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고양이
고양이가 나비처럼 우는 밤에 떠났다.
이곳에 태양은 없었어.
밝기만을 기다렸던 여인은, 결국 세 개의 태양이 뜨는 별로 떠난다.
마지막까지 우린 교미했었지. 혀를 길게 내밀어 어둠의 맛을 본다.
우린 얼마나 어둡고 추웠던가. 얼음의 무게를 받아들이기로 한 너의 선택.
검시관은 여자의 몸에서, 긴 동굴 같은 종을 꺼낸다.
소견서엔, 자신의 삶에 대한 의지를 살해. 소리 내지 못한 울음이 굳어, 종모양의 담석이 됨. 향유고래의 침묵, 또는 돌로 지은 절집 한 채가 나온 경우도 있음.
희망을 잡아먹은 고양이의 울음 끝, 나비 날개가 달빛에 일렁거리는 밤.
여인이 껴안은 별빛은 꺼진다.
* 시인 신승우(申承祐)
1972년 경기도 수원시에서 태어나 장안대학 응용미술과에서 공부했다. 군 제대 후 교통사고로 뇌병변 장애인이다. 2001년 ‘장애인 근로자 문화제’에서 시 부문 금상, 2004년 <솟대문학> 추천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경기도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부대표, 사단법인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경기 지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경기도 장애인 극단 난다 대표, 수원새벽빛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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