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선생님, 짱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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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선생님, 짱이에요!”
  • 이철호 기자
  • 승인 2012.0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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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여주교육지원청의 마법 같은 마술교육

▲ 오산초등학교의 교사인 안중현 선생은 오늘은 능청스러운 마술사이자 선생님의 자상한 선생님이다. ⓒ 뉴스피크

좋은 선생님은 좋은 제자이기도 하다

지난 4월 6일 금요일 저녁, 경기도 여주교육지원청 4층, 그리 작지 않은 강의실이 가득 찼다. 친근하게 생긴 강사가 간단한 수업 소개를 한 후에 첫 마술로 카드 패닝을 시작한다. 아이들처럼 집중한 선생님들이 강사의 동작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탄성을 내지르더니, 강사가 감춰진 카드를 찾아내자 일제히 박수를 치며 즐거워한다.

여주교육지원청에서 마련한 마술교육 그 두 번째 시간의 풍경이다. 작년부터 시작한 마술교육은 이제 2기, 21명을 수강생으로 맞이했고, 3기 17명의 수강생까지 예약해놓은 인기 강좌이기도 하다. 몇몇 수강생은 이미 손놀림이 익숙하다. 첫 해 강의를 듣고, 수업에 활용해 나름 성과와 자신감을 갖게 된 선생님들이다.

송촌초등학교에서 온 임정현 선생님은 작년에 신규로 부임했을 때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데 이 마술수업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마술을 하는 선생님이 아이들과 친해지고, 인기가 좋다는 것은 기대가 아닌 현실인 셈이다.

▲ 1기를 수료했던 임정현 선생은 예사롭지 않은 손놀림으로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 ⓒ 뉴스피크

이제 두 번째 마술이 시연된다. 이제 밑에 판까지 깔고 제법 그럴싸한 마법이 시작된다. 선생들은 집중하고, 다시 탄성과 환호를 보낸다.
그리고 이어지는 연습, 또 연습.

아무래도 첫 번째만큼 쉽지만은 않다. 나눠진 카드에서 모두 원하는 숫자가 나와야 하는데, 대부분 실패를 한다. 그래도 선생님들은 즐겁다. 아예 옆 자리의 다른 교사와 학생과 선생님이 되어 한판 마술극장을 펼치기도 한다.

좋은 선생님은 어떤 사람일까?
여러 가지 조건이 있겠지만, 배움의 즐거움을 아는 선생님들이 아닐까 문득 생각을 본다. 실패를 무서워하지 않고, 새로운 배움에 아이처럼 기뻐하는 그곳의 선생님들은 이미 좋은 선생님의 필요조건은 갖춘 게 아닐까?

▲ 배움의 즐거움을 알고 있는 선생님은 가장 좋은 학생이자 선생님이다. 마술수업은 내내 활기차고 즐겁게 진행되었다. ⓒ 뉴스피크

마침 한 선생님이 성공을 했는지 호들갑스럽게 외친다.
“우와, 선생님, 짱이에요!”

예술 안의 교육에서 예술을 통한 교육까지

이제 수업과 연습도 거의 끝나고, 강사는 끊임없는 연습과 활용에 대한 이야기로 수업을 마무리한다. 본인도 첫 마술인 패닝을 익숙해지는데 하루 20분씩 한 달이 걸렸다면서. 

또한 이번 수업은 카드다 보니 아무래도 아이들과 공개적으로 사용하기는 곤란할 것이라는 말과 함께, 상담 등 아이들과 개인적으로 만날 때 이 카드마술을 사용하면 학생들과 훨씬 쉽게 동질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을 덧붙인다. 홍천초등학교에서 온 김용건 선생님 역시 이 수업이 아이들과 소통하는 데 무척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 선생님은 다시 학생과 선생님이 되어 방금 마술로 수업을 진행해본다. ⓒ 뉴스피크

그런데, 이 마술수업은 단지 재미있고, 아이들과 친숙해질 수 있는 재료로서의 마술만을 말하는 것 같지는 않다. 예술교육에는 예술 안에서의 교육과 예술을 통한 교육이 있다고 한다. 이제 우리 교육사회에서도 단지 기능으로서의 예술이 아니라 예술의 무한한 가능성을 수업에 녹여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여기 여주교육청의 마술교육 역시 단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마술이 아니라 마술이 가진 과학적인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하고 있으니, 예술과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수업으로의 확장을 시작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1기를 졸업했던 선생과 여주교육지원청의 곽수영 교육장은 착시를 기반으로 한 마술을 강사와 논의하고, 활용방안에 대해 토의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제 수업도 첫번째 수업인 동전마술, 그리고 카드마술에 이어지는 수업도 과학마술과 수학마술 그리고 기타 교과와 관련된 마술수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 서툴던 곽수영 교육장도 마침내 기술을 완성한 후 천진난만한 환호성을 지른다. 모두 즐거운 학생들이다. ⓒ 뉴스피크

오산초등학교의 교사이자 마술수업의 강사이기도 한 안중현 선생님은 이런 마술을 통한 수업을 좀 더 연구하고,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미 본인과 주위의 선배, 동료들은 교사마술동호회를 구성해 10여 년 동안 연구와 토론 그리고 교육을 진행해왔다고 한다.

이 기간 동안의 연구와 노력을 통해 단지 깜짝 놀라게 하는, 시선을 끌기 위한 마술이 아이들의 주의, 집중을 방해한다는 결과도 확인하였다.

지금은 실제 눈에 보이지 않는 현상을 보여주는 마술 안에 포함된 많은 과학 원리를 수업에  녹여내기 위한 연구와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아이들 역시 동기부여가 되고, 선생과 아이의 관계는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 진지한 필기는 필수. 선생님은 가장 좋은 학생이 된다. ⓒ 뉴스피크

지금까지 우리의 교육은, 아니 전 세계의 교육은 어쩌면 하나의 방식으로만 진행되어 왔는지 모른다. 각기의 관심분야의 연구와 노력을 통해 우리는 더 많은 선생과 함께, 더 많은 수업방식을 발견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교육에서 소외되는 아이들도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된다.

▲ 6월까지 예정된 마술수업. 오늘은 두 번째인 마술수업이다. 익숙하지는 않지만 신기하고 재미있기만 하다. ⓒ 뉴스피크

여주교육청의 마술수업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만큼이나 마법과 같은 기대를 한껏 부풀리게 하는 수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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