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피크]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6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도지사의 기본소득에 반대한다’는 글을 올렸다. 정강정책 1호로 기본소득을 내세운 당의 대표로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기본소득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반론을 기대하였으나, 핵심에서 벗어나는 모호한 주장들 뿐이어서 매우 실망스러웠다. 그래서, 이준석 대표에게 이재명표 기본소득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어야 하겠다는 생각에 글을 쓰게 되었다.
이재명 지사의 기본소득은 국민의힘 방안과 3가지 점에서 차별화된다.
먼저 단계별 도입이다. 위에서 설명했듯, 이재명 지사는 기본소득을 3단계로 나눠 단계별 도입을 주장한다. 이것은 약간의 금액적 변동이 있기는 하지만 성남시장 시절의 주장에서 큰 차이가 없다.
1단계, 현재 예산 내에서 즉시 도입, 2단계는 도입 후 3~4년 내 약간의 세수 조정으로 증액, 3단계, 국민적 합의에 의한 목적세 도입을 통한 본격적 실시로 조세저항을 염두에 두고 국민적 합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 주장에서는 단계별이란 개념이 없다. 기본소득 정책을 완성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방어해야 할 수단으로 보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드시 실현할 정책적 의지가 없기에 먼 훗날을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두 번째 차이는 ‘한시적,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이다. 사실 이 부분의 이재명 지사만의 창의적 기본소득으로 해외 언론에서도 찬사를 보내는 부분이다. 이재명 지사가 ‘기본소득은 경제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소멸성 지역화폐’의 효용성은 1차 전국민 재난지원금으로 이미 검증되었다고 할 수 있다. 국민의 힘이나 유력 인사들은 ‘소멸성 지역화폐’의 위력을 알면서도 아무도 주장하지 않는다. 이재명 지사의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민을 위해 기본소득을 도입하자는데 누가 먼저 주장했느냐가 중요한가? 정쟁이 아니라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정치인이라면 선별이든 보편이든, 금액이 적고 많음을 떠나 당연히 ‘소멸성 지역화폐’ 방식으로 지급을 주장해야 한다. 그러나 아무도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안타까운 일이다.
세 번째 차이는 범주형 기본소득의 도입이다. 범주형 기본소득은 특정 연령 혹은 직업 집단만을 대상으로 하는 기본소득이다. 겉보기에는 누구나 받는다는 기본소득의 기본 철학에 위배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범주형 기본소득은 기본소득의 실현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현실적 수단으로 인정받는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 지급엔 많은 재원이 든다. 재원마련을 위한 논쟁만 하다가 도입을 못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능한 예산 내에서, 급한 영역에서부터, 범주를 줄여 기본소득을 실시한다면 바로 도입이 가능하다. 이후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재원을 마련하고 차츰 범위를 확대하여 전국민 기본소득을 실현해 나가는 예인선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2021년 10월부터 경기도에서는 농민기본소득을 시범 실시한다. 이재명 지사의 핵심정책 중 하나로 청년기본소득에 이어 농민을 대상으로 기본소득 정책을 확장하는 것이다. 이재명 지사는 기본소득의 고전적 원칙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청년기본소득이나 농민기본소득이 충분성, 보편성, 무조건성 원칙 등 기본소득의 고전적 원칙에서 벗어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재명 지사는 상황에 맞춰 변형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일단 시작하는데 포커스를 두고 정책적으로 실현하데 중점을 두고 있다. 청년, 농민 등 기본소득이 필요한 계층부터 범주형 기본소득으로, 비록 약간 모자란다고 하더라도 가능한 범위에서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고 여긴다. 1차 전국민 재난지원금의 기억과 함께 이재명 지사가 펼쳐나가는 범주형 기본소득은 향후 전국민 기본소득을 실현하는 데 마중물이 될 것이다.
이재명표 기본소득의 실체에 대해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니, 다시 한 번 제대로 된 반론을 기대한다.
글 : 김세준 기본소득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국민대학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