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말할 수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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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말할 수 없는 것
  • 소풍 기자
  • 승인 2012.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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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말할 수 없는 것

너의 미소에 반했다 말하는 사람들에게, 발을 보여주렴.
길에서 흘린 땀과 주름, 그 생채기를.
네 눈빛에 입 맞추고 싶다는 사람들에게 발을 보여주렴.
지나왔던 이야기와 연결된 골목들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이젠 열매를 보고 꽃술과 나비의 설렘을, 궁굼해 하지 않아.
코를 세우고 턱을 깎을 순 있겠지만, 여행을 위해 물집을 터뜨리며
신발 끈을 단단히 묶진 않지.

꽃송이를 보며 뿌리가 어떠할 거라, 감히 상상하지 말기를.
드러난 것들만 진실이라고 배워온 눈에게, 뿌리는 생경한 저편의 이야기.
뿌리는 길을 빨아들여, 오늘도 너를 피워낸다.

  

* 시인 신승우(申承祐)
1972년 경기도 수원시에서 태어나 장안대학 응용미술과에서 공부했다.  군 제대 후 교통사고로 뇌병변 장애인이다. 2001년 ‘장애인 근로자 문화제’에서 시 부문 금상, 2004년 <솟대문학> 추천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경기도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부대표, 사단법인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경기 지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경기도 장애인 극단 난다 대표, 수원새벽빛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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