을 잘 살펴 그에 맞게 부드럽게 해나겠습니다.

인권과 평화, 사랑의 힘은 교육의 본질입니다.

인권교육과 평화교육은 우리 교육청이 추진하는 중요한 과제입니다. 좋은 교육은 학생들을 존엄한 인격체로 존중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좋은 교육은 학생 인권과 동행하는 것이지 충돌하는 것이 아닙니다. 학생들의 일탈과 교권 침해는 별도의 조처로 분명하게 대응해야 하지만 그러한 이유로 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송두리째 왜곡하거나 폄하시키는 것은 교육의 일이 아닙니다.

교육의 힘은 끝내 '사랑'에서 나옵니다.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역경과 어려움을 오히려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 긍정적 힘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 개념은 극단적으로 나쁜 성장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해나가는 힘을 발휘한 아이들의 공통점을 찾는 연구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결론은 그 아이들의 성장과정에는 그 아이의 입장을 무조건적으로 이해하고 받아주는 어른이 적어도 한 명 이상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테레사 수녀가 빵 한 조각 때문에 죽어가는 사람보다 사랑받지 못하여 죽어가는 사람이 더 많다고 안타까워했던 것을 떠올리게 합니다. 참으로 간단하지만 모든 교육의 원리를 함축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사랑은 응징과 처벌보다 언제나 힘이 셉니다. 우리 교육 또한 아무리 힘들더라도 모든 ‘힘겨운 우리 아이들’을 내치지 않고, 품고 사랑하는 힘으로 훌륭하게 키우는 일이어야 합니다. 변화가능성에 대한 믿음은 교육의 존재이유입니다.

존경하는 경기도민과 교육가족 여러분!

혁신교육은 좋은 교육에 대한 우리의 꿈을 집약한 용어입니다. 성공하는 혁신교육은 가치와 실용성이 조화를 이루는 역동적인 움직임이어야 합니다. 간결하면서도 창의적인 정책과 교육주체들의 능동적 실천이 서로 어울려야 합니다.

좋은 교육은 나쁜 교육보다 더 힘이 듭니다. 간단하게 하면 될 일을 한 번 더 생각하고 더 정성스럽게 해야 교육이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더 많이 생각하고, 더 정성을 들여야 하는데도 우리가 좋은 교육을 추구하는 이유는, 그래야 교육이 교육답고 학교가 학교다워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모두의 고통으로 전락한 안타까운 교육 현실을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13년에 저는 더욱 낮은 자세로 선생님과 학부모, 학생들에게 다가가겠습니다. 언제나 살아 있는 현장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서, 교육정의가 확립된 행복한 경기교육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경기도민 여러분과 교육가족 모두의 건강과 행운을 기원합니다.

2013년 새해 아침

경기도교육감 김상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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