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소년체육대회 롤러경기장의 두 가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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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소년체육대회 롤러경기장의 두 가지 풍경
  • 이철호 기자
  • 승인 2012.0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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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9일 제41회 전국소년체육대회가 끝났다. 경기도 곳곳에서 우리의 환희를 선사할 미래의 꿈나무들의 잔치였지만, 넓게 퍼져서인지 아직 재목들을 알아볼 눈이 부족해서인지 아니면 오락가락한 날씨 덕분인지 의외로 조용히 끝난 느낌이다.

그래도 경기장을 찾은 청소년들의 열정과 그들을 응원하는 부모와 친구들의 쟁쟁한 목소리를 주변의 고요와는 다르기 5월 하늘만큼 힘차기 그지 없었다.

그 안에는 꿈을 키우기 위한 어른들의 고민과 튼튼하게 자리기 위한 아이들의 노력이 숨 쉬고 있었다. 그 속도감만큼 조금 일찍 끝난 롤러경기장에서 두 가지 풍경을 만날 수 있었다.

▲ 안타까운 격려. ⓒ 뉴스피크

아픔, 안타까운 격려 그리고 힘찬 질주

대회가 시작되었다.
“삑!” 소리와 함께 한 선수, 한 선수씩 끊이지 않고 순서는 돌아오고 있었고, 대기실은 경기를 마친 선수와 출발을 준비하는 선수로 부산스러웠다.

그 사이로 한 어린 선수가 보였다.
주위를 코치와 부모님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어 얼굴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직 작아보이는 그 몸에 안타까움과 짜증이 가득 묻어 있었다.

아버지는 쉴새없이 어깨를 두드리고 있었고, 코치는 얼음주머니를 다리 쪽에 계속 올려놓고 있었다. 그리고 순서가 되었다.
힘찬 질주가 시작되었고, 기다렸던 시간에 비해 순식간에 시합이 끝나버렸다.

아이는 다시 대기실로 들어오고, 다시 아버지는 아이 곁으로 돌아와 격려하고 위로하기 시작한다. 이제 안양동초등학교 6학년이 된 김태양 군의 아버지인 김종관 씨이다. 살짝 웃고 있지만 갑자기 찾아온 통증 때문에 아이가 힘들어해서, 생각만큼 기록이 안나와서 안타까운 모양이다. 본인은 인라인스케이트를 타지도 않는다는데,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아들이 좋아한다고 온가족이 이렇게 쫓아다닌다고 한다.

기운내라며 아들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고는 다시 아버지는 다른 학부형들 곁으로 다가가 정보를 교환하기 시작한다. 그러고보니 학부형들이 서로 아는 이들이 적지 않은 모양이다. 반갑게 인사하는 이들도 있다. 몇 시에 출발했어요 하는 것을 보니 사는 지역도 다른 모양인데, 아이들을 쫓아다니다보니, 부모들도 친구가 되나 보다.

▲ 힘찬 질주. ⓒ 뉴스피크
이제 스포츠가 예전같은 대우를 받지는 않는다.
아이들 역시 좀 더 다양한 기회를 제공받는 것은 확실한 듯하다. 하지만, 아직도 4대가 함께하는 스포츠가 되기에는 갈 길이 먼 듯하다.

이날 김태양 군은 T300m에서는 30초 001로 3위를, 3,000미터 계주에서는 2위를 기록했다. 그 근성이 놀랍다. 그리고 아이가 좋아한다면 계속 밀어주고 싶다던 그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른다.

한가로운 관전 그리고 쉼없는 외교

선수 대기실의 맞은편에는 임원실이 자리잡고 있었다.
건너편의 선수들에 비해서는 참으로 한가로워 보이기도 하다. 롤러경기연맹의 유준상 회장은 실제 시상식 때 말고는 특별히 할 일도 없을 듯하다.

그이는 잠시 임직원들과 농담을 건네기도 한다.
이 얼마나 생동감 넘치는 모습이냐고.

이 모습이 바로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여기서 대한민국의 희망을 보는 듯하다고. 마침 어린 학생의 근성어린 질주를 보고 왔기에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를 하는 순간 누군가 행사장을 찾았다. 그리고 그때부터 유 회장의 바쁜 하루가 시작되었다.

언제나 경기장을 찾는 이들이 있기 마련이고, 연맹의 회장은 이들을 만나 연맹의 협력자를 이때 만들어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가지고 있는 일선의 영업자라 할 수 있겠다.

그럼 롤러연맹이 가진 영업의 과제는 무엇인가?
인라인, 롤러의 경쟁력은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딸 수 있을 정도로 상당하다. 하지만, 그 경쟁력을 입증할 자리가 부족하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시범 종목으로 채택되었지만,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제외되었다. 올림픽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건 대중스포츠라는 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 ⓒ 뉴스피크
그리고 이런 과제는 고스란히 롤러경기연맹의 몫으로 남겨진다.
단지 메달을 몇 개 따고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가족이 함께 즐기고, 좋은 재능이 있는 선수가 발굴되고, 또 그렇게 발굴된 선수가 재능을 뽐낼 수 있는 무대를 준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고, 그날 유 회장의 입과 손이 쉬지 못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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