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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연기 아닌 잠시 내려놓아야 할 때?[칼럼] 홍성규 (화성노동인권센터 소장)
홍성규 (화성노동인권센터 소장)  |  news@newspea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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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21  09:4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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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규 화성노동인권센터 소장.

[뉴스피크] 지난 16일 치러질 예정이었던 ‘대학수학능력시험’이 23일로 일주일 연기되었습니다.

역대 두 번째라는 큰 규모의 지진으로 인한 긴급조치입니다. 낮시간이 길어지는 여름에 한 시간씩 앞당겼던 ‘서머타임제’는 ‘저리가라’입니다. 마치 대한민국의 모든 시계와 일정이 일주일 뒤로 늦춰진 듯한 느낌입니다. 59만여 명에 이르는 수험생과 그 가족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수능 공화국’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닙니다.

대한민국에서는 처음이라는 ‘수능 연기 사태’에 직면하여, 질문과 고민을 던져봅니다.

우리 대한민국의 ‘교육’, 정상적입니까?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은 지금, 행복한가요?

먼저, ‘대학’은 모두가 다 가야 합니까? 왜 그렇습니까?

이미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대학교의 입학정원이 고등학교 전체 졸업생의 숫자를 넘어선 지 오래입니다. 산술적으로만 따지자면, 대학에 진학하고 싶은 사람은 모두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입학 정원도 채우지 못해 미달인 학교가 전국 곳곳에 수두룩합니다. 대학도 나오지 못하면 그나마 최소한의 사람 대접도 받지 못하는 끔찍한 현실, 그리고 대학 자체가 어느 새 ‘땅 짚고 헤엄치는 돈벌이’ 정도가 되어버린 대한민국의 기이한 ‘콜라주’입니다.

발상을 좀 바꿔 보면 어떻습니까?

‘대학’, 말 그대로 더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만 갑시다. 아니면 직업의 특성상 반드시 더 공부해야 할 사람들만 갑시다. 그래봐야 전체의 1/3 정도만 진학해도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세상이 많이 바뀌어서 ‘의무교육’ 안에서 가르쳐야 할 내용들도 많이 늘어났다구요?

고등학교 때까지 배우는 지금의 교과과정도 이미 차고 넘치기에 대폭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것도 부족하다고 느끼신다면 어차피 별로 효과 없는 대학진학보다는 차라리 전체적으로 고등학교 과정을 1년 정도 늘리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다음으로, 우리 아이들은 지금 ‘공평하고 공정한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까?

그 유명한 ‘자기소개서 학원’, 다들 들어보셨지요? ‘수능 공화국’이란 말 속에는 비정상적으로 ‘수능의 결과’에만 집착하고, 결과를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다면 그 어떤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는 끔찍한 세태까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스스로 ‘자기 소개’조차 하지 못하는 사회, 비싼 돈을 들여 학원에서 규격대로 찍어내기 때문에 개개인을 판별하기가 쉽지 않은 사회, 고등학교 때는 이른바 ‘스펙 관리’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교과 과정을 중학교 때까지는 완성해야 한다고 믿는 사회, 어느 유치원을 들어가느냐부터 이미 대학이 결정된다고 확신하는 사회, 전 재산을 다 팔아서라도 일단 좋은 학군으로 진입하는 것이야말로 장차 아이에게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된다고 주문을 외우는 사회, 바로 작금의 대한민국입니다.

서울에 사는지, 서울 안에서도 이른바 ‘강남권’에 살고 있는지가 일류 대학에 들어가는데 가장 중요한 조건이 되어버린 이 사회에서, 부모의 직업과 소득수준을 통해 아이가 어느 대학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인지 쉽게 판별해볼 수 있는 이 사회에서, 과연 우리 아이들은 ‘공평하고 공정한 경쟁’을 거치고 있습니까?

그렇다면 애시당초 ‘헬조선’이니 ‘흙수저’니 하는 말들도 나오지 않았겠지요.

며칠 전, 대학생들이 모여 있는 한 인문학 동아리에서 강연요청을 받았습니다.

‘인문학이란 무엇인가’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아주 잘생긴 24살 청년 하나가 술을 몇 잔 들더니 말을 꺼냈습니다. “원래 제가 시인이 꿈이었거든요. 고등학교 때까지는 등단하라는 이야기도 들을 만큼 인정도 받았어요. 그러나 주변의 반대로 …… 이 사회에서는 당연한 일이겠지요? 제 꿈과는 전혀 상관없이 대학에 온 이후 지금까지 4년간, 단 한 번도 시를 써 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오늘 문득, 다시 시를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 맑은 얼굴을 다시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아리고 시큰거렸습니다.

우리는 어쩌면 이 수능을, 일주일 연기가 아니라 잠시 내려놓아야 할 때는 아닐까요?

글 : 홍성규 화성노동인권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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