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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여행2 경제, 종교 그리고 신화가 하나로 움직인다
이철호 기자  |  paper@newspea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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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8.24  10:3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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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기원을 하고 있다. 기원은 평화와 행복을 향하기 마련인데, 그 결과는 사뭇 다른 것은 국가와 정치의 기원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 뉴스피크

일본은 종교마저도 경제의 힘으로 움직이는 나라이다.
신화는 결코 포기되지 않고, 그저 뒤에서 때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건물과 골목이 끝나는 곳에 제법 넓은 도로가 나오고, 한산한 그곳을 지나면 하얀 자갈이 깔린 광장을 만난다.
조용한 그곳에는 많은 것들이 들어온다. 관광버스의 앞쪽에는 한 무리의 늙은 관광객들이 옹기종기 모여 설명을 듣고 있었고, 광장의 한 쪽에는 조그만 나무다리와 그 위로 울창한 나무와 함께 나무 도리이의 머리가 보인다.
그 조그만 나무다리가 이세 신궁 중 외궁으로 들어가는 통로이다.

   
▲ 신궁을 들어가기 앞서 손과 입을 깨끗하게 씻는다. 속세를 벗어나야 하는데, 정치와 신화를 만난 곳을 찾는 이방인에게는 그게 쉽지 못해 오히려 아쉽다. ⓒ 뉴스피크


이야기와 설명이 모두 끝났는지 늙은 여행객들이 부지런히 나무다리를 건너고, 작은 우물에서 입과 손을 씻고 도리이를 통과하기 시작한다. 많지 않은 숫자이지만 제법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한국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계’ 모임이 확실해 보였다.
어쩌면 이런 계 모임은 이세신궁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세 신궁이 가장 활발하게 손님을 맞이할 때는 에도 막부의 안정기였고, 또 근대 국가신도의 체제 하에서였다고 한다.
대략 17세기 중, 후반, 에도 막부의 일본은 유례없는 풍년으로 생산력이 폭등했고, 삶과 문화는 윤택해지기 시작했다.
어려울 때, 불안할 때 종교의 깊이가 깊어지지만, 풍요로울 때는 종교의 폭이 넓어지는 법이고, 자연스럽게 순례여행의 붐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이 종교적 열망으로 시작된 여행에서 사람들은 일상으로의 일탈이 주는 해방감과 새로운 세계가 주는 자극에 사로잡혔다. 처음 순례를 다녀온 사람이 하나둘씩 늘어나면서 그들이 길과 도시에서 본 사람과 문화 그리고 그곳에서 즐겼던 연극과 희한했던 물건에 대한 이야기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자 환상이 되어 점차 다른 사람들에게 퍼져나갔을 것이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일생의 한번 순례여행을, 또는 순례를 빙자한 관광유람을 꿈꾸기 시작했을 것이다.

 

   
▲ 어디서나 만나게 되는 도리이가 신궁의 입구이다. 크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주변의 숲과 잘 어울려 보이기는 한다. 때로는 아무런 치장을 않는 게 더욱 돋보일 때가 있는 법이다. ⓒ 뉴스피크


그러나 사회가 안정되었다 할지라도 그 당시가 이동과 여행이 수월했던 시기는 아니었다.
필요가 있으면 그에 맞는 반응이 나오는 게 인간의 사회이고, 일본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그 반응이 민감하고도 세심하다.
그렇게 찾아내고 정착된 것이 바로 이세코라는 모임과 시스템인 것이다.
경제적인 감각에서 세계 제일을 자랑하는 일본인들이 만든 이세코講는 일종의 계모임이었다. ‘코’란 원래 일정한 목적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한시적이고, 상호부조적인 사회친목집단을 말하는데, 이세신궁 참배단에 참가하려는 서민들은 만든 저축계가 바로 이세코인 것이다. 계원들은 정기적으로 회비를 납부하고, 매년 회원들 가운데 장년층 남성과 이제 막 성년이 된 청년을 선발해 대표로 참배하도록 했다.
그렇지만 단지 비용이 마련되었다고 해서 순례여행이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자신이 살던 마을을 떠나기 위해서는 먼저 허락을 받아야 했다. 농업이 주였던 시대였기에 사람의 이탈을 초래할 수 있는 이동은 엄격히 통제되었다. 그리고 평화로운 시기였다 하더라도 사무라이와 폭력 그리고 전쟁에 대한 불안 때문에 자신의 지역과 번(현대의 현)을 벗어나는 일은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순례여행일지라도 청원서를 제출하고, 여행증명서 겸 신원증명서를 발급받아야만 했다.
관을 상대하는 이런 서류의 복잡함은 예나 지금이나 서민들을 힘들게 한다.
다행히도 꼼꼼한 일본인은 이런 복잡함을 대행해주는 사람 또는 조직을 일찍부터 만들어 두었다.
당시 이세 신궁에는 오시御師라고 하는, 신과 인간의 중간에서 기원자의 원망을 신에게 기도하는 집단이 있었다. 이들이 했던 가장 중요한 일은 참배를 주선하여 여행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무사히 이세와 고향까지 오고 가는 일의 편의를 봐주었다. 게다가 숙박시설까지 운영하고, 매년 자신과 관계를 맺고 있던 지역과 주민을 둘러보는 등 종교적이면서도 또 상업적인 직위였다. 그 경제적인 이득이 실로 적지 않아 거래의 대상이 되기도 했는데, 외궁의 오시가 1671년에 391명, 1724년 615명, 1792년에 357명이었고, 내궁의 오시는 1711-15년에 241명, 1855년에 200명으로 활성화 정도에 따라 그 규모가 달라졌다고 한다.

 

   
▲ 에도시대의 거리. 지금의 일본은 아무래도 2백여년에 걸친 에도시대에 많이 기대고 있다. 도로가 정비되었고, 여행이 활성화되었고, 농업과 상공업도 발전하였다. 도쿄 에도박물관. ⓒ 뉴스피크


일본에서 종교라는 것도 그렇지만, 그리고 여행이라는 것도 그 시작부터 목적을 명확히 하고 있는 듯하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자신들의 상황에 맞게 조직과 운영 그리고 경제적 활동의 결합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욕망과 사회적인, 정치적인 욕망이 자연스럽게 결합해 이곳 이세까지의 길을 갈고 닦은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단단해진 길 위로 근대적이고 폭력적인 욕망이 넘쳐나기 시작한다.
이곳이 가장 붐빌 때는 태평양 전쟁 때라고 한다. 국위 선양의 장소이며, 국가신도의 상징이었기에 1940년에는 약 800만 명이 이곳을 찾았다.

 

   
▲ 신사는 나무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다. 초록 이끼가 무늬처럼 자리잡은 담장에 하얀 종이 매듭이 하나씩 달려있다. 예쁘기는 하지만 단단한 무언가가 느껴진다. ⓒ 뉴스피크


믿음이란 무서운 것이다.
인간은 약한 존재임을 말해주기도 하고, 믿음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무기임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 조용하고 평화로운 땅은 가장 무서운 역사를 만들어낸 인간들의 욕망이 가만히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신사는 안으로 들어갈 수도, 볼 수도 없다. 입구에 가려진 하얀 천이 바람에 날리는 순간 줄지어 서있는 기둥과 지붕만이 살짝 보일 뿐이다.
이곳은 자기의 정체와 역사를 결코 드러내고 있지 않다. 그 신비감과 나무와 기둥 그리고 담에 새겨진 파란 이끼가 어우러져 조용하고 한적한 이곳이 전설의 고향이자, 복마전 같은 아슬아슬함으로 다가온다.
사람들은 그 앞에 모여 경건하게 절을 하고 있는 풍경은 더없이 평화롭기만 하다. 그들이 기원하는 것은 대체로 이곳까지의 길과 마찬가지로 지극히 소소하고 담백할 것이라 기대된다.
그렇지만, 그때의 그들이 추구했던 것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는데, 풍경은 그것을 잊게 만들고 있다.
경건함 속에 자신에 대한 질문을 허락하지 않으며, 그 안에 자신들이 추구하는 것들을 효율적으로 섞어내는 일본, 의도하지 않은 감탄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그리고 기원 하나를 살며시 덧붙여본다. 이곳이 계속 한가롭고, 평화롭기를... 

 

   
▲ 신사 안으로 들어가는 못한다. 담장 사이에 서서 앞에 보이는 신사의 건물을 보며 기도를 드리고 있을 뿐이다. 기도를 드리지 않는 사람은 그저 무엇이 있나 호기심에 바람에 날리는 천 사이를 볼 뿐이다. 물론 공기와 기원이 있을 뿐이지만. ⓒ 뉴스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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