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영화로 읽는 정신분석
-김서영의 치유하는 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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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영화로 읽는 정신분석
-김서영의 치유하는 영화읽기
  • 이민우 기자
  • 승인 2014.0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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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한 일상을 꾸리며 행복하게 사는 법에 대한 특별한 강의
김서영 지음, 2014년 5월 14일 개정판 발행, 도서출판 은행나무
<영화로 읽는 정신분석> 표지. ⓒ 도서출판 은행나무

‘(화려한) 블록버스터이거나 (지루한) 예술영화이거나’. 흔히 우리가 영화를 분류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영화로 읽는 정신분석>을 읽고 나면 이런 이분법적 생각은 완전히 뒤집힌다. 그것이 아무리 대중오락영화일지라도 그 안에서 풀어내고자 하는 중심이 있고, 그걸 끝까지 잘 풀어낸 영화는 “잘 논” 영화로 우리 삶에 참조해야 할 것이 된다.

잘 논 영화는 방향성을 잃지 않고 흩어지지 않은 영화로, 그 방향성이란 것은, 우리가 삶에서 잃지 말아야 할 것이기도 하다.

<영화로 읽는 정신분석>은 라캉과 지젝에 대한 연구와 작업을 활발하게 해온 김서영 교수가 2007년 출간했던 책의 개정판이다. 은행나무 ‘일상인문학’의 두 번째 책으로 글과 화보를 추가해 새로 펴냈다.

이 책은 비록 “치유하는 영화 읽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긴 하지만, 너를 치유해 주겠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자, 이제 변하세요”라고 말하고 “내가 누군지 스스로에게 묻지 마세요. 남에게 묻지 마세요”라고 말하고, “내가 얼마나 괴로웠는지, 내가 왜 그랬는지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책을 읽는 스스로가, 영화를 읽는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읽는 스스로가 그 힘을 찾기를 요청하는 것이다. 상처 입었다면, 고통스럽다면 그 상황을 바꾸는 힘은 자신의 내부에 있음을 저자는 계속해서 우리에게 말해 준다. 너의 목소리를 들으라고, 너의 힘을 믿으라고. 치유는 전문가의 영역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셀프’라는 얘기다.

“포스가 함께 하기를(May  the  Force  be  with  you).” 유행처럼 회자되는 <스타워즈>의 대사다. 이 캐치프레이즈와도 같은 말 속의 ‘포스’는 우주의 기운이자 힘이기도 하지만, 곧 ‘내 안의 힘’이기도 하다. <스타워즈>뿐만 아니라, <에라곤>, <해리포터>에서 주인공들에게 스승들이 하는 말(“너 자신을 믿어라.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항상 네 안에 있을 것이다.”)은 곧 포스를 이용하라는 말이기도 하다.

온 마음을 다해 권법을 익힌 주인공들은 이미 스승의 모습으로 변해 있고, 내 안의 목소리를 듣고 나면 이상하게도 변한 것 하나 없이 여전한 상황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 이 책의 저자 김서영이 말하는 포스와 무의식의 힘은 바로 여기서 발현된다.

무의식이란 내가 의식적으로 깨닫지 못하는 내 일부이므로 우리는 그것을 다른 말로 바꾸어 가능성이라고도 부를 수 있다. 무의식의 존재를 인식하고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의식적으로 규정했던 세상이 변하게 된다.(본문 245쪽)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저자는 말한다. “내 안의 신화를 믿어야 한다”고. “그것은 다른 말로 자신을 믿는 것”이라고.

영화에 용이 등장하고, 마법이 등장하고, 웬 신비한 인물이 등장하는 것은 단순히 현실감 없는 판타지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내면을 보고 보살피는 행위, 그리고 무의식을 인식하고 그것을 가능성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한 일종의 은유다.

환상은 결코 허상이 아니고, 우리가 현실을 대면하고 그것을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주는 공간이다. 자신의 것이든 타인의 것이든 이 ‘환상’공간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며, 이 공간 안에서 기쁘고 행복할 때, 나를 이끄는 신화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때 진정한 의미의 치유가 시작된다.

힘들고 고통스럽고 상처가 아물지 않을 것 같지만, 그 괴로움에도 끝은 있다. “당신만 있으면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시간은 우리를 바보로 만듭니다. 감정은 우리를 속입니다. 위기의 순간을 괴롭게 견뎌내고 나면 조금 나아집니다”라고 말하는 이 책은 따라서, ‘영화읽기’라고 쓰고 ‘삶읽기’라고 읽어야 옳다.

<영화로 읽는 정신분석>은 단순한 영화비평을 넘어 나를 읽고 남을 읽는 법, 그리하여 담담한 일상을 꾸리며 행복하게 사는 법에 대한 김서영 교수만의 아주 특별한 강의다.

◆ <영화로 읽는 정신분석-김서영의 치유하는 영화읽기>
김서영 지음, 2014년 5월 14일 개정판 발행, 도서출판 은행나무, 가격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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