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제단에 몸 바칠 정치인은 진정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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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제단에 몸 바칠 정치인은 진정 없는가?
  • 노세극(6.15경기본부 홍보위원)
  • 승인 2013.0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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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노세극(6.15경기본부 홍보위원)

▲ 노세극(6.15경기본부 홍보위원) ⓒ 뉴스피크
일전에 미국과 호주에 오랫동안 살다고 오신 분을 만난 적이 있다. 그 분의 아들이 미국 시민권을 가지고 있어서 미국에 살고 있는데 아들에게서 한국에서 전쟁이 일어날지 모르니 비행기타고 빨리 미국으로 들어오라는 전화 연락이 왔다고 한다.

그런데 이 분은 아들한테 여기는 별 문제가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오히려 안심시켰다고 한다. 외국에서는 한반도 상황이 전쟁일보직전으로 보도되었는데 정작 반도의 남쪽에 사는 사람들은 무사태평 무감각한 현실 속에 살고 있다.

한반도 남녘 사람들의 이러한 이상하리만큼의 전쟁에 대한 무덤덤한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는지 뉴욕타임스 등 외국 신문들이 전쟁불감증으로 보도하기도 하였다.

사실 오늘 우리 주변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분단 상황으로 인해 우리가 얼마나 큰 구조적 위기 속에 살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왜 북한에서 최근 들어 저렇게 살벌한 말들을 쏟아내고 있는지 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알려고 하지 않는다.

대체로 ‘설마 전쟁이 일어나겠는가? 전쟁이 나면 모든 것이 끝장이고 공멸인데 그러한 무모한 불장난을 누가 일으킬 것인가?’ 하는 단순한 생각들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다른 한편으로는 일상의 먹고 사는 문제에 급급해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치열한 생존 게임인 경제 전쟁이야말로 현실적인 것이고 군사 전쟁은 비현실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전쟁이 일어나면 우리의 일상이 다 망가짐에도 거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는 무관심과 무지의 소치일수도 있고 단순하고 소박한 바램일수도 있으며 냉철한 현실 분석의 결과일수도 있다. 대다수 일반국민들이 전쟁 불감증 상태에 있다고 해서 이를 개탄할 수만은 없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달라야 한다. 그들은 국민들을 대표해서 나라를 바르게 이끌겠다고 나선 사람들로서 국가의 정책과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들이다. 그런 만큼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대해서는 발 벗고 나서야 할 의무가 있다.

만에 하나 전쟁이 터진다면 엄청난 재앙이 될 것이므로 전쟁의 가능성이 1%가 된다 하더라도 이를 미연에 방지할 책무가 있다. 그런데 오늘 우리가 사는 한반도에 전쟁이란 말이 공공연히 떠돌고 있는데도 어떠한 정치인도 이를 막기 위해 나서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있다.

전쟁이 정치의 다른 표현이라고 한다면 지금과 같이 전쟁이란 말이 운운되는 상황이 정치가 잘못되어 나온 현상임을 직시해야 한다. 진정한 정치인이라면 이러한 잘못된 정치 현실을 바로 잡기 위해 나서야 할 것이다. 공멸로 가는 전쟁의 길이 아닌 다 같이 공생하는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서 한 몸 바칠 각오로 나서야 할 것이다.

첨예한 대결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대화를 주선하고 접점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무조건 미국 편에만 서서 북한을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북한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평양을 방문하는 용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입장이 잘못되면 지적하고 북한의 입장이 옳으면 수용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할 것이다. 진정한 정치인이라면 정말 자신의 안위를 버리고 민족의 제단에 한 몸 바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정치인이 한명이라도 있는가?

오늘의 위기는 작년 12월 12일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하면서 촉발되었다. 그런데 미국은 북한의 이러한 행위가 유엔결의 위반이라며 유엔 안보리로 끌고 갔다. 여기에 반발한 북한은 3차 핵실험을 단행하였다. 미국은 다시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에 대해 더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하였다.

이러한 서로 주고 받기식 상대 압박 전술을 구사하다가 한미 합동 군사 훈련인 키리졸브 군사훈련 기간 중에 핵잠수함과 핵폭격을 단행할 수 있는 B-52 전략 폭격기와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다고 하는 스텔스기 등 고성능 무기들을 동원하여 북한을 위협하자 북측에선 전쟁불사의 강경 발언으로 대응하였다.

이러한 북미 간의 첨예한 대결 국면에 남한 정부는 무대책으로 일관하였으며 이렇다 할 전략도 방침도 없이 청와대와 통일부가 서로 다른 입장을 밝히는 등 혼선만을 가중시키며 오락가락 하였다. 그 와중에 개성공단의 문이 닫혀 많은 중소기업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미국은 핵을 가져도 되고 북한은 핵을 가지면 안 된다. 미국은 인공위성을 수 백개 쏘았지만 북한은 인공위성을 발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누가 봐도 말도 안 되는 논리가 국제사회에서 통용되고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신 당연히 평화협정을 맺어 안전에 대한 보장을 해주어야 한다. 정전협정 대신 평화협정을 맺자는 주장을 거부하는 측이 누구인가를 직시해야 할 것이다.

춘래불사춘이라고 봄은 왔지만 민족의 봄은 오지 않았다. 아직도 긴장과 대결의 살얼음판은 계속되고 있다. 전쟁은 아주 사소한 우발적인 사건에 의해서도 촉발될 수 있다. 전면전은 물론이고 국지전도 막아야 한다. 이러한 팽팽한 대치국면 속에서 자신의 한 몸을 던져 전쟁을 막고 평화를 위해 나설 정치인이 없단 말인가?

대통령은 물론 299명의 국회의원 중에 그러한 인물이 없다면 이야말로 민족의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이야말로 국가와 국민의 안위와 민족의 내일을 위해 정치인들이 나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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