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세계, 술로 통하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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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세계, 술로 통하다 2
  • 이철호 기자
  • 승인 2012.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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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 와인코리아 샤또 마니의 꿈
▲ 샤또 마니에서 권한 네 병의 와인. ⓒ 뉴스피크

지난 5월 8일 국제소믈리에 대회에 참가자들은 한국 기업형 와이너리 1호인 영동 와인코리아를 찾았다. 그들에게 한국의 와이너리는 어떻게 보일까? 아니, 그들에게 우리는 어떤 것을 보여줄 수 있을까?
솔직히 호기심이 일지 않을 수 없었다.

와인이란 사전적인 의미로는 포도주이다.
비록 프랑스로 대변되고 있지만, 역사적으로는 중동에서부터 시작되어 성경과 이집트를 거쳐 로마와 이탈리아 그리고 프랑스와 신대륙까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그들의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한국과 와인은 왠지 거리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금산에서 출발한 그들이 도착하기 전 먼저 샤또 마니의 와인을 맛 보았다. 드라이와인, 스위트와인, 화이트와인, 복분자와인, 이렇게 네 병이 와인이 카운터 위에 줄지어 올라온다. 조그만 플라스틱 잔에 조금씩 따라 한 잔씩 맛을 보기 시작한다.

드라이와인부터 맛을 보는데, 새큼하다.
따라주던 직원이 한국의 포도는 대체로 산도가 높다고 보충설명을 해준다.
다음으로 스위트와인이다. 무척 달다. 아마 앞서 마신 드라이와인 때문에 더욱 달게 느껴지는 것일수도 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한국의 포도 품종으로 자리 잡은 캠벨로 만든 와인이라고 한다. 이 스위트와인과 마지막으로 마신 복분자와인은 발효 과정 중간에 주정을 주입하는 등 단맛을 높이기 위한 중간 과정이 있다고 한다. 

▲ 와인 족욕은 소믈리에에게도 독특한 문화체험이었다. ⓒ 뉴스피크

설명을 듣고 와인의 맛을 보던 중 밖이 소란스럽다. 시음단이 마침 도착한 것이다. 각국의 소믈리에와 대전세계조리사대회의 스태프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가 족욕탕으로 신발과 양말을 벗고 주춤거리고 들어선다. 한 남자가 먼저 용기를 내어 발을 씻고 와인이 부글거리는 족탕으로 발을 집어넣으며 소리를 지른다.

“샤또 마니, Good!”

주위에 웃음소리가 터져 나오며, 사람들이 삼삼오오 맨발로 족탕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한다. 사실 오전부터 이어진 전통주 투어에서 가장 활기찬 한마디가 터져나온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 와인을 마시지 않아도, 와인은 사람을 어울리게 만들 수 있었다. ⓒ 뉴스피크
그리고 샤또마니 사람들이 주위를 돌아다니며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을 나눠준다. 그렇게 발과 입으로 와인을 즐기는 시간이 시작된다. 위로는 포도넝쿨과 눈부신 태양이 반짝이고 있었고, 아래로는 진한 포도향이 넘실대고 있었다. 그들에게 여기는 파라다이스가 아닐까 싶다.

▲ 이탈리아에서 온 국제소믈리에협회 관계자가 샤또 마니의 와인을 마신 후 그 느낌을 표현하고 있다. ⓒ 뉴스피크
물론 약간의 어색함도 있다.
와인을 마시려 하지 않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와인의 시음보다는 색다른 문화를 즐기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분위기였다. 결국 와인이라는 것은 공부하는 게 아니라 어울리는 게 아니겠는가?
문득 시음단에 도착하기 전에 샤또 마니의 직원이 해준 이야기가 생각난다.

“나파밸리와 영동 와인코리아에는 모두 와인열차가 있다. 하지만 나파밸리는 엄청나게 넓은 지역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서 마음에 드는 와이너리에 내려 다양한 와인을 시음하면서 다니게 되지만, 여기서는 서울에서 영동까지 한번에 쭉 오게 되어 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샤또 마니에서는 오는 동안 계속 4종의 와인을 공급을 해준다. 이게 만족스러운지 요즘은 평택미군기지 등의 외국인이나 외국인 강사 등이 많이 이용하고 있다.”

▲ 와인을 시음한 스믈리에들은 와인의 상표를 주의깊게 본 후 서로 의견을 나눴다. ⓒ 뉴스피크

이제 족욕이 끝나고, 시음단 또는 참관단은 두 팀으로 나뉘어 지하의 포도주 보관창고와 2층의 갤러리로 이동한다.
2층의 갤러리에는 컬렉션과 와인병 등이 보관되어 있다.

두 가지를 볼 수 있다.
하나는 초기 열악했던 환경이었다. 한국에서 와인이라는 것, 기업과 상품으로서의 와인은 없었기에 와인병이라는 것도 생산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초기에는 소주병에 와인을 담아 판매를 했다고 하니, 당시의 힘들었던 정경이 눈에 선하다.

그리고 그 옆에는 유명 작가들의 레이블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이는 고정관념을 탈피하려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단지 질적인 변화만으로 탈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중 하나로 1년에 12명의 유명 아티스트에게 레이블 디자인을 의뢰한다고 한다. 그렇게 컬렉션으로 만들어 등록을 함으로써 샤또 마니의 가치를 고급화하려고 하는 것이다.

▲ 갤러리에 전시된, 유명 아티스트가 디자인 한 레이블. ⓒ 뉴스피크
그들 시작의 척박함과 그들 꿈의 원대함이 작은 갤러리에 함께 보존되어 있는 것이다. 다만, 그 설명을 찬찬히 듣지 않고는 그저 휙 둘러보고 지나칠 갤러리이기에 이곳으로의 여행은 가이드 투어가 가장 적당한 방법이 아니겠나 싶다.

이제 장소는 서늘한 지하 저장창고로 바뀐다.
족욕을 했던 곳 바로 아래에 위치한 곳인데, 그리 깊지 않은데도 상당히 서늘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커다란 오크통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국내에는 그런 오크통이 없어 전량 캘리포니아에서 수입한다고 한다.
이제 이곳에서는 포도와 생산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간다. 아무래도 질문은 상당히 전문적이고, 섬세할 수밖에 없다.

▲ 오크통에서 평균 2년에서 2년 6개월 정도 숙성시킨다. 한국에서 오크통을 만들지 못하기에 전량 캘리포니아에서 수입한다. 약 2번 정도 사용하는데, 그후에는 블랜딩용으로 사용한다. ⓒ 뉴스피크
먼저 산지에 대한 부분부터 시작된 질문은 품종에 대한 것까지 이어진다. 참고로, 샤또 마니의 포도는 전량 영동지역에서 생산되며, 직접 재배하는 것과 영동 지역에서 수배되는 것이 있다고 한다. 땅이 척박하고 석회질이라는 게 이곳 포도의 장점인데, 화이트로 소비뇽 블랑, 샤르도네 등, 레드로는 카베르네 소비뇽, 멜롯, 캠벨 등 다양한 품종이 재배되고 있다고 한다.

묘목은 프랑스에서 수입하는 것들도 있고, 국내에서 직접 재배하는 것도 있다. 그중에서 가장 관심을 갖고 재배하는 것은 카베르네 소비뇽인데, 앞으로 현지화를 꿈꾸고 있는 품종은 까다롭다고 소문난 ‘피노 누아’라고 한다. 어렵다고 소문난 품종이니 만큼 그 이야기를 설명하는 직원의 어조에서 약간의 다부진 각오마저 엿보이기도 한다.

아무래도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직도 한국사람들마저 한국에서 무슨 와인이냐고 생각하고 있지 않는가.

▲ 와인 보관창고와 갤러리 사이에는 와인을 시음하고 구매할 수 있는 전시관이 있었다. ⓒ 뉴스피크
사실 영동은 척박한 땅 덕분에 벼농사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찾다가 시작한 것이 포도 농사였고, 그게 소위 ‘대박’이 났다. 그런데 그게 탈이 됐다. 너도나도 포도농사를 시작하다보니 공급과잉이 되어버렸고, 가격이 폭락한 것이다. 포도는 넘쳐났는데 처리가 안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이 시작되었고, 와인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처음에는 무슨 황당한 이야기냐는 반응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다니며 공부를 하고, 사업을 시작하다가 결국 지금은 와인사업이 이곳의 주산업이 되어버렸다.

사람의 노력에는 한계가 없는 법이다.
필요에 의해 희망을 만든 곳이니, 그들의 노력에는 그만큼의 응원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그날 그곳을 찾은 이방인이 무엇을 얻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현장을 함께 방문한 한국인들은 그것만은 인정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거기에서 찾을 것은 지금의 맛이 아니라, 미래의 향기라는 것을.

공장 견학 등의 문의 www.winekr.co.kr / 1577-3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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