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간의 여수 엑스포 1
상태바
1박2일간의 여수 엑스포 1
  • 윤민 기자
  • 승인 2012.07.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민 기자의 여수엑스포 체험기] 먼 길과 기다림, 그리고 기대

▲ 대우해양로봇관의 표정 있는 로봇. 여러 가지 표정이 있지만, 보기에 따라서 모두 똑같기에 보는 이들을 무척 즐겁게 했던 로봇. 엑스포에는 힘든만큼 아이들에게 즐거움이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 뉴스피크

쉽지 않은 출발

갑작스럽게 여수로 여행을 가게 되었다. 사실 엑스포가 개최된 이후로 갈까 말까를 수도 없이 고민했지만, 결정과 실행은 급작스럽게 이루어지게 되었다. 그곳은 아무래도 너무 멀고, 또 그곳에서 무엇을 보고 즐기기에는 너무 불편할 것만 같은 불안함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아이가 있는 집은 어디나 그렇듯, 더는 미룰 수 없는 호기심에 조그만 이유를 핑계 삼아 갑작스럽게 여행을 결정하고, 서둘러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철저히 일반 여행자이자, 가족여행객의 입장으로 여수엑스포와 여수로의 여행을 준비한 것이다.

역시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아침 일찍 출발을 한다 해도 여수에 도착은 점심을 훌쩍 넘긴 시간이기에, 엑스포 입장권은 오후권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오후권은 현장 구매만 가능하였고, 전시의 예약도 되지 않았다. 순간 암담했다. 이곳저곳 정보를 찾아보니, 제법 인기가 좋은 곳은 짧게는 1, 2시간에서 길게는 3시간을 훌쩍 넘는 시간을 기다려야 볼 수 있다는데, 과연 엑스포까지 가서 볼 수 있는 전시가 몇 개나 될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문득 더 많은 관람객을 위해 오후권 판매를 시작했다면, 수도권 관람객을 위해 예약을 할 수 있게 해야 하지 않느냐는 게시판의 원성이 가슴 깊게 공감이 되었다.

▲ 넒디넓은 엑스포 행사장. 그림으로는 그 넓이가 가늠이 되지 않는다. 무작정 걷기만 했을 때 3문에서 1문까지 성인 남자의 부지런한 걸음으로 15분에서 20분까지 걸린다. ⓒ 뉴스피크

빠르지만 막힌 길

마침 장마철이 시작이다.
어떤 면에서는 불안이고, 더위를 막아주기에 또 어떤 면에서는 행운이다. 가는 도로가 불안하기는 했지만,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공사 중이던 도로가 시원하게 뚫린 덕분에 의외로 빨리 여수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여수에 들어서면서부터 주차장과 캠핑 장이 하나둘씩 눈에 들어온다. 넓게 조성된 주차장 등이 놀랍기도 하지만, 아무 것도 없는 황량한 들판에 만들어진 공간이 그다지 반가워 보이지는 않는다. 그나마 시내 주변과 돌산 초입에 마련된 주차장과 캠핑장이 거리와 편의상 좋아보이지만, 여수에 처음 오는 이들이 그런 소소한 사항까지 숙지를 하고 올 수 있을까 의심스럽다.

그저 새로 생긴 도로와 예전에 볼 수 없었던 호텔 그리고 캠핑장에 보이는 놀이기구에 감탄하고 그대로 시내까지 차를 몰고 들어선다. 그렇게 돌산대교를 거쳐 여객선터미널 주변에 차를 주차하고, 이순신 광장에서 셔틀 버스를 타고 엑스포 행사장으로 향한다.

금요일이지만 아직 사람들로 붐비지는 않고, 자원봉사자들도 친절해 가는 길은 편안했다. 다만, 오동도 주변의 1문까지 막힘없이 간 셔틀버스는 다음 정류장인 엑스포 역으로 출발하지를 못한다. 관광버스들로 도로가 꽉 막혀버린 것이다. 평일이고, 이제 점심 막 지난 시간인데 조금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처음 목표에 비해 관람객이 많이 부족하다는데, 교통의 설계가 많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되는 지점이다.

이 생각은 행사장을 돌아다닐 때나, 끝나고 나갈 때까지도 이어지는 아쉬움이었다. 요즘은 음식점도 음식이 맛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주차가 편해야지만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 될 수 있는 법인데.
결국 셔틀버스는 오던 길을 되돌아나가, 다른 길을 통해 엑스포 역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엑스포 행사장에 들어섰다. 밖은 그나마 한산했지만, 안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고, 다채로운 건물과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음으로 어디로 가야 할 지 갈피를 잡지 못할 정도로 복잡한 느낌이었다. 

▲ 해양문명도시관에서 만난 움직이는 해저주택. 공상과학소설과 같지만, 이미 개발 중이기에 50년 후에는 만날 수 있다고 한다. 과학이 놀랍기는 하다. ⓒ 뉴스피크

기대와 아쉬움의 사이

먼저 입구 앞에 있는 해양문명도시관부터 섭렵을 하기로 했다. 기다리는 시간이 2, 30분 밖에 안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잠깐 기다리는 동안 바닷가에서 바닷게와 숨바꼭질을 즐기기도 했다. 아무래도 돌들 사이에 잽싸게 숨는 작은 바닷게들이 거대한 건물의 화려한 모습보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하나 보다. 교복을 입은 중학생과 초등학생들은 해안가의 돌들 주변을 떠나지를 못 한다.

잠깐 사이에 우리 차례가 되었고, 우르르 사람들 사이에 섞여 전시관에 입장한다. 깜깜하고 거대한 건물에는 다양한 전시와 이벤트가 펼쳐진다. 거대한 나침반이나 화려한 파노라마 그리고 난파선 등이 이어지는데, 사실 너무 급한 설명에 쫓아가기에 급급하다. 좀 더 느긋하게 즐긴다면 아이와 더없는 추억거리가 될 수 있을 듯한데, 하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미래의 해저도시에 대한 상상을 마지막으로 해양문명도시관을 나선다.

기다린 시간에 비해 전시가 너무 짧게 느껴진다. 준비한 것에 비해 즐긴 시간이 짧다는 것은 두고두고 행사의 아쉬움으로 남지 않을까 문득 생각을 해본다. 그나마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작은 사각형 의자를 만들어 놓은 것은 좋은 아이디어인 듯하다.

주변의 거리 이벤트와 전시관을 구경하고, 제법 인기가 좋다는 대우조선해양로봇관으로 향한다. 아이와 부모를 챙겨야 하는 사람들은 힘겨운 거리이지만, 아이와 늙은 부모들은 거리와 사람 그리고 그안의 이벤트 하나하나가 신기하기만 하다. 그래서 넓은 엑스포 공간은 이동이 더욱 오래 걸리기만 하다. 대우조선해양로봇관에는 사람이 길게 늘어서 있다. 안내원이 앞에서 소리치고 있다. 대기시간 약 1시간 30분. 순간 고민한다. 과연 그렇게 오랜 시간을 기다릴 필요가 있을까와 아이가 그 시간을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교차하지만 한번 기다려보기로 한다.

주변을 둘러보니 전시관에도 빈부의 차이는 확실하다. 전시를 마지못해 했다는 게 티 나는 전시관은 기다리는 사람이 하나 없지만, 입 소문이 난 전시관은 사람이 길게 줄을 서 있다.

로봇전시관도 줄이 좀처럼 줄지 않는데, 다행히 기다린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로봇축구와 인간처럼 말하는 로봇은 아이의 호기심을 충분히 충족시켜 주었다. 관람시간 40분과 대기시간 1시간 30분이 아깝지 않은 추억을 만들어주었다.
그래도 아이를 위해 좀 더 효율적인 시간과 시스템의 활용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기다림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전시의 구성과 만족이 아닐까 싶다. 

▲ 아이들에게 가장 큰 즐거움과 추억을 안겨주었던 로봇 축구. 넘어져도 벌떡 일어나는 로봇들이 놀랍다. ⓒ 뉴스피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