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놓치고 있는 시급한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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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놓치고 있는 시급한 과제
  • 수산스님(6.15경기본부 홍보위원)
  • 승인 2012.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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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수산스님(6.15경기본부 홍보위원)

▲ 수산스님(6.15경기본부 홍보위원) ⓒ 뉴스피크
불교경전에 우리의 인생을 비유한 의미심장한 이야기가 있다. ‘안수정등(岸樹井藤)’이라고 하는 이야기로 미친 코끼리에 쫓긴 사형수의 이야기로 알려져 있다. 옛날 아주 중한 죄를 지어 사형수가 된 죄수가 갇혀 있었는데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여 탈옥을 하게 되었다. 당시 그 나라에서는 탈옥한 사형수는 미친 코끼리로 하여금 뒤를 쫓게 하여 밟아 죽이도록 되어 있었기에 뒤 쫓는 미친 코끼리를 피하여 탈옥한 사형수는 넓은 들판을 가로질러 온 힘을 다하여 달아났다.

그러다가 안쪽으로 등 넝쿨이 드리워져 있는 한 우물을 발견하고는 지체 없이 우물 속으로 몸을 숨겼다. 내려가며 살펴보니 바닥에는 무시무시한 독사가 혀를 날름대고 있었기에 더 이상 내려가지 못하고 그저 죽을힘을 다해 넝쿨을 움켜쥐고 있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그가 잡고 있는 넝쿨을 흰 쥐와 검은 쥐가 번갈아 가면서 갉아 먹고 있었다. 그야말로 다시 올라갈 수도 없고 내려 갈 수도 없으며 그 자리에 있어도 언제 넝쿨이 끊어져 떨어질 줄 모르는 절체절명의 참담한 순간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때에 그의 입으로 한 방울의 달콤한 꿀이 떨어졌다. 고개를 들어 보니 저 위 쪽의 넝쿨에 벌집이 달려 있었는데, 그 벌집에서 꿀이 한 방울씩 떨어지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다가 올 죽음이 코앞에 있는 그 순간임에도 그 사형수는 모든 근심을 잊고 ‘아, 참으로 달콤하구나’라고 느끼며 다음의 한 방울을 기다리게 되었다.

이 이야기에서 탈옥한 사형수가 바로 우리 인간을 비유한다고 설명한다. 넝쿨을 갉아 먹는 흰 쥐와 검은 쥐는 밤과 낮의 시간을 의미한다고 하며, 모든 등장물에게 의미를 부여하여 설명하고 있는 유명한 이야기다. 언제 가느냐의 차이뿐 누구나 죽음을 피할 수 없음에도 그런 절체절명의 현실을 잊고 그저 순간순간의 착각과 쾌락에 빠져 살아가는 우리와 너무도 흡사한 비유이다.

우리 대한민국에서 지금 절체절명으로 시급하고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을 무엇일까? 하우스푸어로 대표되는 경제의 어려움도 묻지마 식으로 벌어지는 강력범죄도 시급한 일이지만, 늘 잊어서는 안 되는 우리의 당면과제는 이 땅의 평화정착이다. 너무도 당연하기에 때로는 잊은 듯이 보이는 ‘이 땅의 평화’는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고 나서는 지난 정권 10년 동안 쌓아 왔던 평화의 노력이 꽃 피우지 못하고 시드는 것 같아 너무도 안타깝기만 하다. 다시 생각해도 아찔한 연평도와 천암함 사건은 우리에게 평화의 중요성을 가르쳐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본질을 왜곡하고 정권유지를 위해 기만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솔직한 심정이다.

온갖 청문회에서 문제가 되는 인물들을 대다수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고집하는 불통의 정부, 국민정서를 무시하고 투명하게 진행되지 못하여 국민들에게 엄청난 충격과 배신감을 준 한일정보보호협정 체결 시도, 수십조라는 천문학적 돈을 쏟아 붓고도 아직도 그보다 더 쏟아 부어야 할 4대강 사업의 허구, 임기 말 최악의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한 깜짝 쇼로 비쳐지는 대통령의 독도방문, 이 모든 것들이 미친 코끼리와 독사 그리고 흰 쥐와 검은 쥐라는 시급함을 그저 잠시 망각하는 한 방울의 벌꿀이 아닐까 의구심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뼛속까지 친일이요 친미인 대통령임에도 독도 문제와 종군위안부(성노예) 문제는 나아지는 바 없이 오히려 악화만 되어가는 상황이고 우리 국민이 이 땅에서 미군에게 수갑이 채워지는 굴욕을 당해도 쉬쉬하는 현실은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국민의 살림살이를 나아지게 해주겠다는 공약(空約)에 속아 5년이 다 된 지금, 도대체 5년 전보다 나아진 것은 있기나 한지 모르겠다.

북한에서는 가뭄과 수해로 먹을거리가 없어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음에도 그들에게 쌀을 보내 줄 방법이 없어 창고에서 썩고 있는 현실은 어떠한 변명도 가당치 않는 참담함이다. 원칙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 근대 세계에 유래가 없는 3대째 세습정권인 북한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상종하지 않기보다는, 그러니까 더 어르고 달래야 하는 것 아닐까?

군사경쟁으로 평화를 유지하는 것보다 대화와 협력과 상호투자로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단순한 계산을 인정했으면 좋겠다. 위기와 불안을 정권유지나 자신의 치부를 가리는데 악용하는 어리석음은 그저 소설과 영화 속에서나 존재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민족의 먼 미래를 내다보고 무엇이 가장 소중한 해결과제인지 깨달았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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