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樂 1] 빛그림으로 그린 꿈을 향한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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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樂 1] 빛그림으로 그린 꿈을 향한 축구
  • 이철호 기자
  • 승인 2012.0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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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섭 작가가 기록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국인 축구감독과 아이들

▲ ⓒ 뉴스피크

 

권순섭 작가를 만난 것은 10년도 더 전이었다.
그때 스포츠 잡지를 만들고 있었고, 좀 더 역동적이고, 다양한 사진을 위해 외부 사진가 그룹에게 도움을 요청했었는데 그중 가장 성실하게 작업을 진행해주던 이가 바로 권순섭 작가였다. 그 성실성에 반해 끊어졌다 이어지는 인연을 벌써 10년이 간직하고 있다.

그동안 권 작가는 직업적인 사진과 개인적인 작업을 끊임없이 이어오면서 대학원도 졸업하고, 교육이라는 영역까지 할 일을 넓히고 있었다.

20여 년을 사진가들을 만나다 보니, 그들의 작업과 직업의 사이를 자주 보게 된다. 작업은 꿈이고, 직업은 현실이다 보니 몇 년에 걸친 작업을 직업의 시간에 쫓겨 마무리하지 못하는 작가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권 작가도 그 긴 시간 동안 수많은 직업적인 사진들 사이에서 몇 가지 끝나지 않은 작업에 관한 이야기를 드문드문 들려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그 개인작업 중 하나가 ‘전시’로 세상에 드러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기쁜 마음과 함께 새삼 그와 그의 작업이 궁금해졌다.
다시 사진작업을 위해 만난 그에게, 처음 만난 사람처럼 어떻게 사진을 하게 되었는지 물어보았다. 

▲ “개인적으로 나는 사람들이 내가 찍은 사진을 보면서 불행이나 절망감을 느끼거나 슬픔을 가지는 것보다는 거기에서 희망을 발견했으면 좋겠다." ⓒ 권순섭

“처음부터 사진을 전공한 것은 아니었다. 원래 경영학을 전공했는데 졸업 후 일반 직장이 아닌 웨딩스튜디오에 취직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직업으로서의 사진을 찍다 보니 점점 사진에 관심이 깊어지게 되었고, 그래서 스튜디오를 그만두고 사진학과에 편입하였다. 당시 저널리즘적인 사진에 무척 관심이 많았는데, 졸업 후에 그쪽 분야의 일을 자주 하게 되었다.”

그의 성실성은 그의 고집 때문이 아닌가 싶다. 좋아하는 일을 위해 적지 않은 나이에 대학에 편입하고, 다시 대학원까지 진학하였으니 남들보다 의지와 부지런함이 더하지 않으면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이번에 전시로 세상에 보여준 남아프리카공화국 사진 역시 그의 성실성이 없었다면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문득 그가 중국에서 만들어온 사진들이 생각난다. 그의 사진이 가진 미덕은 성실함과 역동성 그리고 따뜻함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중국에서의 사진은 그의 미덕이 가장 잘 드러나고 있고 또한 그 남아공의 사진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 중국. 가장 높은 곳에서 전경을 담다. ⓒ 권순섭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어느 도시를 가든 도시와 지역의 전경이 드러난 사진이 있었다는 것이다. 도시 전체와 주변 모두를 담고 있는 아름답고도 광활한 사진을 위해 그는 말이 통하지 않고 낯설기만 한 그 지역에서 가장 높고 전망 좋은 산을 찾아 오르기를 반복한 것이다. 그래서 그의 전경 사진은 항공사진보다 가깝고, 더욱 따뜻했다.

그런데 그는 왜 갑자기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떠난 것일까?

▲ 임흥세 감독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축구팀. ⓒ 뉴스피크

“아주 우연한 기회에 임흥세 감독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었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무언가 끌림을 느낄 수 있었다. 남아공에서 빈민가 아이들을 대상으로 축구팀을 만들어 축구를 가르치는 것은 물론 교도소, 보육원, 백인 보육원, 에이즈센터 등 20여 개의 팀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날 집에 오는 내내 그리고 잠자리에 들어서도 남아공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다음날 바로 임흥세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남아공으로 들어갈 때 같이 갈 수 있느냐고 물어보았고, 몇 번의 전화통화를 통해 허락을 받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만난 지 4일 만에 남아공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사진작가를 비롯한 예술가는 엉뚱하고 즉흥적인 면이 없지 않다. 그렇지만 권 작가는 그런 면과 조금 거리가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는 꽉 짜인 일정을 소화하던 직업적인 사진가의 최일선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모든 일을 제쳐놓고 비행기에 올랐으니, 역시 작가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시간이 따로 있나 보다.

▲ 복장도 신발도 제각각이지만, 이들은 같은 꿈을 꾸고 있는 축구팀이다. ⓒ 뉴스피크

이제 그 멀고, 먼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사람과 공을 쫓아간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한국에서 비행기로 17시간을 가야 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행정수도인 프리토리아 Pretoria 인근의 빈민가에 축구로 선교하는 한국의 축구감독 임흥세가 있다.

축구감독 홍명보와 국가대표 선수였던 김주성의 스승으로 이름이 알려진 그는 5년 전 이곳 남아공으로 건너와 빈민가 아이들을 대상으로 축구팀을 만들어 가르치고 있었다. 에이즈가 우리의 감기처럼 흔한 이곳에서 축구를 통해 건강한 체력을 갖게 하여 조금이나마 에이즈를 멀리하게 하고 싶다는 게 바로 그가 이곳으로 온 이유이자 목적이다. 

▲ 공은 너덜거리고, 신발도 한짝이 없지만, 아이들은 축구를 하는 시간이 가장 즐겁다고 한다. ⓒ 뉴스피크

이곳 아이들에게 축구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남아공 아이들에게는 축구는 그냥 단순한 놀이 정도가 아니었다.

이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대상은 우리나라 아이들처럼 TV에 나오는 연예인이 아닌 국가대표 축구선수였고 더 나가서는 각종 유럽리그에서 활동하는 드로그바나 아데바요로 같은 선수들이었다. 그렇지만 축구를 하기에 매우 좋은 신체조건을 가진 아이들에게 축구의 기본기를 가르쳐 줄 지도자는 절대적으로 부족하기만 했다. 아이들의 꿈과 임흥세 감독의 꿈이 거기서 만나게 된 것이다.

▲ 남아공의 축구소녀. 권순섭 작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을 때 가장 긴장하며, 그 긴장을 몸으로 느끼면서도 촬영을 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 뉴스피크

축구를 가르칠 때는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들을 구분하지 않는다.
여자아이들도 축구를 통해 몸이 건강해져야 에이즈와 좀 더 멀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 똑같이 가르치고 있었고 여자아이들 역시 남자아이들에 뒤처지는 것 없이 열심히 뛰고 달렸다. 그렇게 처음에는 너무나 몸이 약해 30분을 뛰기가 어려웠던 아이가 1년이나 2년이 지난 뒤 1시간을 뛰고도 더 뛰고 싶다는 말하게 되었고, 아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오는 축구 가르치는 시간을 가장 좋아하고, 기다리게 되었다.

간단한 기본기 훈련 후 편을 나누어 축구시합이 시작된다. 어느 편이든 골을 넣으면 갖가지 골 뒤풀이가 넘쳐나 그걸 보는 재미도 만만치 않았다. 축구화를 신은 아이도 있었고, 맨발로 뛰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축구를 할 때만큼은 누구나 똑같이 즐거워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 임흥세 감독은 아이들에게 가르칠 때 기본기를 가장 중요시한다고 한다. 드리블 연습과 헤딩연습, 그리고 달리기는 축구시합을 하기 전 꼭 하는 필수사항이라고 했다. ⓒ 뉴스피크

임흥세 감독의 꿈은 남아공에서만 축구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프리카의 아이들에게 남을 가르칠만한 축구실력을 키워 아프리카의 모든 54개국에 축구지도자를 보내 각 나라의 아이들에게 축구를 통해 건강한 체력과 정신을 키워 에이즈를 극복하게 하여 건강한 삶을 살게 해 주고 싶다는 것이라고 했다.

내가 하는 사진작업 역시 몇 번의 촬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54개국 아프리카 모든 국가에 축구가 전해지는 모습과 그들을 생활을 촬영하고자 한다. 그들의 생활과 환경은 힘들지만 나는 그 환경에서도 희망을 찾고 싶고 가능성을 사진으로 보여주고 싶다.
특히 올 한 해는 남아공은 물론 그 주변국까지 축구교실을 확대한다고 한다.
그곳의 아이들이 축구로 희망과 꿈을 찾고자 할 때 나 역시 그 꿈이 이루어지고 커가는 모습을 기록할 것이다.
 
* 권순섭 작가는 대학에서 사진강의를 하며, 사보 등의 사진을 담당하고 있다. 이번 사진작업을 계속 이어나가 아프리카의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담을 생각이며 아프리카 지역의 한국의 여러 기관의 의료봉사의 모습도 기록할 계획을 하고 있다. 처음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방문한 이후로 일 년에 한 두 차례씩 아프리카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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