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애가 초코파이를 먹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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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가 초코파이를 먹었던가
  • 소풍 기자
  • 승인 2012.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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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가 초코파이를 먹었던가
 
작은 엄마네 자식이었다.
그때는 작은 엄마란 게, 첩이었다는 걸 모를 정도로 그냥 사이가 그랬던 것 같다.
작은 엄마네 아들이 있었는데, 작고 말라깽이였다.
비실거리던 아이였는데, 읍네 병원까지 갔다 온 날, 생전 그러던 법 없던 양반이, 초코파이 한 상자를 사왔다. 우리들이 흥분했었던 기억이, 아직까지 난다.
그 애도 먹었는지 기억 못할 정도로, 조용하고 얌전한 애였다. 병원에 간 날도 으레 간 것처럼, 신경도 안 썼다.

누나랑 형아랑 자던, 그날 밤.
빼꼼히 문을 열고 들어와, 난처한 듯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이상해 쫓아 부르려는 걸, 누나가 손을 잡았다.

날이 밝았고 지나칠 만한 꿈이었고, 작은 엄마가 며칠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그 일이 언제 적 이야기인데,
정말 나하고는 별 기억이, 도대체 없던 아이였는데.  
아직도 초코파이를 먹지 못하고,
그 아이가 죽은 계절엔 폭음을 하는 게,
그날 아이가 초코파이를 먹었는지, 기억 못하는 것 때문이란 말인가.
  

* 시인 신승우(申承祐)
1972년 경기도 수원시에서 태어나 장안대학 응용미술과에서 공부했다.  군 제대 후 교통사고로 뇌병변 장애인이다. 2001년 ‘장애인 근로자 문화제’에서 시 부문 금상, 2004년 <솟대문학> 추천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경기도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부대표, 사단법인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경기 지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경기도 장애인 극단 난다 대표, 수원새벽빛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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