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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산 샤스탄 산, 아늑한 정미소 마을I-5에서 만나는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의 풍경
이철호 기자  |  paper@newspea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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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2.28  22:5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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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캘리포니아를 지나 오리건 주를 넘어 캐나다 국경까지 이어지는 I-5의 한없이 이어지는 도로 앞으로 불쑥 하얀 산이 신기루처럼 나타난다. 4,300m의 샤스타 산이다. ⓒ 뉴스피크

 I-5 도로를 타고 캘리포니아 북부를 달리면, 한없이 이어질 듯한 도로와 풍경이 어느 순간 변주를 하듯이 달라지는데, 그때가 바로 샤스타 산(4,300m)과 호수를 만나는 지점입니다.

남해안의 바다보다 오히려 넓게 보이는 호수도 그렇지만, 신기루처럼 나타나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는 하얀 지붕의 뾰족한 산은 아득한 운전에 한줄기 흥분제로 충분합니다.  

   
▲ 마을의 곳곳에 벌목꾼이 머물던 곳임을 표시가 있지만, 그 표시보다도 마을 전체가 말해주는 느낌이 더욱 강하다. ⓒ 뉴스피크

너른 호수에서 기분 전환을 하고, 다시금 삼각의 하얀 지붕을 향해 달려봅니다. 도로의 나른한 기운이 점차 가시고, 어느 순간 주위에 눈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때쯤 유혹이 시작됩니다. 이대로 산을 향해 달리는 것보다 주변의 색다른 무언가를 보고, 느끼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죠. 그래서 어느 여행 책에선가 봤던 마을의 이야기를 잠깐 떠올리고 무작정 핸들을 오른쪽으로 틀어봅니다.  

   
▲ 학교와 버스가 이곳이 어디인지를 선명하게 알려준다. 학교의 근처에 가면 낯선 곳이라도 마음이 편해진다. ⓒ 뉴스피크

길은 좁아지고, 눈은 점점 많아집니다. 나무들이 울창하고, 튀어나오는 동물을 조심하라는 표지판이 가끔 튀어나와 긴장을 시킵니다. 그렇게 눈이 소복이 쌓인 도로를 한참 달리자, 듬성듬성한 시골 마을이 하나 나옵니다. 목표로 했던 맥클라우드 McCloud라는 마을이 아닐까 싶어 안쪽으로 천천히 들어가 봅니다.

미국의 도로와 마을을 지나다 보면, 큰 도시와 번화가가 아닌 이상 여기가 어디인지, 앞과 뒤에 뭐가 있는지에 대한 친절하고, 커다란 표지판은 좀처럼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냥 기억 속의 길과 이름을 되새기거나, 대략적인 정보로 끼워 맞춘 느낌으로 움직여야 할 때가 많습니다. 

   
▲ 길로 나서면 이곳이 전통적인 마을임이,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간직한 곳임을 표지판이 알려준다. ⓒ 뉴스피크

그렇지만 이번 속도의 줄임은 그 마을일 거라는 확신보다는 무인지경을 달려온 것에 대한 약간의 초조함과 더 가기에는 너무 막막하다는 약간의 두려움 때문이라는 게 솔직한 이유였습니다. 아무도, 아무것도 만나지 못한 길은 가끔 사람의 마음을 움츠리게 하는데, 묘한 건 그런 시간이 나중에 더욱 인상적인 여행의 추억으로 남을 때가 많다는 것입니다.

어쨌든 마을 입구에 있는 한산하고, 커다란 학교가 여기가 맥클라우드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곳곳에 세워진 간판이나 기념물은 여기가 상당히 전통적인 즐거움이 있는 곳이며, 벌목꾼의 마을임을 알려줍니다.  

   
▲ 집들의 색, 그 모양이 참 예쁘다. 그런 집들 사이에 가게와 갤러리들이 숨어 있다. 거친 산골이지만 그 모양은 오히려 더욱 아기자기하고도 깔끔하며 적당히 화려하다. ⓒ 뉴스피크

   
▲ 인상적일 정도로 깔끔하고 단정한 우체국. 눈에 튈 정도로 과정된 것 하나없어도 시선을 끌어당기는 것이 많은 마을이었다. 간판이나 볼거리는 억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 뉴스피크

학교 공터에 차를 세우고 주변을 둘러봅니다. 집들은 듬성듬성하고, 한적하기 그지없습니다. 지나는 사람이 하나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외로움은 있을지언정, 쓸쓸함과 무서움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마을의 낡은 듯 깨끗한 집들 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학교 옆 마을회관 같은 곳 입구에 파티에 관한 안내문도 붙어 있고, 마을을 굽어보고 있는 웅장해 보이는 흰 산이 자꾸 시선을 분주하게 만들어 줍니다. 

   
▲ 도끼와 벌목꾼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집들 사이의 공터에 자리잡고 있었다. ⓒ 뉴스피크

기념품 가게나 갤러리로 꾸민 집들과 깔끔한 우체국 그리고 영화의 세트장에서도 어색하지 않을 집들 사이를 천천히 거닐어 봅니다.

한가롭게 걸어도 잠깐이면 마을의 끝에 도착합니다.
쏠쏠한 재미를 느끼면서 끝에 다다르니 제법 크고, 인기척이 느껴지는 식당이 보입니다. 예전 서부극이나 월튼네 사람들과 같은 오래된 미국 드라마에서 본 듯한 가게였고, 그 뒤로 기찻길이 보입니다. 

   
▲ 이 마을에는 고풍스럽지만 현대식으로 잘 꾸며진 다양한 B&B(Bed & Breakfast)가 여럿 있다. ⓒ 뉴스피크

음식점 안으로 들어가니 제법 사람들이 있고, 정갈하고, 또 훈훈했습니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그네들의 화려했던 옛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간판이었고, 높은 곳에서 내려와 있는 분위기 있는 백열등이었습니다. 그리고 조용한 활기가 그 안에 채워져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곳이 무엇보다 시선이 흥겹고, 마음이 편할 수 있음을 느끼면서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나왔습니다. 

   
▲ 호텔의 일층에 있는 카페 겸 음식점에 들어갔더니 예쁜 등과 화려한 간판이 반긴다. ⓒ 뉴스피크

어디에 사용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철길을 따라 마을의 북쪽 끝으로 가보니 한가로운 열차와 제법 옹골차게 보이는 소방서가 있습니다.

그곳을 지나면 산으로 올라가는 비포장도로가 있고, 눈 쌓인 기찻길 너머로 역시 하얀 자태를 온전히 드러낸 샤스타 산이 가득 보입니다. 예전에는 이곳 산의 나무가 열차로 내륙 곳곳으로 이동을 했지 않았겠나 상상을 해봅니다.  

   
▲ 마을의 북쪽 끝에를 가면 철길 건널목과 그 너머 샤스타 산이 보인다. 산으로 이어지는 길과 빨간 창고 등이 주변을 감싸고 있다. ⓒ 뉴스피크

한참을 거기서 맨몸으로 산을 보다 보니 추위가 스며듭니다. 다시 길을 재촉해야 할 시간이 된 것입니다. 왔던 길로 되돌아 나가 샤스타 산을 향해 달려봅니다. 길이 잘 붙는다는 생각을 할 때쯤 제법 번듯한 도시가 나옵니다. 그곳을 가로질러 가니 오후의 한가로운 풍경이 가득합니다.

산을 오르기 전에는 커다란 운동장과 체육관이 있고, 거기서 야구를 하는 사람들도 보입니다. 그리고 그 풍경을 끝으로 다시금 눈이 싸인 오르막길만이 한없이 이어집니다. 샤스타 산을 오르는 Everitt Memorial Hwy인데, 이 도로를 타면 2,400m 높이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합니다.  

   
▲ 샤스타 산을 오르다 얼음과 눈이 녹지 않은 도로에 차를 돌린다. 저 멀리 눈썰매를 들고 언덕을 오르는 사람들이 보인다. ⓒ 뉴스피크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산은 한라산 1,950m이고, 내륙에서는 지리산 천왕봉이 1,915m이 그 뒤를 잇습니다. 좀 알려진 설악산이 1,760m니 2,400이라는 숫자의 단위가 사실 현실감 있게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조금 올랐다 싶으니 귀가 먹먹해지고 도로의 눈이 아직 그대로인 게 보입니다.

어떤 곳은 얼어있는 그 길을 계속 가기에는 모험이다 싶더군요. 몇 번 차가 미끄러지는 듯한 경험을 하고, 가파른 경사의 눈 위로 눈썰매를 가지고 오르는 사람들을 구경하고는 다시 내려옵니다.  

   
▲ 샤스타 산을 지나고 한참을 달려도 산의 하얀 자태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 뉴스피크


* 맥클라우드 마을은 I-5
에서 Hwy 89를 타고 16km를 달리면 나온다. 이 마을은 고풍스러운 사탕가게며 빈티지한 소품을 파는 가게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 샤스타 산 아래의 순찰대에서 날씨에 따라 좋은 하이킹 경로를 추천해주기도 한다3,000m 이상 올라가려면 샤스타 산 순찰대 사무소에 15불을 내고 허가증을 받아야 한다. 산 아래의 도시는 구획이 잘 되어 있고, 그리 크지 않아 차로 잠깐 둘러보면 전체적인 윤곽을 파악할 수 있다 

   
▲ 캘리포니아 북부의 지도. 샤스타 산과 샤스타 호수 그리고 맥클라우드 마을이 보인다. 위로는 오리건 주와의 경계가 있고, 아래로 내려가면 주도인 새크라멘토가 나온다. ⓒ 뉴스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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