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樂]사진가와 사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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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樂]사진가와 사진 책
  • 이철호 기자
  • 승인 2013.0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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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류가헌의 두번 째 포토북페어

사진위주 류가헌流歌軒의 두 번째 포토북 photobook 페어
<사진가와 사진 책> 

▲ 골목으로 들어가 더 작은 골목으로 꺽으면 작은 깃발이 소담스럽고, 예쁜 한옥이 마치 한복자락처럼 깃발을 휘날리며 반긴다. 류가헌의 입구이다. ⓒ 뉴스피크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위치한 사진 중심의 갤러리 류가헌에서는 2013년 1월 <사진가와 사진 책>이라는 제목으로 22개 출판사의 사진집 400여 권과 책 속에 담긴 사진들의 오리지널 프린트를 한 자리에 모아 포토북 페어를 열고 있다.

제법 알려졌지만 또 쉽게 볼 수 없는 우리 시대 사진가들의 사진집과 사진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이 자리는 국내의 사진집 출판을 응원하기 위해 마련되었다고 하는데, 사실 사진과 이미지가 넘치지만 쓸 만한 사진을 만나기 쉽지 않은 현실에서 제법 반가운 소문이기에 하루걸러 찾아오는 한파 소식에도 경복궁의 골목길을 찾게 되었다. 

▲ 대문 사이로 마당과 전시가 열리는 갤러리가 살짝 엿보인다. 빛과 한옥의 처마가 참 잘 어울려 편안함을 전해준다. 전시가 아니라도 한번 찾아볼 만한 곳이다. ⓒ 뉴스피크

경복궁 역 4번 출구로 나서, 경복궁과 사이로 난 골목을 따라 청와대 방면으로 쭉 올라간다. 방향이 방향인지라 경찰들이 행인보다 더욱 많이 반기고, 또 그보다 먼저 매서운 칼바람이 옷깃 사이로 파고든다.
고개를 웅크리고 대림미술관과 코오롱디자인센터를 지나니 혹시 지나칠까봐 사진위주 류가헌이라 꼿꼿하고 정갈하게 적힌 푯말이 때마침 세워져 있다.

거기서 다시 작은 골목으로 접어드니 제법 운치 있는 건물들이 좌우로 펼쳐지고, 몇 건물 너머로 류가헌 갤러리 간판이 보인다. 커다란 유리에 하얀 김이 서려 안의 커다란 액자가 흐릿하게 보인다. 그 사이로 더 작은 골목이 환한 햇살과 작고 예쁜 간판을 담고 방문객을 기다린다. 입구를 지나기 전 작업실의 작은 문이 있고, 소담스러운 나무대문이 나온다. 

▲ 전시장 입구를 들어서면 먼저 우측으로 육명심 작가의 책과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문 옆에 걸린 전시 포스터가 인상적이고, 입구 창문 너머로 보이는 마당과 카페가 마음을 재촉한다. ⓒ 뉴스피크

이 한옥 갤러리는 사진가 이한구씨와 그래픽디자이너 박광자 씨가 2년 전 전시할 곳을 찾지 못하는 젊은 사진가들에게 공간을 만들어주기 위해 연 갤러리, 카페 그리고 작업실이다. 두 사람이 가족과 친구, 선후배들과 함께 직접 두 집을 한 집으로 합치는 개조 공사를 했다고 하니, 보이는 것 이상의 정성이 깃든 집이 틀림없는 듯한데 보는 것도 심히 만족스럽다.

류가헌은 ‘흘러가듯 노래하는 집’이다.
살며시 들어서니 작은 마당과 ㄷ자 모양의 한옥이 있다. 좌측은 카페이고, 우측이 갤러리임을 혹시 모를까 표지판이 새겨져 있다. 지하철에서 여기까지 오는 동안 이 친절하고 깔끔한 표지판은 정말 마음에 든다.
갤러리의 입구는 미닫이이다. 아무래도 조심스럽다. 살짝 열고 들어서니, 유리문을 거쳐 간 햇살이 한옥의 나무 기둥과 들보 그리고 흰 벽과 어울려 따뜻한 풍경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 막걸리 한 병의 모델료로 찍은 천상병 시인의 사진이다. 그 이야기가 재미있고, 그 재능이 부럽고, 그 사진이 인상깊고, 그 시절이 안타깝다. ⓒ 뉴스피크

마침 아무도 없었고, 관장님이 기다렸다는 듯이 옆에서 나와 사진을 설명을 해줄까요 하고 친절하게 묻는다. 불감청 고소원이다. 냉큼 감사합니다 하니 바로 앞에 있는 육명심 선생의 천상병 선생의 사진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진의 역사와 사진가의 작업이 어쩌고저쩌고 했으면 성격상 오래 버티지를 못했을 텐데, 잔잔한 목소리만큼 재미나고 가까운 이야기들이 사진 위에 펼쳐진다.

술을 좋아했던 천상병 시인은 모델료로 막걸리 한 병 값을 달라고 했더란다. 그리고 자세를 취해 사진을 찍고, 모델료를 받은 뒤 바로 술을 마시로 갔더란다.

최광호 작가의 사진은 작가의 이전 작업과 확연히 다른 것인데 집안에 있던 식물을 호기심으로 포토그램으로 기록했던 것이 의외로 사람들이 호응을 하고, 구매를 하기 시작하면서 한동안 이 사진을 찍기 시작했더란다. 사진에 취미 이상의 관심을 가져본 사람은 알 것이다.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사진이 국내에서 얼마나 희귀한지. 작가의 당시 마음이 절절하게 다가온다. 그러다 작가는 자신이 사진을 찍는 것인지 사진을 자신을 찍는 것인지 모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뒤로 그 사진을 찍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재미나고도 슬픈 이야기이다. 

▲ 전시장 입구로 들어서면 우측에는 육명심 작가, 정면 좌측에는 최광호 작가의 포트그램이, 그리고 좌측에는 가장 활발한 작업을 하고 있는 노순택 작가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빛이 한옥전시장과 참 잘 어울린다. ⓒ 뉴스피크

그렇게 이야기는 계속된다. 광장 사진은 잘라낸 황규태 작가의 사진, 가끔씩 사라졌다 작품을 들고 나타나는 신동필 작가, 본인이 직접 인화를 하고 제본을 배워 사진집을 낸 박하선 작가의 사진집 이야기까지.
이렇듯 사진과 관련된 사진가들의 생생한 육성이 풀려나오니, 작은 갤러리가 아주 즐거운 이야기 여행이 된다. 거기다 좀처럼 보기 힘든 단단한 사진들이 함께 하니 이만큼 좋은 시간이 없다.

한동안 이야기를 들으면 전시 관람을 마친 후에 문득 물어본다.
왜 사진집이 국내에서 이렇게 안 만들어지는 것 같냐고.
일단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냐고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며 슬며시 웃는다. 그러면서 하드웨어는 넘치는데, 사진집과 같은 소프트웨어가 발전하지 않는다며 더욱 발전해야 된다고 또 계속 이어나가는 사람들이 있으니 발전할 것이라고 희망을 한 가닥 던지고 카페로 건너간다.

▲ 안쪽으로는 황규태, 신동필, 김옥선 작가의 사진과 함께 최근에 발간된 사진집들이 가지런히 정열되어 있다. 그렇게 모아보니 그래도 꾸준히 출판은 되고 있었다. 단지 우리가 무관심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 뉴스피크

왠지 씁쓸하기도 하다. 작품의 빈곤과 시장의 빈곤은 결코 다른 양면이 아닌 것이기에. 이번 전시의 서문을 덧붙여본다.

"1천만 명. 신문에 발표된 우리나라 아마추어 사진인구 수입니다. 또 지금껏 판매된 DSRL 카메라가 5백만 대가 넘는다고 합니다. 이렇게 사진이 일상 속에 일반화된 요즘이지만, 사진을 찍는 사람은 많아도 사진집을 사서 보거나 소장하는 문화는 드문 게 우리 현실입니다.
글쓰기도 그림 그리기도, 먼저 ‘읽기’가 우선됩니다. 다른 사람의 글과 그림을 읽고 보고 흉내 내기를 무던히 반복한 이후에야 흉내 내지 않은 자신만의 창작을 일구어내는 것입니다. 사진이라고 왜 다르겠습니까. 전문 사진가든, 아마추어 사진가든 사진책의 큰 의미가 여기에 있습니다. 더구나 사진집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각언어로 되어 있습니다. 집안이든, 공공장소에서든 얇은 책 한 권에서 이처럼 깊은 층위의 감동을 얻을 수 있는 책으로 사진집만한 것도 없습니다.
사진집을 보지 않는다고 사진인구만을 탓할 수도 없습니다. 시중에서 사진 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도 많지 않을뿐더러, 대형서점에조차 ‘사진집 코너’가 따로 없이 취미 또는 미술서적 코너 한 쪽에 몰려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때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서점에 가서 사진집을 구매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 김옥선 작가의 맞은 편에는 명성에 비해 작품을 만나기 쉽지 않은 성남훈 작가의 사진이 수줍게 전시되어 있다. 작은 크기이지만 그안의 존재감은 작지 않은. ⓒ 뉴스피크

또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은 전시 중간에는 ‘사담을 나누다’라는 이름으로 강운구, 김옥선, 노순택, 성남훈, 신동필, 육명심, 최광호, 황규태 등 대표적인 사진가들과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있다는 것이다.
비록 많이 지났지만, 혹시 기회가 닿는 이가 있을 수 있기에 역시 정보를 나눠본다.

▲ 본인이 직접 인화를 하고, 제본을 해 100권의 사진집을 만들어낸 박하선 작가. 두 개의 사진집 중 하나이다. 인쇄본이 아니다 보니 장갑을 끼고 보아야 하는데, 작가의 장인정신이 새삼 느껴진다. ⓒ 뉴스피크

포토포럼 사담
사진가와 소수의 청중이 둥글게 마주 앉아 사진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나누는 시간이다.
나의 사진을 말하고, 너의 사진을 묻는다.
1부 : 한 장의 사진, 수 겹의 이야기 사진책 속에 담긴 사진 한 장으로 풀어보는 사진가의 ‘나와 사진’ 이야기
2부 : 이 사진가의 이런 생각

<남은 일정> 
1월 31일 목요일 저녁 7:30 ~ 9시 최광호 작가 ‘사진과 삶’

2월 2일 토요일 오후 2 ~ 3:30 분 노순택 작가 ‘사진으로 세상 오해하기’
 
포토포럼은 선착순으로, 회당 12명의 소수의 청중만 참가가 가능하다.
참가신청 류가헌 02-720-2010
참가비 1인 회당 3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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