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올림픽에서 통일을 상상하다
상태바
런던 올림픽에서 통일을 상상하다
  • 이주현 목사(6.15경기본부 홍보위원)
  • 승인 2012.08.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칼럼] 이주현 목사(6.15경기본부 홍보위원)
이주현 목사(6.15경기본부 홍보위원). ⓒ 뉴스피크

올림픽의 열기가 뜨겁습니다.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 속에서 선수들의 열정과 땀으로 일군 메달소식을 들을 때마다 국민들은 잠시지만 더위를 잊습니다. 뜨거운 열대야 속에서 잠을 설치지만 새벽녘에 펼쳐지는 경기마다 응원을 보내는 국민들의 성원도 정말 뜨겁습니다.

올림픽에서 경기에 참여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무엇보다 메달이 최고인 듯싶습니다. 최선을 다해 선전해서 메달을 목에 거는 선수들의 기쁨이 주는 의미는 참 큰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역사 이래 이처럼 전 세계에 한민족의 이름을 떨친 적이 있을까, 하는 자부심도 가져 봅니다.

물론, 올림픽이 추구하는 정신을 모르는 바 아닙니다. 대결이 아닌 화합과 연대를 통한 평화 정신이지만, 그런 정신과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국가주의를 이용한다는 게 좀 아이러니하긴 합니다. 메달수가 국력의 상징이 되고 초국적 기업의 자본 없이는 치르기 힘든 변질된 올림픽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아침마다 메달 수를 확인하고 싶은 건 뭔 일인지 정말 환장할 노릇입니다.

그렇게 4년 마다 한 곳에 모여 4년 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펼치는 데는 인간이 갖고 있는 생존 본능과 자기 정체성에 기반 한 국가주의가 한 몫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한 국가주의는 뭐니 뭐니 해도 미디어의 역할도 크지만 수 천, 수 만 년 형성된 혈연과 유전적 기질도 한 몫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 없이는 사실 상 오늘날과 같은 올림픽이 존재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기뻐서 눈물을 흘리고 억울해서 분노하며 새벽잠을 설치며 성원을 보내는 열정과 헌신을 이끌어낼 에너지는 그것 외에 더 생각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평화를 반대하진 않지만, 이루는 방법에 대한 접근이 상이할 만큼 다양한 현실에서, 인간 내면에 깊숙이 자리한 전투적인 속성을 정해진 규정과 틀 안에서 평화적으로 풀어낼 방안은 현재로선 올림픽 외엔 없는 것 같습니다. 그 올림픽이 추구하는 정신과는 거리가 있을지 몰라도 대한민국 선수가 메달을 따는 일은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으로 그렇게 좋을 수 없습니다.

이번 런던 올림픽 소식 가운데 또 기분 좋게 하는 소식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북한의 선전입니다. 금메달 수를 기준으로 국가별 순위를 매기는 우리나라 방식에 따르면 언제부터인가 북한은 10위권에 머물렀습니다. 은둔의 나라로 알려진 북한의 선전은 그래서 더욱 빛이 나는 모양입니다. 전에 없는 취재 열기도 새롭게 와 닿습니다. 김정은 체제의 안정화에 기여를 한다는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며 의미를 폄하하기도 하지만, 난 대한민국 선수가 메달을 딴 것만큼이나 좋습니다.

그렇게 한창 북한 선수들이 주가를 올리며 대한민국을 추월을 해나갈 때 쯤, 주변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남한과 북한이 금메달을 합하면 등수가 올라갈 텐데…”

아무리 생각 없이 한 말이라 할지라도, 그 말 속에 담겨있는 의미를 굳이 걸고넘어진다면, 국가보안법 위반이 될 수도 있을 터입니다. 그럼에도 그런 말을 거침없이 하고, 현실적으로는 실현이 불가능하지만 그런 셈법에 대하여 대다수 국민들이 동의를 하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그런 생각에 잠시 머물러 봅니다. 그런 상상을 하면서 남북한 선수들의 선전에 은근한 자부심이 차오르는 것은 땅덩어리는 갈라졌지만 몸과 마음은 하나라는 증거가 아니겠습니까?   

남북한 금메달 수가 합해만 질 수만 있다면, 그런 세상이 온다면 올라가는 게 어디 메달순위 뿐이겠습니까? 아무튼 올림픽에서 선전하는 남북한 선수들을 보며 통일 한국의 위상을 상상하는 것도 참 별미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 세계 유일 분단국, 우리민족만이 할 수 있는, 눈물 나도록 서글픈 그런 상상 말입니다.     
 
*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경기본부(대표 윤기석 목사)에서 연재하는 칼럼입니다.
* 이 글을 쓴 이주현 목사는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를 역임했으며, <언론에 시비 걸다>(신앙과 지성사)라는 칼럼집을 낸 바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