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피크] 6월 7일(월) 춘천 인형극장에서는 2021년 창의인재동반사업에 선정된 ‘인형극 창작예술가 양성과 극단 창단을 위한 인형극학교(이하 학교)’의 오리엔테이션이 열렸다.
창의인재동반사업은 도제식 수업을 통해 새로운 예술가와 집단을 만들어내기 위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원사업이다. 인형극단들은 이번에 처음으로 창의인재사업에 선정되었고, 그 시작을 알리는 오리엔테이션을 개최한 것이다.
이번 오리엔테이션은 ‘학교’에 참여하는 각 극단을 알리고, 학생이자 파트너로 참여한 멘티들이 자신을 소개하고, 인형극에 대해 이해하며 앞으로 하고자 하는, 또는 만들고자 하는 공연과 인형에 대한 꿈과 기대를 나누는 자리이기도 했다.
인형극이란 무엇인가?
‘예술무대 산’의 조현산 대표의 진지한 물음과 특강으로 학교의 본격적인 일정이 시작되었다. 조 대표는 자신과 극단이 만들었던 다양한 인형극들의 화면을 보면서 질문과 답을 이어갔다. 과연 인형은 무엇이고, 또 인형극에서 배우의 역할은 무엇인가?
그러면서 ‘인형 연기의 목표는 인간의 모사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인형은 결코 사람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질문에 멘티 중 한 명이 ‘상상력’ 때문이라고 답하고, 조 대표 역시 공감한다면서 결국 인형극이란 ‘여백과 결핍’을 만드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여본다. 연출과 연기를 통해 정확한 여백을 만들고, 관객이 그것을 채워나갈 때 좋은 인형극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또한 조 대표는 인형극은 문학으로 비유한다면 ‘시’와 같다는 자신의 생각과 함께 현대 인형극인은 연출, 배우, 공방을 아우르는 통합적인 역할을 요구받는다고 말한다.
특강은 짧지도 않았지만 길지도 않았다. 50분으로 예정된 강의는 1시간을 훌쩍 넘어갔지만, 자신의 경험을 통해 다양한 질문을 유도하고, 결코 정답이 아닌 과정을 보여주는 강사도, 열심히 받아 적으며 화답을 하는 멘티들도 전혀 개의치 않은 모습이었다.
연기하는 방식, 배우의 역할, 인형에 생명을 넣는 방법, 강사는 결코 정답이 아니라고 강조하는 다양한 경험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면서 오전 특강이 마무리되었다. 학교에 참여한 각 극단의 멘토는 멘티들과 함께 삼삼오오 흩어져 간단한 점심과 함께 강의의 마무리를 이어갔다.
춘천 인형극장 주변은 곳곳이 강의장이자 세미나 실이 되었다.
극단의 소개, 한국 인형극 역사
이번 ‘학교’에는 ‘예술무대 산’, ‘극단 봄’, ‘마법과 인형극단’, ‘연희공방 음마갱깽’, ‘인형극연구소 인스’, ‘로. 기. 나래’, ‘인형극단 친구들’, ‘극단 영’, ‘개구쟁이인형극단’, ‘극단 마루한’, ‘극단 인형무대’, ‘극단 나무’까지 12개의 인형극단이 참여했다. 서울과 경기 그리고 강원에서 그림자극부터 분절인형, 종이인형까지 다양한 장르와 이야기로 자신만의 인형극을 만드는 극단이 모두 모인 것이다.
그래서 점심 후에 이어진 극단 소개는 마치 한국 인형극 역사에 관한 전시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또한 극단 소개 사이사이에 조금씩 스며들어 있는 각 극단과 대표가 인형극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관객과 새로운 인형, 공연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인형극의 장르와 특징 그리고 재미를 보여주는 한 편의 이야기가 되었다.
여기에 모인 인형극단들은 전통의 인형극이 역사와 시대의 풍파로 흔적이 희미해지고, 새롭게 만들어진 전통을 자신만의 방법과 노력을 바탕으로 현대적이고, 글로벌한 공연 장르로 개척해낸 증인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대표가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면서 잠시 울컥했던, 참석했던 극단주들이 모두 즐거워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번 창의인재사업의 <학교>가 단지 하나의 사업이 아니라 인형극의 현재와 미래를 말해주는 든든한 표지석이자 지원이기 때문이다.
이번 오리엔테이션의 또 다른 재미는 극단에 참여한 멘티들의 다채롭고, 독특한 자기소개였다. 멘티들의 경력도 참으로 화려했다. 연극은 기본이고, 미술을 전공한 작가부터, 동화작가, 마술이나 마임을 전공한 이들부터 독립영화 감독과 중국집 배달원까지 다채로운 이력의 참가자들이 왜 인형극에 참여하게 되었나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펼쳐보였다. 수많은 예술이, 젊은 열정과 도전이 그곳에 있었기에 같이 웃고, 공감하는 자리가 자연스럽게 연출되었다.
그렇게 참여한 모든 이들을 위한 시간이 지나고, 다시 각 극단별로 그룹 모임이 이어졌다. 아무래도 강원도, 경기도, 서울로 극단도 멘티도 모두 흩어져 있었기에 함께 하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짜고, 무리 없이 운영하기 위한 소통만으로도 만만치 않을 듯하였다.
그렇지만 벌써 어떤 멘토와 멘티는 교육과 다양한 체험을 시도해보고 있었고, 또 다른 그룹은 진지하게 자신의 목표와 극단의 계획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이어가기도 했다.
어쩌면 새로운 미래가 여기서 시작될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즐겁고, 진지하게 그리고 두려움 없이 <학교>가 시작되고, 이어진다면 그건 좋은 공연, 풍성한 공연이 끊임없이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만들어질 연말의 작품, 그리고 이후 이어질 한국 인형극의 새바람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