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알바에 웬 외국어 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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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알바에 웬 외국어 점수?
  • 김동수 기자
  • 승인 2013.0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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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자격증···별걸 다 요구하는 일부 알바 이력서”

겨울방학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결심한 대학생 A군. 온라인 알바 사이트에서 이력서를 등록하려다 멈칫했다. 이력서에 경력사항, 외국어·컴퓨터 활용 능력에 기타 수상내역까지 취업용 이력서로 보일 만큼 많은 입력사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취업을 위한 이른바 ‘스펙쌓기’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A군은 알바를 구하는지 정규직을 구하는지 모를 이력서에 좌절감을 느끼고 알바 구하길 그만뒀다.

이처럼 온라인 알바 사이트의 과다한 이력서 항목에 불만 또는 불편을 느끼는 아르바이트 구직자들이 적지 않다. 도대체 알바를 구하는 건지 신입사원 채용을 하려는 건지 헷갈리는 과다한 항목들과 개인적인 내용 작성에 알바 구직자들이 상처를 입거나 좌절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아르바이트 사이트에서는 이렇게 자세한 이력서 양식을 쓰는 것일까? 알바 사이트의 한 관계자는 “단순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하는 업체들도 있지만 계약직, 아웃소싱 등 취업개념의 전문적인 인재를 뽑는 기업회원도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경우 구직자들의 특성이나 강점을 자세히 적기 위해 경력사항, 자격증·외국어·수상내역, 취미·특기 등을 포함한 이력서 항목을 필요로 한다는 것. 때문에 대부분 알바 사이트들이 개인의 기본적인 인적사항은 필수항목으로, 그 외의 사항은 선택 입력사항으로 만들어 놓았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이렇게 자세한 이력서가 실제로 알바를 구할 때 얼마나 도움이 될까? 최근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인’에서 아르바이트 구직자 2,475명과 알바생을 뽑는 고용주 184명에게 ‘자사 이력서에 대한 만족도’를 주제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알바생을 뽑는 고용주의 경우, 이력서의 필수사항으로는 ‘나이·성별’ (79.3%, 복수응답)을 가장 많이 선택했고 ‘연락처’(78.8%), ‘아르바이트 경력’(66.8%), ‘사진’(54.9%)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반대로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항목은 ‘취미/특기’(54.9%, 복수응답), ‘장애·결혼 여부’(37.5%), ‘자격증·외국어·수상내역’(36.4%) 등이었다.

알바 구직자들의 경우, 이력서 작성에 가장 꺼려지는 항목으로 ‘자격증·외국어·수상내역’(31.9%, 복수응답)을 가장 많이 꼽았다. 그런데 이는 고용주가 뽑은 불필요한 항목 중 36.4%의 응답을 얻은 것이었다. 알바 구직자는 부담을 느끼며 작성하는 내용이 정작 고용주들에게는 비교적 중요하지 않은 사항인 것이다.

설문 결과를 보면 온라인 알바 사이트가 제공하는 이력서의 모든 항목이 알바생을 뽑는데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아르바이트 고용주들이 알바생의 기본 인적사항을 필수로 생각했으며 전문적인 이력서를 바라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국내 아르바이트 사이트들을 살펴보면 아직까지 관행처럼 쓰여 왔던 이력서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현실이다. 상당수 취업포털들은 알바 이력서에도 취업용 이력서와 비슷한 형태로 총 11개, 13개의 항목을 요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많은 알바 고용주들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장애·결혼 여부’, ‘자격증·외국어·수상내역’ 등의 항목이 포함돼 있다.

아르바이트포털 업계에서는 현재 ‘알바인’에서만 ‘명함이력서’라는 서비스를 출시해 2가지의 이력서 중 선택하여 작성할 수 있다. 자세하게 쓸 수 있는 기존 이력서와 더불어 명함 형태의 이력서에 간략한 필수 정보만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명함 이력서’에는 구직자의 이름, 나이, 성별, 연락처 등 기본 인적 사항만을 기입하면 되기 때문에 아르바이트 구직자가 이력서를 작성 할 때에 느끼는 부담을 덜 수 있다. 더불어 아르바이트 고용주도 한 눈에 구직자의 정보를 볼 수 있어 사업장 근처에 거주하는 알바생이나 근무조건이 적합한 알바생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또한 빠른 채용을 원할 경우 ‘즉시 출근가능’이라는 근무조건이 표시된 알바생들의 명함으로 쉽게 찾을 수 있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명함 이력서에는 자세한 ‘자기소개’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자신만의 특징 및 주요내용을 30자의 제목으로 표현할 수 있어 면접 단계까지는 무리없이 진행할 수 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구직자들이 새 일자리를 찾는 희망보다 좌절감을 먼저 느끼지 않도록 국내 알바 사이트들에서 이력서에 대한 심도 깊은 고민과 함께 고객에 대한 배려가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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