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예사 조건 근거로 ‘윤미향 보조금 부정수령’ 기소한 검찰 자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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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예사 조건 근거로 ‘윤미향 보조금 부정수령’ 기소한 검찰 자충수
  • 이민우 기자
  • 승인 2021.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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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문제 삼는 '학예사 상근 여부'는 법령에도 규정 없어 ‘필수요건’ 아님 확인
검찰 증거에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보조금 사업 ‘만점‧우수 평가’ 기록 줄줄이
▲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입구 모습. ⓒ 뉴스피크
▲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입구 모습. ⓒ 뉴스피크

[뉴스피크] 윤미향 국회의원을 보조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검찰은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이 학예사를 허위 등록해 보조금을 불법으로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서울시는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이 다른 박물관보다 안정적 여건을 갖췄다고 평가한 사실이 밝혀져 주목된다.

검찰은 특히 박물관 등록 당시 학예사 상근 여부를 보조금 지원사업과 결부시켰으나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등록 당시는 물론 보조금 지원사업 선정 시에도 학예사 상근은 필수요건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오후 2시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합의 11부(부장판사 문병찬) 심리로 열린 윤미향 의원 재판에 서울시 공무원이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자리에서 검찰은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이 서울시에 등록하고 서울시로부터 지방보조금을 지원받아 사업을 수행할 때 학예사 상근이 필수 요건이었다고 주장하며, 박물관 측이 학예사가 상근한다고 허위로 서류를 꾸몄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박물관 등록 신청 시에 학예사 상근 여부를 기재토록 하거나 보조금 신청 시 필수 요건이라는 규정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등록이 이루어진 2013년 당시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따르면, 박물관 등록 신청 시 시설명세서 및 학예사 명단 등만 제출하도록 하고 있고 상근 여부를 확인하는 규정은 없다.

또 관련한 현행 문화체육관광부 지침에도 정량 평가지표, 즉 최소요건에 ‘학예사 1명 이상’이라고만 규정돼 있다.

사실상 학예사 상근 여부가 박물관 등록의 필수요건은 아니라는 의미다.

법률상 학예사 ‘상근 여부’는 박물관 등록 필요요건 아냐

이를 두고 재판부도 “최소요건이란 것은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것이고 정성평가 요건은 여러 항목을 거쳐서 평가하는 것 아니냐. 4대보험이 적힌 정성평가 보완기준요건은 반드시 갖추어야 할 조건은 아닌 것 같다”고 증인에게 묻기도 했다.

이에 증인도 “지금 기준으로만 말하면 지침 상 상근 학예사여야 한다고 문체부를 통해 들은 것 같다”며 정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더욱이 이날 증인 신문 과정에서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은 서울시로부터 사업 신청 때마다 “타 박물관보다 안정적”이라는 평가는 물론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확인돼 검찰의 주장을 무색하게 했다.

이날 재판에서 공개된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의 ‘정의로운 시민들의 평화세상 만들기’ 사업신청에 대한 서울시 평가 의견서에는 “학예사 부재(자격증 취득자)로 전문적인 박물관 프로그램 운영에 다소 우려가 있으며, 수장고 환경과 교육공간이 분리된 점은 다소 개선의 여지가 필요함. 그러나 공익적이며 인권, 여성 등의 콘텐츠는 우수하다고 봄. 타 박물관에 비해 안정적인 여건임”이라는 평가 결과가 명시돼 있다.

즉, 학예사가 없는 시점에도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은 다른 박물관보다 안정적이며, 이에 서울시가 국고보조금을 지원했다는 것이다.

이는 학예사 상근이 박물관 등록과 보조금 지급의 필수요건이라는 검찰의 주장과는 전혀 다른 내용으로, 앞선 재판 때와 마찬가지로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검찰 제출 증거에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현장실사 만점’

▲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전시실 모습. ⓒ 뉴스피크
▲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전시실 모습. ⓒ 뉴스피크

이 밖에도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은 2019년 서울시 박물관 문화사업 신청에 따라 이루어진 현장실사에서 사업내용이 “참신함”이라는 평가와 함께 실사 점수에서도 40점 만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34개 박물관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현장실사 결과 40점을 받은 박물관은 5개에 불과했다.

2018년 사업 때도 현장 실사에서 100점 배점에 90점 이상을 받는가 하면, 또 다른 사업에서는 시설과 조직 측면에서 배점 30점 만점에 30점을 받았다. 이 같은 기록이 담긴 문서들은 모두 검찰이 제출한 증거자료로 윤미향 의원 측 변호인이 증인 신문과정에서 제시했다.

이날 증인을 두고서도 뒷말이 무성했다. 검찰 측 증인으로 나온 서울시 공무원은 2019년 8월부터 박물관 등록 관련 업무를 맡았을 뿐, 2013년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등록이나 국고보조금 지원사업을 해본 적이 없어 “잘 모른다”고 답하는 경우가 많았다.

앞서 지난 19일 열린 4차 공판에서도 검찰 측 증인으로 나온 이들은 박물관 등록업무를 해본 적이 없거나, 기소 내용과 관련한 시기에 업무를 맡지 않아 “내 업무가 아니다”,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6차 공판은 다음 달인 12월 17일에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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