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사람 얼굴에 침을 뱉고 오셨네요
어이구, 세상 좋아졌지, 휠체어 탄 장애인들이 길을 막아서
한참을 돌아왔어. 나쁜 새끼들, 집에나 처 박혀 있지. 에구, 에프티에이다 뭐다,
이젠 장애인들까지 나와. 개나 소나 다 데모만 하다 나라 망하지.
아버지가 세상으로 가는 통로를 막았나 보네요.
작년에 이 도시에서 지적 장애인 아이가 현관문을 못 열어 동생과 타 죽었어요.
부모는 먹고 살려고 하루 종일 나가 있었죠. 그때 활동보조 제도가 시행되고 있었다면 지금 살아서 뛰놀 아이인데.
아이 눈망울을 묻은 부모의 가슴을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내려고,
나라에선 에프티에이 비준, 비정규직 법안에 도장을 찍어대고 있어요.
그런 날에 아버지는 무엇을 하셨나요.
길을 막은 시위대를 욕하고 오셨나요. 제도가, 사회가 살인하는 것을 막으려는 사람들과 함께하지 않으셨죠.
아버지는 침을 뱉은 거예요.
죽어간 사람들, 죽어갈 사람들 얼굴에 침을 뱉은 거예요.
* 시인 신승우(申承祐)
1972년 경기도 수원시에서 태어나 장안대학 응용미술과에서 공부했다. 군 제대 후 교통사고로 뇌병변 장애인이다. 2001년 ‘장애인 근로자 문화제’에서 시 부문 금상, 2004년 <솟대문학> 추천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경기도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부대표, 사단법인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경기 지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경기도 장애인 극단 난다 대표, 수원새벽빛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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