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에서 만난 어린이 영화 '액션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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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에서 만난 어린이 영화 '액션동자'
  • 윤민 기자
  • 승인 2020.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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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용민네와 어린이 배우 홍정민, 윤성우, 함희수, 최현진

[뉴스피크] 

제25회 부천판타스틱영화제가 얼마 전 열렸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제대로 된 행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지난 1년간 준비한 영화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는 되었다. 

처음 관객에서 선보인 어린이 영화 액션동자. 어린이 영화의 새로운 시작이 될까?  ⓒ 뉴스피크
처음 관객에서 선보인 어린이 영화 액션동자. 어린이 영화의 새로운 시작이 될까? ⓒ 뉴스피크

그중 패밀리존 영화섹션에서 소개된 <액션동자>가 있다. 절에 맡겨진 어린이와 수련 중인 어린 스님들이 사찰의 보물을 훔쳐간 도둑을 잡으러 가는 어린이 액션활극이다. 설명을 하다 보니 뭔가 어색하다. 가족영화라는 컨셉은 우리에게 너무 익숙하다.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보던가 아이들이 볼 수 있는 영화는 5월뿐만 아니라 방학, 추석 등 시즌 때마다 찾아오는 단골손님이다. 그런데 어린이가 성인 주인공의 보조하는 게 아니라 주인공이자 배우로 이야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가는 어린이 극영화는 최근에 본 기억이 없다.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면 중장년에게는 <E.T>를 비롯해 <구니스, 1985> 그리고 <나 홀로 집에, 1990>와 같은 영화의 추억이 있다. 특히, <구니스>는 당시 어린이였던 나와 친구들의 가슴 뛰게 만들었던 모험 영화로 기억한다. 최근 다시 찾아본 <구니스>는 그 내용의 유치함과 조슈 브롤린 등 현재의 대배우들이 출연했음을 뒤늦게 알게 된 놀라움이 있지만, 그마저도 재미이고 추억이다. 

또 우리 세대가 성장하던 시기는 어린이 드라마 전성시대라고 할만 했다. <호랑이 선생님>을 비롯해 매일 저녁 시간, 주말 아침시간은 어린이들을 위한 채널과 어린이 배우들의 활약으로 채워졌었다. 

아이들을 위한 선물로 이 영화를 준비한 감독은 어린이 영화의 가능성을 믿고 있다. ⓒ 뉴스피크
아이들을 위한 선물로 이 영화를 준비한 감독은 어린이 영화의 가능성을 믿고 있다. ⓒ 뉴스피크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어린이들을 위한 실사영화들이 하나둘씩 사라졌다. 

1980년 말부터 1990년대까지 수많은 어린이 영화가 제작되었지만, 대부분 유명 코미디언들이 주인공으로 나선 이벤트성 영화들이었다. 그 뒤를 이어 일본에서 들어온 특촬물과 유사한 장르물이 어린이 영화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나마 코미디언이 나오지 않은 영화는 1993년 이준익 감독의 데뷔작이며, 독고영재가 악역으로 출연한 <키드캅>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액션동자, 네 명의 주인공들. 왼쪽부터 해륜스님, 진구, 진법스님, 가진스님.  ⓒ 뉴스피크
액션동자, 네 명의 주인공들. 왼쪽부터 해륜스님, 진구, 진법스님, 가진스님. ⓒ 뉴스피크

여전히 어린이들은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영화관을 찾는다. 할리우드와 일본에서 수입한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와 TV에서 인기를 얻은 캐릭터가 활동하는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그들을 맞이하고 있다. 또 만화에서 출발해 놀라운 기술로 애니메니션 보다 풍성한 상상력을 보여주는 마블과 같은 영화들이 일찌감치 어린이들을 자신의 고객으로 만들고 있다.

그 틈새에서 소박하지만 정이 넘치던 그 많던 어린이 극영화는 어느새 자취를 감춘 것이다. 사라짐에는 항상 이유가 있는 법이다. 시대와 문화가 달라진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아이들의 수준과 놀이문화는 이전 어린이영화가 활약하던 시기와 정말 많이 달라졌다. 아이들은 유튜브를 시청하고, 스스로 영상을 제작하기도 하며, 또래와의 (SNS 등을 통한) 소통을 통해 성인들이 이해하지 못할 자신들만의 강력한 세대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단지 그 이유 때문일까? 너무 수익만을 생각해서, 몇몇 성공모델과 기업과 사람이 중심이 되면서, ‘어린이’를 외치지만 사실상 어린이들에 대한 관심이 부족해서는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영화의 다양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서 한국 영화산업을 말할 생각은 없지만, 한 편의 새로운 어린이 영화가 나온 이유는 들어보고 싶다. 하나의 시작이 하나의 흐름을 위한 신호가 되는 경우를 종종 보기 때문이다. 그 호기심을 가지고 부천의 인터뷰장에서 <액션동자>의 감독과 네 주연배우를 만나보았다. 

 

감독과 네 명의 배우들. 이들은 그저 누구의 어린시절인 아역배우가 아니라 모두 한 명의 당당한 배우임을 감독은 이야기하고 있다.  ⓒ 뉴스피크
감독과 네 명의 배우들. 이들은 그저 누구의 어린시절인 아역배우가 아니라 모두 한 명의 당당한 배우임을 감독은 이야기하고 있다. ⓒ 뉴스피크

문이 열리면서 잠시 소란스럽더니 즐겁고 유쾌한 모습으로 감독과 세 명의 배우가 들어선다. 다른 한 명의 배우는 다른 장소로 갔다가 헉헉거리면서 뒤늦게 들어섰다. 그 모습에 먼저 온 이들이 웃고 떠들면서 반긴다. 즐거운 인상을 주는 첫 만남이었다. 

웃음이 진정되자 가장 궁금했던 <액션동자>의 시작을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용민네 감독은 선물이었다고 답해준다. 

“오형제 중 막내다. 명절 때 친척들이 모이는데, 조카들도 모두 커서 결혼을 했다. 이제는 손주들이 함께 집에 오는데, 이 친구들에게 뭔가 선물을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어린이 영화,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순간적인 생각은 조사로 이어졌다. 어릴 때 보던 <구니스>나 <호소자>와 같은 영화를 찾아보면서 아이들이 가장 깔깔거리며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게 액션 쪽이라는 분야까지 구체화되었다. 

그렇게 구상이 시나리오가 되고, 다시 제작으로 넘어갔다. 장르적인 특성 때문에 오히려 투자가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도 했지만, 결국 투자 쪽에서는 저예산영화는 관심이 없다는 것만 확인했다. 그리고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지원을 받게 되면서 <액션동자>가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진구 역을 맡은 배우 홍정민. 남자 역할을 해본 적이 없어 도전했다는, 연기를 즐길 줄 아는 이제 10살의 배우.  ⓒ 뉴스피크
진구 역을 맡은 배우 홍정민. 남자 역할을 해본 적이 없어 도전했다는, 연기를 즐길 줄 아는 이제 10살의 배우. ⓒ 뉴스피크

그렇다고 모든 일이 끝난 게 아니다. 사실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제를 통해 관객의 선호를 파악하고, 더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도록 극장을 확보하고, 홍보도 해야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변수가 발생했다. 

“어른을 위한 것이기 보다 어린이의 시선에서 찍었다. 부천영화제에 어린이 심사위원단이 있어 기대를 좀 했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안됐다. 어린이 영화는 어린이들이 다 함께 영화관에 와서 보고, 즐거워해야 하는데, 현재와 같이 띄엄띄엄 앉고, 영화관에도 제대로 가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어린이들이 영화를 봤을 때 느낌을 아직 알 수 없다.”  _ 감독 용민네

처음 <액션동자>를 봤을 때 집중에 쉽지 않다가, 조금 시간이 지나자 어떤 영화인지, 어떻게 봐야 하는지를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요즘 이렇게 어린이가 주인공인 가족영화가 없다보니 보는 방식 자체가 조금 달라진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상황은 연기를 하는 배우 입장에서도 생소할 듯하다.

아무래도 배우 캐스팅부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인데, 덕분에 일단 주연배우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이제 10살에서 14살의 어린 나이임에도 열손가락으로 참여작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작품에 참여한, 나름 베테랑 연기자들이었다. 그리고 액션이 중심인 영화이다 보니 감독은 오디션 때 무술 등 몸을 움직이는데 익숙한 경험과 준비를 우선적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그에 따라 태권도부터 댄스까지 각자 다양한 경력으로 무장한 주연 배우들이 정해졌고,  경상도에서 무술을 배우고 있던 어린이들이 무술 동자승으로 대거 참여했다. 단지 그들뿐 아니라 극중에서 악동 역으로 나오는 어린이들부터 교실에서 단역으로 나온, 그렇지만 “없어!”라는 너무 현실적인 연기로 강한 인상을 남긴 아이까지 모두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연기자들이었다. 그만큼 오디션과 캐스팅부터 남다른 출발을 보였던 <액션동자>였다. 

그렇지만 캐스팅 때 가장 어려움을 겪은 배역은 주연인 ‘진구’ 역이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가볍게 진행되는데, 그중 진구는 유달리 무겁고, 여린 역이었다. 결국 ‘진구’는 가장 늦게 캐스팅되었다. 그것도 여자로! ‘진구’역을 맡은 2010년생 (홍)정민은 이 역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어떤 느낌이었을까? 

“남자역할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었어요. 색다른 점이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정민의 목소리가 아닌 진구의 목소리가 나오도록, 여자인데 남자 역할을 하는 것 그 자체가 힘들었어요. (잔디)썰매를 타는 장면이 나오는데, 정말 재미있었는데 무표정하고 겁먹은 표정 연기를 하느라 고생했던 것 같아요.” 

단지 표정연기만이 아니었다. 영화 현장은 아이들에게 아무래도 힘든 환경일 수밖에 없다. 거기에다 뒤늦게 합류한 정민은 촬영을 앞두고 ‘수두’에 걸리기까지 했다. 다행히 증상이 심하지 않았고, 다른 아이들 역시 수두 예방주사를 맞아다며 촬영은 진행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아픈 정민이 새벽에 일어 울면서 촬영했다고 옆의 아이들은 당시를 말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정작 정민은 자기가 힘들었던 그 상황을 기억을 못하고 있었다. 그저 클로즈업되어 슬픈 ‘진구’의 모습이 화면을 가득 채우는 것만 기억할 뿐이다.

“제 얼굴이 화면에 크게 나오는 걸 보니 정말 신기했어요.” 

아직 어린 티를 벗지 못해 귀여운 정민이었다. 그런데 벌써 남자 역을 연기하기도 하고, 불안과 슬픔을 표현할 줄 안다. 정민이는 영화 <판도라>부터 TVN <마더>에서는 이보영의 아역으로 출연했으며, KBS <최고의 이혼>과 같은 각종 드라마에 출연했다. <액션동자> 이후에도 최근 웹툰을 영화화한 <아이들은 즐겁다>를 촬영했다. 정말 요즘 바쁜 천상 배우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옛날부터 TV 드라마 보면서 따라하는 게 취미였어요. 연기하고 싶어서 따라하는 걸 부모님이 지켜보시다가 연기학원에 보내주셨어요. 그때부터 오디션도 보고 배우 생활을 시작했죠. 6~7살 때부터 <방귀대장 뿡뿡이>에 출연도 했어요.” 

해륜스님 역을 맡은 배우 윤성우. 영화에서도 인터뷰에서도 가장 밝고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 뉴스피크
해륜스님 역을 맡은 배우 윤성우. 영화에서도 인터뷰에서도 가장 밝고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 뉴스피크

정민이가 ‘진구’로 극의 무게를 잡아주고 있다면, 분위기를 살려주는 이는 ‘MC 피크’, ‘돼지’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해륜스님 역의 윤성우였다. ‘성우’는 처음 정법과 가진스님 역으로 오디션을 봤는데, ‘해륜’스님 역으로 정해진 게 신기하다고 했다. 대본을 보니 자신의 실제 성격과 너무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연기하는데 무척 편했고, 그만큼 자연스럽게 보였지만 어려움이 없지는 않았다.  

“먹는 게 힘들었어요. (극중 캐릭터, 별명이) ‘돼지’다 보니까. 사실 입이 짧은 편이었는데, 계속 먹다보니까 위가 늘어난 듯했어요. (끼니마다) 밥도 먹고, 영화 찍을 때 또 먹었어요. 두 배로 먹으니까 힘들었죠. 촬영 중 살짝 짜증이 난적도 있었어요. 휴게소에서 핫도그를 먹었는데, 케찹을 입주위에 잔뜩 묻힌 장면이었어요. 그런데 주위에서 그 모습이 웃긴지 계속 웃어서 NG가 난거에요. 결국 배가 불러서 밥도 못 먹었어요.“ 

배우 현빈과 스파이더맨 ‘톰 홀랜드’를 좋아한다는 성우는, 그 배우의 밝고 긍정적인 캐릭터와 분위기를 배우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인터뷰 내내 밝게 웃는 성우는 이미 밝고 긍정적인 배우가 되어 있는 듯하다. 

“유치원 때 TV를 보고 나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엄마한테 ‘헐크’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 엄마가 오해를 하신 거에요. 얘가 공부를 하고 싶은가 보다 하면서 공부를 시키셨는데, 잘 맞지는 않았죠. 하하. 나중에 그 배우 이름을 알고, 그 배우처럼 되고 싶다고 해서 연기를 시작하게 됐어요.” 

영화 <클로젯>, <창간호>, <협상> 등에 출연했던 성우는 지금 드라마 <우리, 사랑했을까>를 찍고 있다. 그렇지만 성우는 멈추지 않고 오디션 제안이 들어온 것을 검토하고, 자연연기를 체크하면서 다음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무엇이 성우를 긍정적이고, 열심히 하게 만들까? 

“(지금 이 과정이) 나름대로 일을 하는 거니까 좋아요. 경력도 쌓이고, 배역을 많이 맡을수록 다양한 삶을 살아볼 수 있으니까요.” 

진법스님 역을 맡은 배우 최현진. 너무 의젓하고 어른스러운 면과 자신의 단독 와이어신이 나오지 않았다며 아쉬워하는 순수함이 공존하는 배우. ⓒ 뉴스피크
진법스님 역을 맡은 배우 최현진. 너무 의젓하고 어른스러운 면과 자신의 단독 와이어신이 나오지 않았다며 아쉬워하는 순수함이 공존하는 배우. ⓒ 뉴스피크

너무 어른스러운 대답에 놀라니 옆에 있던 정법스님 역의 (최)현진이 덧붙인다. 

“사실 배우를 하면 일반적인 삶이 아닌 여러 가지 삶을 살 수 있잖아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돈도 벌고요. (주변에 감탄과 웃음이!) 그래서 (이 생활이) 싫거나 나쁜 점은 없는 것 같아요. 힘들거나 짜증나는 점은 있어도.” 

너무 의젓한 대답을 내놓는 현진은 한 살 어린 2008년생이다. 남들보다 늦게 11살 때부터 시작했던 만큼 듣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모습이 가장 의젓하다. 

“유치원에 다녔을 때 <뽀로로>, EBS 교양프로그램을 많이 봤어요. 그때 내가 TV에 나온다면 어떨까 생각을 해봤던 것 같아요. 9~10살 때 엄마가 카카오에 제 사진을 올렸는데, 엔터 회사에 연락이 온다는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부끄러움이 많은 편이었는데, (그렇게) 연기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정법스님은 <액션동자> 가장 진지하고도 의젓한 역이다. 그렇지만 본인의 성격은 그와 다르다고 한다. 

“영화상 캐릭터와는 많이 달라요. 제 생각에는 실제 캐릭터는 조금 돼지(해륜스님)와 비슷한 것 같아요.” 

좋아하는 배우 역시 남다르다. <액션동자>에 도둑3으로 나온 장지웅 배우에게 이번에 푹 빠지게 되었다고 한다. 장지웅 배우는 영화 <극한직업>에서 진선규와 함께 마작을 하던 단역배우이다. 

“원래 장지웅 배우를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 영화의 마지막에 도둑을 물리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엄청 재미나게 웃기게 연기를 하시는 거에요. (옆에서 보다가) 많이 웃어서 NG가 날 정도였어요.”    

그러면서 아쉬움을 전한다. 단독 와이어 액션장면이 있었는데, 마지막에 편집돼서 그게 정말 아쉽다고. 세 명의 남자 배우는 아직 어려서인지 가장 즐거웠던 장면으로 와이어 액션장면을 꼽는다. 다만 가진스님 역을 맡은 (함)희수는 처음 무척 무서웠다고. 

“.처음에는 무서웠어요. 하지만 하다 보니 새로운 느낌이었고, 재미있었어요. 다만 계속하니까 다리 사이가 아파더라구요.”  

가진스님 역의 배우 함희수. 웃는 모습이 해맑지만 까칠한 역을 맡아 가장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했던 배우. ⓒ 뉴스피크
가진스님 역의 배우 함희수. 웃는 모습이 해맑지만 까칠한 역을 맡아 가장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했던 배우. ⓒ 뉴스피크

아무래도 액션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다보니 아직 자라는 아이들에게는 무술과 체력훈련이 가장 힘들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무술팀장이 가장 무서운 사람이 되어 있었다. 중간에 다친 사람들도 있었고, 특히 가진스님 역을 맡은 희수는 응급실에도 한번 실려 가기도 했다. 다행히 아무런 이상이 없었지만, 촬영이 끝나고 허벅지 두께가 달라질 정도로 힘든 여정이었다. 한번은 무술훈련이 끝나고 다 같이 운적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그렇지만 희수가 가장 힘들었던 점은 다른 것이었다. 

“까칠한 연기가 처음이었어요. 힘들었죠. 그래도 그만큼 배운 점도 많았던 것 같아요. 특별히 어떤 배우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촬영현장이나 영화에서 다른 배우의 특색을 보면서 계속 달라지는 듯 해요. 비슷한 장면을 찾아서 공부를 하죠. 그런데 이번 < 액션동자>는 어린 아이들 액션이 나오는 영화가 별로 없어서 거의 화내는 역할에 집중해 준비했던 것 같아요.“ 

웃는 얼굴이 해맑은 희수는 그의 말처럼 까칠한 연기가 쉽지는 않았을 듯하다. 사실 처음 연기의 시작도 그런 성격 때문이었다. 

“원래 무척 내성적이고 부끄러움이 많았어요. 낯을 많이 가려, 일주일째 같은 교회를 가면서도 울 정도였죠. 그걸 고치려고 연기학원을 다녔는데, 재미있었어요. 그때부터 (배우를) 하게 된거죠.” 

그런 희수가 이제는 제법 영화인의 관록이 느껴지는 배우가 되어 있다. 정법과 가진스님의 봉술의 합이 너무 좋았다고 말하니, 대뜸 “편집의 힘이에요.”라고 답하고 웃는다. 이미 영화 <리멤버>, 창작뮤지컬<루드윅: 베토벤더피아노>를 비롯해 각종 단편영화, 뮤지컬영화 등에 단역과 아역을 넘나들고 있는 희수는 이미 배우로서의 여유를 품고 있었다. 

이들 노련하지만 어린 배우들은 4개월간 매주 3일씩 봉술을 연습하고, 촬영 중에도 연기와 무술수업을 쉬지 않았다. 그렇게 아역배우가 아니고, 어린이도 아닌 당당한 한 명의 배우로 역할을 하는 아이들에게 감독은 고마움과 감탄을 전한다. 

남자 배우들을 환호하게 했던 와이어액션. 어린 배우들은 여러 명의 어른들이 와이어를 당겨주는 모습에 고맙고 즐거웠지만, 실수를 하면 안되겠다고 긴장도 했다. ⓒ 뉴스피크
남자 배우들을 환호하게 했던 와이어액션. 어린 배우들은 여러 명의 어른들이 와이어를 당겨주는 모습에 고맙고 즐거웠지만, 실수를 하면 안되겠다고 긴장도 했다. ⓒ 뉴스피크

“캐스팅을 6개월 전에 마무리하고 2달 정도 매일, 일주일에 3일은 무술, 이틀은 연기하면서 촬영을 진행했다. 아이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어느 순간 보니 내가 현장에서 성인배우에게처럼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그걸 또 해내고 있었다. 현장에서 다른 걸 요구해도 바로바로 수용을 했다. 정말 고맙고, 또 모두 좋은 배우가 될 듯하다.” 

고마움과는 별도로 영화에 대한 아쉬움 역시 없지 않을 듯하다. 

“영화 전체적으로 판타지 장면을 추가하고 싶었다. 중간에 나온 썰매신도 하늘을 나는 듯한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리고 에필로그로 눈 오는 날 아이들이 모두 사찰에서 노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눈도 별로 오지 않았고 진구 역도 너무 늦게 캐스팅되면서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아쉬움은 당연히 다음 영화에 대한 기대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다음 작품에 대한 물음에 아이들이 먼저 반응한다. “액션동자2요!” 

같이 동시에 외치고 즐거워한다. 감독도 역시 흐뭇한 표정이다. 

“액션동자2 역시 고려하고 있다. 그리고 액션의 비중을 좀 더 높인 일지매 어린이버전이나 현대극, 헐리우드의 스파이 영화 스타일도 고려하고 있다.

아동영화도 액션,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가 있으니까 재미있어 할 것들을 찾고 있다. 

장르, 산업적으로는 모험일수도 있지만, <액션동자>의 성과, 시장에서의 반응을 지켜봐야 할 듯하다. 사실 이런 장르가 없었다는 게 단점이기도 하지만 장점이기도 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린이시장은 분명히 존재한다. 애니메이션만 보는 요즘 아이들이 실사를 보면 다르지 않을까?  적은 예산으로 어린이영화를 재미있게 만든다면 시장에서 성공할 수도 있지 않을까?“ 

문화의 힘은 다양성에서 나올 수 있다. 어린이 극영화는 어쩌면 한국영화의 다양성을 위한 좋은 도전일 수도 있다. 액션동자들의 힘찬 기합소리를 기대해 본다.  ⓒ 뉴스피크
문화의 힘은 다양성에서 나올 수 있다. 어린이 극영화는 어쩌면 한국영화의 다양성을 위한 좋은 도전일 수도 있다. 액션동자들의 힘찬 기합소리를 기대해 본다. ⓒ 뉴스피크

다음 작품을 기대하면서 모두가 영화를 기다리는 관객들에게 한마디씩을 남긴다.  

“어른도 아이들과 같이 보면서 동심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영화관에서 나오면서 관객분들이 ‘정말 재미있었다.’ 라고 말하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_ 해륜스님 

“네 명의 아이들이 물리치는 모험을, 어른이 마치 자기가 그중에 한 명이 돼서 모험을 즐기는 상상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_ 가진스님  

“어린이 영화가 흔치 않아 유치하게 느낄 수 있는데, 저희가 생각하기에는 무술신도 있고, 흔한 장면은 아니니까. 선입관을 내려놓고, 아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좋을 듯해요.” _ 정법스님 

“어린 친구들이랑 부모님, 같이 가족들과 보면 더욱 재미있을 영화인 것 같아요.” _ 진구  

“인정에 호소하는 게 아니라, 영화를 객관적으로 보셨으면 한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영화이지만, 어른들도 <키드캅>, <호소자> 등 옛날 봤던 어린이 영화의 기억으로 봐도 좋을 듯하다. 그렇게 유치하지 않고 재미있는 영화니까 선입견, 편견 없이 한번 봤으면 좋겠다.” _ 감독 용민네 

아직 아이들의 해맑음은 그대로 간직한 4명의 배우들. 잦은 오디션과 촬영으로 학교를 자주 빠지는데 괜찮으냐는 질문에 모두 “좋아요!”라며 외치고, 여자 역 오디션을 받아볼 생각은 없느냐는 물음에 남자들은 모두 질색을 하며 웃는다.  

“지금 나이에 여자 역할을 하면 조금 징그럽지 않을까요?”  

그 배우의 순수함과 진지함에서 어린이 영화가 가진 가치를 생각하게 된다. 어쩌면 어린이 영화가 더 만들어지지 않음은 그들이 가진 가치를 제대로 발견하고, 유통할 수 있는 우리의 준비 부족이나 각박함 때문이 아닐까 생각을 하게 된다. 

진정 한국영화의 전성시대라고 말한다면, 어린이들이 자신만의 감성과 이야기로 또래들과 소통하면서 히히덕거릴 수 있는 그런 영화와 장르도 필요하지 않을까? 그게 영상시대에 어울리는 아이들의 성장이고, 또 한국영화의 바탕이 될 수 있을 듯하다. 

그런 바람을 가지면서 <액션동자>의 이야기를 마친다. 지금보다는 미래를, 우리의 시선보다는 어린이의 마음을, 순간의 성공보다는 영화의 가치를 바라볼 수 있는 우리 사회와 영화산업의 여유를 기대해본다. 

 

<액션동자> 시놉시스 

부모님과 더 이상 함께 살 수 없는 초등학생 진구는 동자승들이 기거하는 절에 들어가게 되지만, 소심한 성격에 또래 동자승들과 제대로 어울리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진다. 그러던 어느 날 절에 도둑이 들어 불상과 탱화를 훔쳐 달아나고, 유일하게 도둑들의 얼굴을 목격한 진구는 용기를 내어 동자승들과 함께 도둑을 잡기 위해 길을 나서고, 마침내 발견한 도둑들의 아지트를 급습한다.

동자승들의 액션무술활극부터 최신 유행 의상 쇼핑과 천수경 랩 그리고 짜장면과 떡볶이 먹방 등 어린이가 주인공인 어린이 영화! 

 

<액션동자> 감독과 배우 

 

감독 용민네 (최영민) 

 

2020년 [액션동자] 장편 감독 2018년 영화진흥위원회 제작지원

2017년 [엄마의 김치] 단편 감독                

2006년 [내부순환선] 장편 촬영감독 

        제1회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2003년 [신도시인] 단편 촬영감독 2003년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 우수상

2000년 [바르도] 단편 촬영감독 2000년 부산영화제 선재펀드상

 

 

진구 역 홍정민 

2010년 8월 14일생 

 

[영화]

<아이들은 즐겁다> 

<'판도라 - 꺼지지 않는 불> - 대통령(김명민) 딸 '미주' 역 

헤세드필름 단편영화 <베리>- '정민' 역

 

[연극]

​<가족입니다> - 어린 '진이'역(2015년 9월~10월 대학로)

‘청소년뮤지컬’ <레미제라블> - 리틀 코젯

 

[방송]

TVN 마더- 어린 수진 (이보영 어린시절)

KBS 최고의 이혼 – 어린 유영 (이엘 어린시절) 

MBN 마녀의 사랑 – 어린 초홍 (윤소희 어린시절) 

MBN 최고의 치킨 – 어린 보아 (김소혜 어린시절) 

MBC 마이 리틀 베이비 - 윤지

EBS 방귀대장 뿡뿡이 3기

 

 

해륜스님 역  윤성우 

2007년생 

 

드라마 <우리, 사랑했을까> 

영화 <클로젯> 

영화 <창간호> 

영화 <협상> 

 

 

정법스님 역  최현진 

2008년 05월 08일

 

[영화] 

<자산어보> (순조 역)

단편영화 <찌르게> (아이 역)

단편영화 <혜지의 하루> (짝꿍 역)

 

[방송] 

SBS드라마 <하이에나> (효민 역)

SBS드라마 <해치> (5남 역)

드라마맥스 <최고의 치킨> (초등학생 역)

웹드라마 <소녀의 세계> (짝궁 역)

 

 

가진스님 역  함희수 

2007년 10월 21일생 

 

[영화]

- 상업영화  <리멤버> 이성민(필주) 주연  어린 필주역 2020.05

- 상업뮤지컬영화 <인생은아름다워> 성가대아이 단역 촬영 2020.01

- 상업영화 <숙제> 성동일 주연 곤사모1 단역 촬영 2019.09~10

- 독립영화  가제<액션동자>  가진스님 주연  2019.05~06

- 상업영화 <생일> 설경구,전도연 주연 민재역 촬영 2018.05 ~ 06

- 숭실대 단편영화 <보호자>  예준역 주연 2018.12

- 한예종 뮤지컬영화 <별들은 속삭인다> 조연 2018. 05

- 성결대 단편영화 <손> 남진역 주연 2017. 10

- 단편영화 <엘리제를 위하여> 진우역 2017. 08

- 세종대 단편영화 <52hz> 단역 2017. 05 

- 성결대 단편영화 <장난감> 무명역 주연 2016. 11

 

[뮤지컬]

- 창작뮤지컬<루드윅: 베토벤더피아노>  어린루드윅 외 2018.12~20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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