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나의 한국현대사-1959~2014, 55년의 기록
상태바
[새책] 나의 한국현대사-1959~2014, 55년의 기록
  • 이민우 기자
  • 승인 2014.07.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시민이 보고 겪고 느끼고 해석한 우리 현대사 55년의 이야기
<나의 한국현대사> 표지. ⓒ 돌베개

프티부르주아 계층의 대구·경북 출신 지식 엘리트로서 젊은 나이에 이름을 알리고 출세를 했지만 결국 정치에 실패한 후 문필업으로 돌아온 자유주의자.”

극우세력이나 수구세력들이 흔히 ‘좌파논객’이라 일컫는 유시민이 스스로를 정의한 대목이다.

1959년 7월 경북 경주에서 태어난 유시민은 경주여중 역사교사였던 아버지 밑에서 4녀 2남 중 다섯째 아들로 자랐다. 1960년 이승만 대통령이 4·19혁명으로 물러나고, 이듬해 5·16군사쿠데타가 일어나 이후 18년 동안이나 박정희 대통령의 독재가 이어지기와 맞물려 있다.

유시민을 비롯한 ‘1959년 돼지띠’들에게 ‘대통령은 곧 박정희’였던 시절이었으며, 청년 유시민은 독재체제의 대한민국을 자유롭고 풍요로운 나라로 바꾸는 길에 동참하게 된다.

최근 펴낸 『나의 한국현대사: 1959-2014, 55년의 기록』은 ‘프티부르주아 리버럴’인 유시민이 대중의 ‘욕망’이라는 키워드로 들여다본 한국현대사 55년의 기록이다.

왜 55년인가? 1959년 돼지띠 출생자 중 유일하게 국무위원을 지낸 유시민이 출생 후부터 현재까지 보고 겪고 느낀 주요 사건들을 다뤘기 때문이다(앞으로 5년 단위로 개정판을 낼 계획도 있다). 현대사의 주요 역사적 사건들을 큰 줄기로 삼고 저자 자신의 직접적인 체험을 잔가지로 삼아 엮어낸 이 책은 현대사라기보다 ‘현재사’現在史 또는 ‘당대사’當代史에 가깝다.

유시민의 눈에 비친 역대 대통령들에 대한 평가는 간단명료하다. 유시민은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선 국부國父를 자처했지만 무능하고 이기적인 ‘폭력가장’이었을 뿐이라고 혹평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고결한 인간은 아니었으나 ‘성공한 독재자’였고, 전두환 정권은 불필요한 독재의 연장이었을 뿐이라고 지적한다.

노태우 대통령은 가장 평가절하돼 있으나 그의 대북정책만큼은 높이 사야 하며, 김영삼 대통령은 한때 드높은 결기가 빛나던 멋진 시절이 있었고, 김대중 대통령은 공안통치를 하지 않은 최초의 대통령으로서 우리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성숙시킨 인물이라고 평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는 스스로 권력의 권위주의를 내려놓은 확고한 민주주의자였다고 평했으며,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사업 외에는 말할 거리가 없는 인물로 묘사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는 정치·경제·대북정책 모든 면에서 별 기대를 하기 어려운 인물로 평가한다. 그럼에도 지난 대선에서 투표에 참여했던 국민의 51퍼센트가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한 건 비록 현명한 선택은 아니었을지라도 비정상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다수결로 권력자를 뽑는 ‘민주주의 선거제도’는 더 훌륭한 사람의 당선을 보장하는 제도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책에는 이승만 정권 시절의 부정선거와 4·19혁명으로 인한 하야, 곧이어 일어난 5·16군사쿠데타와 18년에 걸친 군사독재, 산업화를 이루기 위한 다방면의 노력과 경제성장 가시화, 전두환 정권과 5·18광주민중항쟁, 1970년대 반독재투쟁과 1980년대 민주화투쟁, 노태우·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대북정책과 숱한 간첩조작 사건 등의 굵직한 정치적 이슈는 물론, 1970~1990년대 일상사·문화사와 관련한 주요 역사적 사실들이 풍부하게 담겨 있다.

그 중간중간에 어릴 적 이종사촌형이 빨간색 ‘포니’를 몰고 흙탕물을 가르며 시골 외가의 농로를 달려오던 모습에서 느낀 순수한 감동이라든가 주변에 밥을 굶는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에서 받은 충격, 기생충문제와 채변봉투에 얽힌 추억, 학생운동을 하던 당시에 저자가 직접 체험한 1980년 5월 15일 ‘서울역 회군’ 때의 경험과 이틀 뒤 서울대 학생회관을 홀로 지키다 계엄군에 체포된 이야기 등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또한 보건복지부장관을 역임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선별한 보건·위생문제와 복지문제에 대한 견해 등 일반 역사서에서는 흔히 만나기 어려운 다양한 사례들이 등장해 장년층에게는 아련한 향수를, 청년층에게는 놀라움과 함께 새로운 간접경험도 선사한다. 

역사교양서로서 이 책이 갖는 미덕은 전문 역사가의 냉정하고 건조한 분석이 아니라 이 시대를 함께 살아온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저자가 가려 뽑은 현대사 55년의 주요 사건에 대한 적극적인 해석과 평가에 있다.

회고하는 역사서가 아니라 함께 미래를 전망해보기 위해 당대인들끼리, 나아가 세대 간에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눠보자는 초청장인 셈이다.

◆ <나의 한국현대사 - 1959-2014, 55년의 기록> 유시민 지음, 2014년 7월 10일 발행, 돌베개, 1만8천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