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문종의 한마디] - 노동권과 생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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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문종의 한마디] - 노동권과 생활권
  • 뉴스피크
  • 승인 2020.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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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문종 수원2049시민연구소장.
▲ 유문종 수원2049시민연구소장.

[뉴스피크] 노동자가 자유롭게 일 할 수 있는 권리가 노동권이다. 시민이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는 권리가 생활권이다. 생존을 위해 일하고 싶을 때 일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쉬고 싶을 땐 쉴 수 있어야 한다.

노동현장은 안전해야 하며 노동자는 당연히 그것을 요구할 수 있다. 따라서 노동권은 안전한 노동환경을 포함한다. 생존을 위해 꼭 노동을 해야만 하고, 그 노동은 안전한 환경에서 수행되어야 한다.

최근 이천 물류창고 사고를 통해 안전한 노동환경의 문제에 다시금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이번만큼은 철저한 대책이 확립되길 바란다.

불안한 노동환경은 물류창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가 매일매일 보고 지나치는 생활현장에도 있다. 미화노동자의 노동환경이다.

그동안 야간과 새벽시간에 생활쓰레기를 처리하는 미화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은 뒷전이었다. 다행히 수원시는 작년 말부터 시범 실시하며 올해부터는 미화노동자의 작업시간을 변경했다. 새벽 두 세시가 아닌 아침 6시 이후로 생활쓰레기 수거시간을 변경했다.

이런 변화는 시민의 생활권을 침해하기 시작했다. 시민이 잠든 사이 누군가 생활쓰레기를 깨끗이 처리해주었다. 상쾌한 출근길이었다. 미화노동자의 안전을 담보로 쾌적한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수거시간 변경으로 미화노동자의 노동권과 시민의 생활권이 충돌하기 시작했다. 출근길에 수북히 쌓여있는 쓰레기더미가 보이고, 거기서 냄새가 난다. 여름으로 가면 그 냄새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골목길에 청소차량이 막고 있으면 기다려야 한다. 5분이 아쉬운 출근길에 골목길 정체는 견디기 힘든 상황이다. 왜 시간을 변경하여 시민에게 불편을 주는가? 불만이 나온다.

미화노동자도 시민이고, 출근길에 짜증이 나는 시민 또한 대부분 노동자일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보통 조정을 한다고 하면 반반씩 양보하거나 6:4, 혹은 7:3 등 일정한 비율로 주고 받는다. 노동자의 안전을 반 양보하고, 시민의 불편함을 반 양보하면 될까?

하루는 6시 이후에, 또 하루는 또다시 새벽에 생활쓰레기를 수거해가면 될까? 아니 주 5일 중 3일은 6시 이후에 2일은 새벽에 수거하면 될까?

그러나 인권에 양보가 없듯이 안전에도 양보가 있으면 안 된다. 열사람이 사고를 당할 것을 다섯 사람으로 줄여서는 안 된다. 한 사람이라도, 단 하루라도 위험한 작업환경에서 일 하게 해서는 안 된다.

수거시간의 변경이 아니라 생활쓰레기를 버리는 시민에서부터 대안을 찾아야 한다. 악취가 나는 음식물쓰레기 처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저분한 수거장소에 대한 정비도 필요하다.

미화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시민과 지자체가 답을 찾아야 한다. 물론 시민의 불편함이 따를 것이다. 지자체에서 예산을 투자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사고를 당하고 후회하는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며칠 전 생활쓰레기 수거 시간 변경으로 지방신문에 시민의 불편을 호소하며 대책을 촉구하는 기사를 보며 생각해 본다. 노동권과 생활권, 어떻게 답을 찾아야 할까?

[글 : 유문종 수원2049시민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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