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서 대화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의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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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서 대화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의 정도
  • 박길수(6.15경기본부 홍보위원)
  • 승인 2013.0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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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박길수(6.15경기본부 홍보위원)

▲ 박길수(6.15경기본부 홍보위원). ⓒ 뉴스피크
나는 ‘동학민족통일회’라는 통일운동단체 집행위원으로서 지난 해 11월경에 개성에서 북측의 ‘천도교청우당중앙지도위원회’ ‘동덕(同德)’들과 오랜 만에 실무 접촉을 한 바 있다. 그때 ‘우리(남과 북의 천도교 통일 부문 일꾼들)’은 거의 1년 만에 성사된 남북한 천도교 접촉에 감격하면서, 특히 그 사이 남과 북 모두 통일운동 조직의 개편이 이루어진 바, 새롭게 충원된 성원의 상견례와 더불어 남과 북 천도교 어른들의 안부를 교환하기도 하였다.

실무적인 내용으로는 현 정부(이명박 정부) 시기에 극도로 경색되었던 남북한 간의 교류 활성화와 통일운동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데 우리들이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가늠해 보고, 특히 12월로 다가온 대선 이후의 통일운동의 전망을 교환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렇게 이야기가 원활하게 진행되기에 앞서서 한창 동안 실랑이(?)를 벌였던 사안은 상호간 소통의 단절로부터 야기되는 ‘오해’와 관련된 것이었다. 현재 남과 북의 천도교 사이에는 제3국을 경유한 연락망이 개설되어 있는데(당국의 허가를 받아), 이것을 운용하는 데 있어서 사소한 실수나 절차상의 허점도 상대방에게는 커다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있어 왔다.

그러나 제3자를 통한, 그것도 유선 연락이 아닌 팩스를 통한 연락이고 보니 정확한 의사 전달이나 피치 못할 기술적 문제로 인한 연락의 차질이 원치 않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었다. 그런 이야기들을 오랜 만에 만나서 이야기 나누다 보니 처음에는 섭섭함(?)을 토로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던 것이 끝 무렵에 가서는 배꼽을 잡고 웃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직접 만나서 한두 마디 이야기를 주고받으면 아무것도 아닌 실수이거나 불가피한 차질에 불과한 일들이, 소통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눈덩이처럼 큰 문제로 비화하곤 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아무튼 그날 남과 북의 통일 일꾼들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즈음에는 통일운동의 방향이나 환경이 지난 몇 년간보다는 훨씬 달라진 국면이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을 서로 주고받으면서, 그리고 그렇게 되기를 희망하면서 아쉬운 작별을 고하였다. 그러나 그로부터 채 두달이 지나지 않은 이 시점의 상황만 놓고 볼 때, 그때 우리들의 전망은 너무도 안일하고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그때 우리들이 서로 합의한 ‘낙관적 전망’은 객관적이고 실질적인 것만은 아니었고, 다분히 ‘기원적(祈願的)인 전망’이기는 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라는 점은 달라질 바가 없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의 한반도 정세가 점입가경으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우리 정부는 물론이고 유엔 안보리에서도 강력한 제재 결의안을 준비 중이고 심지어 EU에서도 북의 핵실험을 우려하면서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그 와중에 한국의 주류 언론들의 반응이야 새삼 반추할 필요가 없거니와 이른바 ‘진보언론’으로 분류되는 매체들조차 ‘북 핵실험은 북한 정권의 오판’이라는 피상적인 패러다임에 갇힌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오죽하면 지난 20여 년간의 북미관계 개선 시도와 6자회담 노력, 남북 화해 협력 정책 전체가 오류였다는 분석까지 나오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도 핵무장으로 맞대응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지경이고 보면, 현 상황이 결코 녹록한 국면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러나 일이 터졌을 때, 누구나 할 수 있는, 그리고 똥뀐 놈이 성내는 식의 그러한 결과론을 따라하는 것이 언론의 정도는 아닐 것이다. 아무리 시끄럽고 위중할지라도, 아니 오히려 그런 때일수록 차분히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사태를 해결하는 쪽으로 진실을 찾아가는 것이 언론은 물론 정책 담당자들이 해야 할 일이다.

그런 연후에, 그러한 대안과 사태 해결 노력을 뒷받침하는 차원에서 지나온 행로를 차분히 들여다보는 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다행스런 것은 이러한 ‘표면적인 호들갑’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핵 재무장’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에 눈을 돌리는 흐름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에 즈음하여 우리나라 국민들이 보여주는 안정감(?)이 바람직한 남북 관계의 미래를 위한 좋은 징조가 아닌가 한다. 어떤 신문에서는 북 핵실험 직후 ‘사재기 열풍’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국민들이 너무 안일한 것이고, 지난 정부(김대중-노무현) 시기에 잘못 심어준 환상 때문이라며 질책하기도 했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 반대이다.

앞에서 필자의 최근 경험을 통해 이야기했듯이, 사실 북의 핵문제는 최근 몇 년을 제외한 지난 수십 년 동안 그러했듯이 남과 북, 그리고 그 밖의 이해 당사자들이 직접 만나서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정도이다. ‘대화한 결과가 현재의 3차 핵 실험’이라는 식의 진단은 진실을 호도하는 것이다. 누구도 한반도의 ‘핵무장’을 바라지 않는다.

심지어 지금 가동중인 핵발전소조차 멈추자는 운동이 일어나는 판에 ‘핵폭탄’이라는 것은 정말 가당찮은 것이다. 나는 여전히 현재 한반도의 ‘핵 상황’이 비가역적인 상태는 아니라고 본다.

궁극적으로는 남북이 통일되면 모든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겠지만, 그 전이라도 만남과 대화의 국면이 가능해지도록 실질적인 정책을 펴 나가는 데서부터 이 문제의 해결은 시작될 것이다. 아니, 상대방의 입장을 ‘일단’이라도 이해하는 정책을 택하는 데서부터, 만남과 대화 국면이 가능할 것이다.

지금은 분명 위기이다. 그러나 이 위기 뒤에는 반드시 새로운 기회가 도사리고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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